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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유족, 첫 기자회견…진정성 있는 사과·철저한 책임규명 촉구


입력 2022.11.22 16:57 수정 2022.11.22 16:57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유족들 "내 머리를 쥐어박고 가슴을 치면서 먼저 보낸 미안함에 몸부림친다" 울먹여

"그날의 진실과 투명한 조사, 책임있는 자들의 책임과 사퇴, 대통령 공식적인 사과 원해"

"10조를 줘도 절대로 바꾸지 않았을 내 아이들의 앞날에 더 이상 억울한 일 없도록 도와 달라"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참사 이후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 당국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철저한 책임규명 등을 촉구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20여명은 22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변은 10·29 참사 태스크포스(민변TF)를 구성한 이래 현재까지 희생자 34명의 유족 요청을 받아 법적으로 대리하고 있고, 희생자 34명의 유족과 두 차례 간담회를 거쳐 이번 기자회견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유족들은 기자회견에서 정부 당국에 △진정성 있는 사과 △철저한 책임규명 △피해자 참여 보장하는 진상 및 책임규명 △참사 피해자 소통 보장, 인도적 조치 등 적극적 지원 △희생자 기억과 추모를 위한 조치 △2차 가해 방지 입장 표명 및 구체적 대책 마련 등 6가지 요구사항을 촉구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자식의 영정사진을 품에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 이남훈 씨의 어머니는 "이 시간에도 비참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 제 아들 영정사진 대신 살아생전 웃고 있는 사진을 가슴에 품고 왔다"며 "이렇게 허망하게 가버릴 줄 알았더라면 더 안아주고 더 토닥거려줄 걸, 사랑한다고 매일 말해줄 걸, 얼굴 한 번 더 만져줄 걸, 내 머리를 쥐어박고 가슴을 치면서 먼저 보낸 미안함에 몸부림친다"고 울먹였다.


그는 "아들 잘못이 아니다"며 "그저 열심히 살아온 아까운 29살 삶을 지켜주지 못한 무능한 정부의 잘못이고 그러니 무지한 이 엄마는 이제 넋 놓고 눈물만 흘리지 않으려고 한다. 비통한 죽음에 대해 철저히 명확하게 밝힐 수 있도록 미약하나마 동참하려고 한다. 저는 정치에 대해 잘 모른다. 제가 원하는 것은 그날의 진실과 투명한 조사, 그리고 책임있는 자들의 책임과 사퇴, 더 나아가 대통령의 공식적인 사과"라고 강조했다.


고 이지한 씨의 어머니는 "이 참사는 분명히 초동대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일어난 인재이며 부작위에 의한 살인사건임에 분명하다"며 "저는 법을 공부한 적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살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는 이 사태가 158명을 쳐다만 보면서 생매장한 살인사건이라 생각한다. 초동대처만 당일 오후 6시 34분부터 제대로 이뤄졌다면 158명의 희생자는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으리라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을 믿을 것이다. 저와 제 아들, 제 남편도 윤석열 대통령을 뽑았기 때문"이라며 "망언을 일삼는 공직자들, 죽어가는 청년들을 보고만 있고 못 본 체 하던 이들을 다시는 우리 청년들이 어처구니없이 생매장 당하지 않도록 표본이 되게 엄하게 처벌해 달라. 지금도 증거인멸은 이뤄지고 있다. 모든 걸 밝혀 10조를 줘도 절대로 바꾸지 않았을 내 아이들의 앞날에 더 이상 억울한 일이 없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고 이민아 씨의 아버지는 "참사 이후 정부가 해야 할 일들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유족들의 모임 구성, 심리적 안정을 위한 공간 확보도 없었고 유족들에게 사고발생 경과 및 내용 수습 진행 상황 보고나 피해자 기본권리 안내 등 기본적인 조치조차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참사와 관련해 가장 서로 공감할 수 있고 서로 위안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같은 유가족"이라며 "이를 차단한 것과 다름없는 정부의 조치는 비인도적"이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희생자 명단 공개 문제로 갑론을박하게 된 것도 결국 유족끼리 만날 수 있는 공간 자체를 처음부터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 생각한다"며 "유족들이 모이면 안 되나. 유족들이 무슨 반정부 세력이라도 되나. 장례비와 위로금은 그렇게 빨리 지급하면서 정작 우리가 그토록 필요로 하는 유족들이 모여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은 참사 24일이 넘도록 안 해주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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