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문화공간 등 층별 구성
매주 체험형 커피 교육 운영
이태원 버스 정류장에 내리자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로 만연한 거리가 마치 그림처럼 보였다. 나무들 사이 자리한 건물 역시 하나의 작품 같았다.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을 지나 카페 안으로 들어가니 조형물 한 점부터, 어느 하나 커피를 생각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볶은 커피콩을 연상케 하는 짙은 갈색 타일,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커다란 투명 유리창. 여기에 큼직한 테이블에 앉아 한가롭게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없던 여유도 생기는 느낌이 들었다. 최근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을 수상한 ‘맥심 플랜트’의 이야기다.
맥심 플랜트는 이태원의 랜드마크가 된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와 가수 싸이 소유의 건물로 알려진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 사이에 자리하고 있었다. ‘커피 좀 마신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한 길이다. 소규모 카페들이 줄지어 있는 곳에 떡하니 자리 잡았다.
2018년 4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에 처음 문을 연 맥심 플랜트는 커피믹스 ‘맥심’과 인스턴트 원두커피 ‘카누’ 등을 만드는 동서식품이 운영하는 브랜드 체험형 커피 전문점이다. 50여년에 걸쳐 쌓아온 커피에 대한 전문성과 노하우 등을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 차별화된 커피 문화 전하는 특별한 공간으로 자리매김
최근 맥심 플랜트는 복합 문화공간으로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커피 애호가를 대상으로 커피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커피 클래스 운영을 통해 소비자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다.
지난 9일 오후 기자는 관련 강연을 듣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맥심 플랜트는 총 9개층(지하 5층~지상 4층) 연면적 1636m²(495평) 규모로 구성됐다. 이 중 지하 2층~지상 3층까지 5개 층을 커피 관련 문화공간으로 조성해 운영중이다. ‘도심 속 정원, 숲 속 커피 공장’이 콘셉트다.
클래스를 듣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자 지하 1~2층 두 개 층에 걸쳐있는 로스팅룸이 가장 눈에 띄었다. 이곳에선 매장에서 사용되는 커피를 직접 볶고 있었는데, 다양한 원두가 9개의 사일로에서 5대의 로스터로 투입돼 로스팅되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지하 2층에는 로스팅룸 외에도 커피에 대한 교육과 추출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강의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동서식품은 이곳에서 커피와 관련한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클래스당 4명씩, 매주 2~3 시간으로 나누어 총 4코스로 강의한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맥심플랜트는 오픈 이후 4년간 누적 방문객 수가 약 80만 명에 이르고, 그중에서도 커피 클래스 수강생의 주 연령층은 30대로, 남녀 비율은 각각 42%, 52%다”며 “지난 10월에는 재수강생의 비율이 60%에 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수강생들은 맥심 플랜트 홈페이지에 ‘원두와 로스팅에 따른 차이를 배울 수 있어서 정말 좋은 클래스였다’, ‘커피에 대한 기본 지식과 트렌드는 물론 전문적인 설명까지 들을 수 있어서 다음 클래스가 기대된다’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고 자부했다.
◇ 커피 믹스가 다가 아니다…“50년 커피노하우 집약된 클래스”
이날 기자는 ▲테이스팅(Tasting) ▲브루잉(Brewing) ▲로스팅(Roasting) ▲베이식(Basic) 등 총 4주에 걸쳐 진행되는 코스를 ‘1Day’로 압축해 핵식점인 내용만 쏙쏙 골라 교육 받았다. 4시간에 걸쳐 진행됐으나 지루할 틈 없이 지나갔다. 매일 마시는 커피지만 새롭기 까지 했다.
먼저 커피 테이스팅 클래스가 진행됐다. 커피는 섬세하면서도 복잡하고 다양한 향이 많기 때문에 고도의 훈련이 필요하다. 이날 기자는 ‘테이스팅’이 가진 뜻과 중요성에 대해 배우고 커피가 가진 각기 다른 향과 맛, 텍스처(질감)를 표현하는 언어를 익히는 시간을 가졌다.
평소 기자는 매일 커피를 마시면서도, “고소하다”, “쓰다” 등의 짧은 표현으로 커피의 풍미를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클래스를 통해 커피도 꽃, 과일, 견과류 등의 다양한 향을 갖고 있다는 사실과, “이 커피에서는 초콜릿 향이 난다” 등의 표현도 쓸 수 있음을 알았다.
브루잉 시간에서는 커피를 만드는 과정에 대해 배웠다. ‘여과식’ 방식과 ‘침출식’ 등 추출 조건에 따른 향미를 느껴본 후 맛의 차이에 대해 나눴다. 여과식은 물이 커피가루를 통과하며 추출하는 방식이고, 침출식은 물이 커피가루를 끓이거나 우려서 추출하는 것을 일컫는다.
브루잉에 필요한 재료는 ‘원두’와 ‘물’ 단 두가지 재료 뿐이다. 하지만, 로스팅 포인트와 로스팅 날짜, 그리고 원두의 입자 크기와 물 온도, 추출 시간 등에 따라 똑같은 원두를 써도 맛과 향 농도까지 자신의 맞는 취향의 커피를 내릴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웠다.
로스팅 단계서는 로스팅을 직접 경험하진 않았지만 생두를 볶는 시간에 따라 원두의 색이 검게 변하고, 부피가 커지는 등 달라지는 걸 교보재로 확인했다. 유사한 성질의 원두여도 로스팅 정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사실 역시 커피 샘플을 비교하며 마실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커피 베이직 클래스를 통해 한 잔의 커피가 나오기까지 과정을 알아봤다. 원두 산지에 따른 커피 맛의 특성, 커피 재배부터 추출까지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 디카페인 커피의 제조 과정, 스페셜티 커피의 의미와 특징 등에 대해 들으며 알차게 마무리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맥심 플랜트는 오픈 이후 ‘도심 속 정원, 숲 속 커피 공장’이라는 콘셉트 아래 맥심의 브랜드 체험 공간으로 자리잡았다”며 “커피 클래스를 통해 고객분들과 조금 더 깊게 소통하며 맥심이 가진 커피에 대한 전문성을 전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