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또다시 복합의 위기에 직면
수요측 요인보다는 공급측 충격 작용해
공급측 혁신 핵심, '디지털 전환'에 달려
韓,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 B20 역할 지원"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인도네시아를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발리 누사두아 컨벤션센터(BNDCC)에서 열린 'B20 서밋 인도네시아 2022'에 참석해 '글로벌 복합위기 극복을 위한 기업의 역할, 그리고 디지털 전환 시대의 글로벌 협력'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연설에서 윤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새로운 디지털 질서 구축 논의를 선도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후 개최된 서밋 기조연설에서 "B20 서밋은 2010년 G20 서울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작됐다. 대한민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서밋에서 여러분과 함께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B20은 G20 회원국들의 경제계 리더들이 모이는 회의다.
이어 "B20 서밋 출범 이후 10여 년이 지난 지금, 세계 경제는 또다시 복합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현재 우리가 직면한 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0년 팬데믹 위기와는 그 양상과 대응 방식에서 다른 모습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위기는 수요측 요인보다는 공급측 충격이 크게 작용했다"며 "팬데믹 회복 과정에서의 공급망 차질, 다양한 지정학적 갈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생산비용은 올라가고, 공급 역량은 축소됐다. 따라서 위기에 대응하는 해법 역시 공급 측면에서 찾아야 하며, 정부의 역할 또한 바뀌어야 하는 것"이라 진단했다.
윤 대통령은 "현재의 글로벌 여건 속에서 민간이 중심이 되는 공급측 혁신의 핵심은 '디지털 전환'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며 "디지털 기술이 기존의 산업, 데이터와 결합하며 비용 절감과 동시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비즈니스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민간 주도 성장'에서도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디지털 전환"이라며 "디지털 기업들이 아날로그 시대의 규제에 발목 잡히지 않도록 낡은 규제를 혁신하고, 자율규제를 원칙으로 하는 비즈니스 친화적 디지털 규제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번 B20 서밋에는 디지털 비즈니스를 주도하는 많은 디지털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디지털 세계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고, 동시에 바람직한 디지털 질서를 만들어 나가야 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는 것"이라며 "국경을 초월하여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디지털 시대의 혜택을 향유할 수 있도록 B20을 중심으로 인류가 공감하는 디지털 질서를 정립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나아가 윤 대통령은 "한국 정부는 새로운 디지털 질서의 구축을 위한 G20 차원의 논의를 선도하고 B20과 G20이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이를 구현해 나가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민간 주도의 공급측 혁신으로 글로벌 복합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 간의 협력뿐만 아니라, 민간과 정부 간 협력, 민간 부문 간의 협력 등도 조화롭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 당부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 B20의 적극적인 역할을 응원하고 지원할 것"이라며 "이번 글로벌 복합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고, 위기 이후에 비약적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함께 지혜를 모아 나가자"고 독려했다.
다음은 윤 대통령의 'B20 서밋' 기조연설 전문이다.
[전문]
쉰타 캄다니(Shinta Kamdani) B20 의장님, 전 세계에서 오신 기업인 여러분, 반갑습니다. 대한민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B20 Summit에서 여러분과 함께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여러분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G20 정상회의와 연계하여 개최되는 B20 Summit은 2010년 G20 서울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작되었습니다.
B20은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각국 정부 간의 협력뿐 아니라 기업 간의 협력도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범하였고, 이제는 글로벌 이슈에 대한 민간 소통 채널로서 확고히 자리매김하였습니다.
