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모든 문건 삭제 불가능" 주장하던 박지원, 검찰 조사 후엔 "삭제 되더라"
혐의 자체는 여전히 부인…"삭제 지시 안 했고, 문재인·서훈에 삭제 지시도 안 받아"
법조계 "고발된 후 5개월 간 삭제 가능 여부 확인 안 했나…진술 신빙성 떨어져"
"검찰, 박지원의 첩보자료 삭제 언급을 공범 등에게 주는 '증거인멸 시그널'로 받아들일 수 있어"
검찰이 '서해 피격' 사건 관련 국정원의 첩보 자료 삭제 지시 의혹을 받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구속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박 전 원장의 주장 번복을 검찰과 법원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구속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박 전 원장이 그간 첩보 자료 삭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해왔는데, 검찰이 이를 사건 관계자나 공범에게 주는 '증거인멸 시그널'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원장은 그간 국정원의 모든 문건은 메인 서버에 기록이 남기 때문에 완전히 삭제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펴왔다. 그런데 지난 14일 검찰 조사를 마친 박 전 원장은 이같은 주장을 뒤집었다.
그는 14일 검찰 조사를 끝낸 뒤 기자들과 만나 "전부터 국정원에는 ‘삭제’라는 게 원천적으로 존재하지 못한다고 얘기했었는데, 오늘 수사를 하면서 보니까 삭제가 되더라"라며 "중대한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고 밝혔다. 다만 그러면서도 "삭제 지시를 하지 않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삭제 지시를 받지도 않았다"며 혐의 자체는 부인했다.
법조계에선 우선 박 전 원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사망한 이대준 씨의 유족 측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는 김기윤 변호사는 "국정원장의 직위를 고려해 볼 때 삭제된 점을 몰랐다는 주장을 맏기 어렵다"며 "또 박 전 원장은 검찰 수사를 받고나서야 드디어 삭제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하는데, 이는 7월 초에 국정원에서 고발되고 나서 5개월 동안 삭제가 되는지를 아예 알아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모든 언론에서 국정원 서버에서 자료가 삭제되는지 여부를 엄청나게 보도했고, 국정감사에서도 국정원 자료가 삭제되는지가 쟁점이 됐다"며 "5개월 동안 한 번도 알아보지 않다가 검찰에서 드디어 알게 됐다는 박 전 원장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재식(법무법인 에이펙스) 변호사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는 "박 전 원장 자체가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이고, 앞서 다른 핵심 인물인 서훈 전 국가안보 실장 등을 구속했지 않느냐"며 "이런 점에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원장의 주장 번복을 검찰과 법원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 같다"며 "박 전 원장은 그간 첩보 자료 삭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해왔는데, 검찰이 이를 사건 관계자나 공범에게 주는 '증거인멸 시그널'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