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15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페기 소여, 넌 이제 스타의 길로 들어섰어. 혹시 알아? 앞으로 오디션을 볼 수많은 코러스 걸들이 ‘언젠가 나도 페기처럼 유명한 스타가 돼서 무대 위에 설 거야’라고 말하게 될지.”
1996년 국내에서 처음 공연된 이후 26년째 사랑받고 있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한 장면이다. 브로드웨이에서도 5000회 이상 장기 공연을 이어가며 흥행불패 신화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이 작품은, 국내에서도 오랜 기간 공연되면서 황정민, 남경주, 양희경, 박해미, 최정원 등 한국 뮤지컬계를 이끌고 있는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했다.
극은 뮤지컬 댄서가 되기 위해 시골에서 상경해 코러스 일을 하던 페기 소여가 우연치 않게 주인공 역할을 맡으며 스타가 될 일생일대의 기회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페기 소여를 비롯한 줄리안 마쉬, 도로시 브록 등 주연 배우들 뿐 아니라 무대를 가득 채우는 앙상블 배우 하나하나가 돋보이는 공연이다.
이 작품이 오랜 사랑을 받은 수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코러스걸이 주연 배우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탄탄한 서사와 흥겨운 탭댄스, 앙상블의 압도적인 칼군무 등 화려한 볼거리가 그 이유다.
특히 이번 시즌은 탄탄한 서사에 기적과 같은 성장 스토리가 더해지면서 더욱 특별한 시즌으로 기록되고 있다. 극중 뮤지컬 ‘프리티 레이디’의 여주인공 페기 소여가 코러스걸에서 주연으로 발탁되는 과정은, 지난 2018년 공연에서 앙상블을 맡았다가 이번 시즌에 페기 소여 역으로 발탁된 배우 유낙원의 스토리와 닮아 있다. 또 2017년 이 작품의 앙상블로 데뷔한 이주순도 주연 배우 중 한 명인 ‘빌리 로러’로 함께 하고 있다.
앙상블이 주인공이 되는 이 작품은 앙상블들로 인해 완성되는 ‘쇼 뮤지컬’의 강점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름을 가진 배역보다 앙상블에 더 주목하게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20여명의 앙상블이 함께 선보이는 탭댄스 군무는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상징과도 같다. 막이 오른 이후 쌓여가는 탭댄스 리듬이 전율을 일으키고, 화려한 금빛 의상을 입고 선보이는 군무는 화려함의 극치를 달린다.
이번 시즌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도 있다. “작품이 가지고 있는 화려함뿐만 아니라 극중 ‘프리티 레이디’가 공연이 되기까지 우여곡절과 인물의 절박함을 더욱 드러나게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는 오루피나 연출의 말처럼 이번 시즌은 우아한 화려함 뒤에 그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 땀이 있다는 것을 보다 인간적으로 전달한다.
극중 ‘프리티 레이디’처럼 ‘브로드웨이 42번가’ 앙상블들의 무대를 보고 있자면, 이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이들이 쏟은 시간과 땀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내년 1월 15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