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특감팀, 두 총경 특수본에 수사 의뢰…지휘관리 소홀 및 늑장 상부보고 의혹
법조계 "업무상 과실치사상 적용 가능 …참사 직접 원인 아니어도 처벌"
"대법원, 판례 보면 과실범도 공동정범 인정…경찰 지휘부까지 처벌 확대될 듯"
"직무유기 성립 요건 매우 엄격히 보고 있어 입증 쉽지 않아…일을 안 했다기 보다는 '태만'"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의 부실 대응과 관련해 총경급 간부 2명이 수사 대상이 되면서 이들의 형사처벌 가능성을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판례를 고려했을 때 이들은 물론 그 위의 경찰 지휘부까지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직무유기죄 적용은 일을 안 했다기 보다는 '태만'에 가까운 만큼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4일 연합뉴스 등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현장 책임자였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과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류미진 전 인사교육과장(총경)을 전날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수사의뢰했다.
이 총경은 이태원 지역을 관할하는 경찰서장으로서 지난달 29일 참사 발생 4시간 전부터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신고가 최소 11건 접수됐는데도 현장에 뒤늦게 도착해 지휘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류 총경은 당일 112 치안종합상황실장을 대리해 상황을 총괄 관리·보고할 의무가 있는데도 1시간 24분이나 자리를 비우고 상부 보고도 늦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수본은 참사 당일 112신고 접수와 현장 출동에 관여한 경찰관 등을 불러 조사한 뒤 책임자급인 두 총경으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법조계에서는 두 사람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무상 과실로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하면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조항이다. 특수본도 2일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을 압수수색할 때 이 죄명을 영장에 적시했다.
법조계에서는 과거 판례 등을 고려할 때 두 총경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유죄를 받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본다. 대법원은 1997년 성수대교 붕괴사고와 관련해 동아건설 관계자와 서울시 공무원 등 16명의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인정했다.
교량의 안전을 위해서는 건설업자의 시공부터 감독 공무원의 철저한 유지·관리라는 조건이 합치돼야 하는데, 각 단계상 과실만으로 붕괴의 원인이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것들이 합쳐져 붕괴할 수 있다는 점이 예상되므로 공동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봤다.
즉 이들의 과실이 이태원 참사의 직접적 원인이 되지 못한다 해도, 지자체 등의 과실과 모두 합쳐 사건이 벌어졌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다면 처벌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 판례는 특히 두 총경뿐 아니라 경찰 지휘부 등으로 처벌 대상을 확대할 근거가 될 수 있어 주목된다.
경찰 출신 한 변호사는 "대법원이 과실범도 공동정범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로, 어디까지가 처벌 대상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경찰 지휘부까지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압사 우려 신고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 조치가 마땅히 없었고, 기동대를 투입해 달라는 일선의 요청도 묵살됐다"며 "정당한 사유가 없이 조처가 안 됐다면 서울경찰청장이나 112 상황실 담당 책임자는 과실치사상죄가 인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죄명으론 직무유기죄가 거론된다. 형법은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를 유기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직무유기의 성립 요건을 매우 엄격히 보는 터라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드러난 정황상 경찰이 적극적으로 일을 '안 했다'기 보단 '태만'에 가깝다고 볼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올해 6월 무단결근으로 학생들의 시험 답안지를 채점하지 않아 고등학교 입학전형에 지장을 준 중학교 기간제 교사의 직무유기 혐의를 무죄 취지로 파기했다. 대법원은 "직무유기란 직장의 무단이탈, 직무의 의식적인 포기 등과 같이 국가의 기능을 저해하고 국민에게 피해를 일으킬 구체적인 가능성이 있는 경우만을 가리킨다"며 "태만이나 착각만으로 성실한 직무수행을 못 했다면 이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충분히 주의해야 했는데 하지 않은 일종의 업무상 판단 실수로 볼 여지가 있어 형사처벌보다는 징계 사유에 가깝다"며 "세월호 때는 훨씬 더 큰 귀책 사유가 드러났는데도 현장에 출동한 해경 정장만 과실치사 유죄가 인정됐고, 수뇌부의 직무유기는 무죄가 선고됐다"고 설명했다.
참사 이후 사후적으로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 서류나 기록을 조작한 사실이 발견된다면 허위공문서작성죄나 공전자기록 위변조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 오후 10시20분께 이태원 현장에 도착했다고 상황보고했는데 감찰 결과 11시5분이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허위로 상황보고서를 기록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나온다. 다만 경찰이 112 신고 기록 등을 적극적으로 공개하며 경찰 대응에 잘못이 있었음을 시인한 만큼 증거 인멸 등의 행위로 나아가진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