이채익, 현안 보고에 앞서 '발언 논란'
입장 물어…이상민 "깊은 유감"
사상자·출동 시각 등 보고 이뤄져
김교흥 "장관 보고 너무 평이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행정안전부·경찰청·소방청 수장을 불러 현안 보고를 받았다. 참사가 발생한지 사흘만의 일이다.
행안위는 1일 오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이태원 참사 관련 현안 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남화영 소방청장직무대리가 불려나왔다.
국민의힘 소속 이채익 행안위원장은 업무보고를 받기에 앞서 최근 논란이 된 이상민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인 것은 아니었다'며 경찰이나 소방 인력 투입이 적정 수준이었던 것처럼 비쳐지게 한 발언은 이번 사고로 깊은 슬픔에 빠진 유족들과 국민들의 정서와는 거리가 있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입장을 물었다.
이에 이상민 장관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깊이 숙인 뒤 "경찰의 사고 원인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섣부른 추측이나 예단은 삼가야 한다는 취지에서 드린 말씀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슬픔에 빠진 국민 마음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며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직후 이상민 장관과 윤희근 청장, 남화영 청장직대의 순서로 현안 보고가 이뤄졌다. 이날 행안위는 참사 수습에 전념해야할 소관 기관이 국회에서의 답변 준비에 시간을 빼앗길 때가 아니라는 이유로, 여야 간사의 사전 합의에 따라 업무 보고만 청취하고 질의응답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이상민 장관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사망자 156명, 부상자 151명으로 총 307명이며, 사망자 중 내국인은 130명이고 외국인은 26명이라는 현황 등을 보고했다. 현안 보고에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사실은 없었다.
남화영 청장직대는 "경사진 좁은 골목에 많은 구조 대상자들이 층층이 얽혀있어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구조 대상자들을 골목 양쪽으로 분리 이동시켜 구조하고 응급 처치가 가능하도록 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며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했으나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남 청장직대에 따르면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첫 119 신고는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15분에 접수됐으며, 서울소방본부 소속 용산구조대가 현장에 최초로 도착한 시각은 오후 10시 29분이었다.
현안 보고 직후 여야 간사가 한 차례씩 의사진행발언을 진행했다.
행안위 야당 간사인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는 국민께 보고를 드리는 자리인데 장관의 보고가 너무 평이했다"며 "사고가 왜 났는지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계획인지 이 정도는 기본적으로 있어야 하는데, 언론에서 볼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라 답답하고 안타깝다"고 질타했다.
여당 간사인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오늘 이 자리가 의원들의 질의를 생략하고 보고받는 자리로 여야 간의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직도 사상자들에 대한 구호 조치가 진행이 되고 있고, 사고 원인에 대해서도 수사가 시작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하고 싶은 질의가 얼마나 많겠느냐만은 다음에 상의해서 그런 자리를 통해서 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행안위 전체회의는 시작할 때 모든 회의 참석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묵념을 한 때로부터 현안 보고와 의사진행발언이 끝나고 이채익 위원장이 산회를 선포할 때까지 42분이 소요됐다.
비교섭단체 소속 한 의원은 위원장과 여야 간사의 합의로 이날 회의가 질의응답 없이 현안 보고만 청취하는 것에 불만을 드러내며 발언권을 얻지 않고 항의하기도 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행정안전위원회가 이런 식으로 한 번 들러리를 서면 앞으로도 계속 이럴 것"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에 이채익 위원장은 "오늘은 여야 간의 합의로 정부의 현안 보고를 일단 받기로 했다"며 "애도 기간이 끝나면 충분히 질의할 시간을 드리겠다"고 자제를 당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혜인 의원이 "가만히 추모만 하라는 윤정부 방침에 행안위가 들러리 서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발언권을 얻지 않은 채 반발을 이어가자, 이채익 위원장은 이상민 장관에게 서둘러 현안 보고를 시작하라고 재촉했다. 이 장관이 현안 보고를 시작하자 용 의원은 회의장에서 퇴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