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동산 대책에 7~9월 통계 아닌 6~8월 통계 활용
野 “의도적으로 9월 통계 배제…입맛에 맞는 통계 사용”
국토부 “13일 제공받았지만 공표 전 사용은 통계법 위반”
ⓒ연합뉴스스
10·15 부동산 대책을 통해 수도권에서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을 지정한 것과 관련해 최신 통계 배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 정부가 의도적으로 최신 통계인 9월 통계를 배제하고 광범위한 규제지역 설정을 밀어붙였다는 주장이 나왔는데 국토교통부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규제지역을 지정했다는 입장이다.
9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에 활용된 것은 6~8월에 해당하는 주택가격 통계다.
대책 발표 전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9월 통계가 국토부에 전달됐으나 7~9월 통계가 아닌 6~8월 통계가 활용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주택법 및 시행령에 따르면 직전 3달 동안 주택가격상승률이 해당 지역이 속한 시·도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3배를 초과할 경우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 가능하다.
이에 따라 10·15 대책 발표 전인 이달 13일 진행된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는 7~9월 통계 자료를 활용해 규제지역에 대한 심의를 진행해야 했으나 9월 통계가 발표 전이라는 이유로 6~8월 주택가격 통계를 토대로 심의가 이뤄졌다.
문제는 기준 시점에 따라 규제지역 지정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야권에선 기준 시점을 7~9월로 잡을 경우 서울 외곽과 경기 일부 지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서울 전역 등을 규제지역에 넣겠다는 답을 정해놓고 자신들의 결론에 맞지 않는 9월 통계는 배제했다”며 7~9월 통계 활용 시 서울 도봉·강북·중랑·금천구와 의왕시, 성남 중원구, 수원 장안·팔달구 등 8곳이 조정대상지역 지정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도 9월 물가상승률이 오르면서 서울 은평·중랑·금천·강북·도봉구와 성남 수정·중원구, 수원 팔달·장안구, 의왕시 등은 투기과열지구 지정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서울 전역 규제 위해 의도적으로 9월 통계 패싱
국민의힘 “국토부 장관 책임 지고 사퇴해야”
야당에서는 이번 사태가 통계 조작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 대출·세제·청약 등 부동산 관련 규제가 전방위적으로 강화되는 만큼 기준 충족 여부를 엄격히 가려 신중히 지정해야 하는데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을 무리하게 규제로 묶기 위해 유리한 통계 시점을 맞춰 대책을 세웠다는 것이다.
전날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 정부가 대책 발표 전 최신 통계를 수령하고도 의도적으로 통계를 왜곡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7~9월 통계가 적용됐을 경우 서울 전 지역 규제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입맛에 맞는 통계를 쓴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도 같은 날 “국민을 우롱하고 모독한 조직적 은폐”라며 “국토부 장관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토교통부 청사 전경. ⓒ데일리안 DB
하지만 정부는 모든 절차가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국토부가 지난 13일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9월 통계를 전달받기는 했지만 이날 주정심 개최 후 통계를 제공받았고 통계 공표일 전 활용은 불가능했다는 설명이다.
국토부는 “지난 13일 부동산원에서 통계를 제공 받기 전 이미 주정심 절차가 개시됐으며 통계법에 따라 작성이 완료된 통계를 제공 받더라도 공표 전 제공 또는 누설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며 “9월 주택가격 통계가 공표되는 이달 15일 전까지 주정심에 제공해 심의 과정에 활용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여당에서도 수도권 집값 과열에 발빠르게 대처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6~8월 3개월 간의 확정 통계만으로도 과열 조짐이 명백하다는 명확한 정책적 판단 하에 이뤄진 것”이라며 “이미 확인된 위험신호를 두고 9월 통계 발표만 기다리며 정책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면 그것이야 말로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부동산 업계에서는 규제지역 지정에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규제지역은 요건이 충족할 때 지정해야 하며 특히 지역 내에서도 일부 단지만 가격이 과열되는 등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보다 신중하게 핀셋으로 규제를 해야 한다”며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한꺼번에 묶다 보니 실수요자 피해나 정비사업 지연 등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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