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심장병 아동 집 방문에 野 '막말'
장경태 "빈곤 포르노 화보, 외교참사"
이경, 이태원 참사 끌어들여 비난도
영결식 시신 사진 올렸다 논란에 삭제
윤석열 대통령 내외의 해외순방을 두고 상식 수준을 넘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비난의 수위도 문제지만, 특별한 이유나 근거도 없이 맹목적인 저주와 폭언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집단적 광기"라고 규정한 뒤 "비이성적 정치공세의 피해는 결국 국가와 국민에게 돌아갈 뿐"이라고 우려했다.
논란은 지난 12일 김건희 여사가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캄보디아 소년 로타의 집을 방문한 것을 두고 시작됐다. 14일 KBS라디오에 출연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오드리 헵번 코스프레'하고 재클린 케네디가 입었던 민소매를 입었다"며 "공식 행사는 가지 않고 개별 행동을 한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진애 전 민주당 의원도 SNS "영부인은 공적 신분이지 셀럽(유명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기름을 부은 것은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이었다. 장 최고위원은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이번에도 여지없이 또 외교참사가 발생했다"며 "김 여사의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의 취약계층 지원 필요성을 호소하기 위한 캠페인마저 '빈곤포르노'로 규정해 정쟁의 소재로 삼은 셈이다.
나아가 사안과 직접 관계없는 이태원 참사까지 끌어들여 대통령 내외를 비난하는 이도 있었다. 이경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흰 천에 싸인 시신들이 있는 한 영결식장 사진을 올린 뒤 "대한민국 청년들은 길 한복판에서 영문도 모른 채 압사를 당해 저렇게 복도에 방치돼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대한민국 영부인이라는 사람이 이러면 될까"라고 적었다. 논란이 커지자 현재는 사진을 내린 상태다.
심지어 일부 종교인들이 윤 대통령 내외를 향해 저주성 발언을 내놔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하며 약자를 돌보는 데 앞장서야 할 성직자들이라는 점에서 특히 논란이 컸다. 성공회 김규돈 신부는 자신의 SNS에 "(윤 대통령의)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라마지 않는다"며 "온 국민이 '추락을 위한 염원'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해 비난이 쇄도했다. 김 신부는 "가끔 일기처럼 쓴 글이 전체글(공유)로 돼 있다"며 글 내용이 아닌 '사용 미숙'에 사과하며 화를 더 키웠다. 성공회 측은 김 신부를 면직조치하며 부랴부랴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천주교 박주환 신부도 SNS에 전용기에서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떨어지는 모습을 합성한 이미지를 게재하고 "기체 결함으로 인한 단순 사고였을 뿐 누구 탓도 아닙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등의 글을 적어 비난을 자초했다. 박 신부는 지난 5일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여해 윤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천주교는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박 신부에 대한 조치에 나설 예정이다.
성공회 신부 "尹 전용기 추락 염원" 썼다 면직
천주교 한 신부도 추락 그림에 "비나이다비나이다"
與 "금도 넘은 정치테러, 국민에 대한 모욕"
"악마를 때려 잡자는 악마들의 시대" 우려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양금희 수셕대변인은 "비이성적 정치공세와 폄하가 금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며 "대통령 순방 중 김건희 여사의 심장질환 어린이 방문을 두고 '빈곤 포르노 화보' 운운이라니, 민주당 최고위원회 공식회의상 발언이라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민주당의 망언참사이자, 정치테러"라고 규정했다.
또한 "분열을 화합으로 이끌어야 할 종교인이 죽음마저 불사하는 저주와 정치선동에 나선 것에 섬뜩함과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해외 순방 중인 대통령과 배우자를 폄하하고 저주하는 망언은 결국 우리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민주당의 윤석열 정부와 국민들을 향한 정치폭력이 집단 광기 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집단적 광기가 멈추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의 몫이다. 민주당의 정치폭력에 대한 국민들의 인내가 한계점을 넘어선지 이미 오래"라고 반발했다.
개별 의원 차원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김정숙이 하면 선행이고 김건희가 하면 참사라는 '정선건참'도 아니고 이런 억지 생떼가 어디 있느냐"며 "'관광객 영부인'보다 오드리 헵번처럼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며 봉사활동을 하는 '선행 영부인'이 백배 천배 더 좋다"고 했다. 유상범 의원은 "인간의 가난과 고통과 비통함마저 구경거리와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는데 주저함 없었던 자들이 바로 당신들"이라고 반격했다.
"공식 행사에 불참하고 개별 행동을 한 것은 결례"라는 민주당의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한 조현동 외교부 차관은 "주최 측에서 앙코르와트 방문을 배우자들에게 '권고 프로그램'으로 제시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별 행동이) 결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의 배우자 11명 가운데, 앙코르와트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는 5명이었다.
시사평론가들은 상대방을 향한 맹목적인 증오에 사로잡혀 있는 야권에 상당한 우려를 보였다. 유창선 씨는 "마감하는 원고 하나를 '윤 대통령의 고집'에 대해 쓰겠다고 알렸다가 '악마와의 전쟁을 하는 요즘 정치'로 바꾸겠다고 알렸다"며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너무 많다. 한국에 로베스 피에르들이 이토록 많구나. 악마를 때려잡자는 악마들의 시대"라고 표현했다.
민주연구원 부원장 출신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면 안 된다. '비행기 추락'을 염원하는 종교인이라니... '이태원'이 '세월호'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애초부터 바람직하지 않다"며 "인간에 대한 예의를 더 많이 벗어나는 집단, 보수든 진보든 바로 그 집단이 여론으로부터 고립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14세 아동 로타는 김 여사의 방문을 계기로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로타의 사연이 알려진 뒤 후원 문의가 쇄도하고 있어서다. 이영돈 헤브론 병원장은 "당장 한국 이송이 쉽지 않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조만간 한국에서 치료를 받고 건강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 여사는 "헤브론 의료원이 국내외에 더 많이 알려져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다면 그 가정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 전체가 희망으로 밝아지게 될 것"이라며 "제가 이런 희망을 주는 일에 보탬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