기업인 여러분, 저는 오늘 여러분께 “글로벌 복합위기 극복을 위한 기업의 역할, 그리고 디지털 전환 시대의 글로벌 협력”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B20 Summit이 출범한 후 10여 년이 지난 지금, 세계 경제는 또다시 복합의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글로벌 경제위기는 반복되어 왔지만, 각각의 위기는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0년 팬데믹 위기와는 그 양상과 대응 방식에서 다른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시스템의 붕괴로 인해, 2020년 팬데믹 위기는 방역을 위한 봉쇄조치로 인해 총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세계 경제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국제공조 하에 금리 인하, 유동성 공급, 그리고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조치가 있었고, 정부가 금융시스템의 복원, 백신의 공급 등을 주도하며 위기에 대응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수요측 요인보다는 공급측 충격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팬데믹 회복 과정에서의 공급망 차질, 다양한 지정학적 갈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생산비용은 올라가고, 공급 역량은 축소되었습니다. 따라서 위기에 대응하는 해법 역시 공급 측면에서 찾아야 하며, 정부의 역할 또한 바뀌어야 합니다.
저는 늘 민간 주도, 시장 중심으로 경제 시스템을 전환하여 경제 체질을 강화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기업의 투자를 제약하는 규제를 과감히 혁신하고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불요불급한 정부지출을 과감히 줄여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고, 재정이 민간 부문을 구축(crowd-out)하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아울러, 기업이 독자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과학기술에 대한 R&D 투자와 첨단산업 분야의 인재 양성을 위한 지원을 크게 늘려가고 있습니다.
기업인 여러분, 저는 현재의 글로벌 여건 속에서 민간이 중심이 되는 공급측 혁신의 핵심은 ‘디지털 전환’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기술이 기존의 산업, 데이터와 결합하며 비용 절감과 동시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비즈니스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민간 주도 성장’에서도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디지털 전환입니다. 디지털 기업들이 아날로그 시대의 규제에 발목 잡히지 않도록 낡은 규제를 혁신하고, 자율규제를 원칙으로 하는 비즈니스 친화적 디지털 규제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교육, 직업훈련 개혁에도 착수하였습니다.
인공지능, 차세대 통신, 사이버 보안과 같은 핵심 디지털 분야의 기술 개발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역점과제로 추진하여 민간 주도로 공공 서비스의 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정부의 데이터와 민간의 서비스가 결합하여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는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한편,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공급측 혁신을 통해 인류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려면 디지털 공간에서의 보편적 가치 구현에도 힘을 쏟아야 할 것입니다.
저는 지난 9월, 뉴욕에서 자유, 연대, 인권과 같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디지털 세계에서도 실현될 수 있도록새로운 디지털 질서를 만들고 지켜나가는 데에 전 세계가 동참해 나갈 것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디지털 생태계는 누구에게나 개방되고, 누구나 디지털 데이터에 공정하게 접근해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B20이 이러한 글로벌 디지털 질서를 논의할 수 있는 최적의 공론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B20 Summit에는 디지털 비즈니스를 주도하는 많은 디지털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세계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고, 동시에 바람직한 디지털 질서를 만들어 나가야 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습니다.
국경을 초월하여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디지털 시대의 혜택을 향유 할 수 있도록 B20을 중심으로 인류가 공감하는 디지털 질서를 정립해 나가길 기대합니다.
한국 정부는 새로운 디지털 질서의 구축을 위한 G20 차원의 논의를 선도하고 B20과 G20이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이를 구현해 나가도록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전 세계 기업인 여러분, 민간 주도의 공급측 혁신으로 글로벌 복합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 간의 협력뿐만 아니라, 민간과 정부 간 협력, 민간 부문 간의 협력 등도 조화롭게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B20의 역할과 위상에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B20은 출범 당시부터 글로벌 기업들의 의견을 모아 G20을 통해 정부 간 국제공조를 돕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습니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도 디지털 무역의 활성화, 글로벌 공급망의 포용성 강화 등 그간 논의해온 다양한 협력 의제를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B20 고유의 글로벌 비즈니스 협력 의제를 발굴할 뿐 아니라 B20을 매개로 하는 기업 간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B20이 글로벌 공급측 혁신을 위한 다층적인 협력의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랍니다.
대한민국은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 B20의 적극적인 역할을 응원하고 지원할 것입니다. 이번 글로벌 복합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고, 위기 이후에 비약적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함께 지혜를 모아 나갑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