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대통령 경선 개입 심각한 불법"
권성동 "선거제도 개선 의견표명 누구나"
비대위, 빠르면 다음주 '전대룰' 개정 의결
국민의힘이 차기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 룰을 100% 당원투표만 반영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당원투표 100%" 사석 발언에 이어 초·재 의원들도 '전대룰 100%'에 한목소리를 내면서 룰 개정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계는 반발하고 있고, '윤핵관' 권성동 의원은 유승민계 비판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유 전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의 '당원투표 100%' 언급 보도를 인용하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엄중하게 말씀 드린다. 경선개입은 심각한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심이 두렵지 않습니까?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권성동 의원이 곧바로 반응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통령이 전당대회 선거제도에 대해 발언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며 "진위여부도 알 수 없지만, 선거제도 개선에 대한 의견표명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제도에 대한 단순 의견표명을 '불법' 운운하며 정치적 개입으로 호도해선 안 된다"며 "누군가를 낙선시키기 위해 제도를 바꾼다는 인식 자체가 황당하다"고 꼬집었다.
유 전 의원을 향한 직접적인 비판도 이어졌다. 권 의원은 "지금 민주당의 행태가 대선불복이라면, 유 전 의원은 경선불복"이라며 "그야말로 민주당과 '불복연대'를 방불케 한다. 유 전 의원은 소신정치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민주당의 정치적 트로이목마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권주자인 윤상현 의원도 페이스북에 "유 전 의원이 확인되지 않은 언론 보도를 근거로 윤 대통령을 공격했다. 나가도 너무 나갔다"며 "현행 룰로도 가능성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면서 자신을 배제하려고 룰 개정을 한다고 덮어 씌우는 것은 피해망상"이라고 강조했다.
정우택 국회부의장 역시 YTN라디오 '박지훈의 뉴스킹입니다'에서 "윤 대통령께서도 한 분의 당원이기 때문에 사석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발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석에서 당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를 마치 당무에 개입한다고 해석하는 것도 저는 과도한 해석이라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윤 대통령이 당무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사례를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유 전 의원을 직격했다.
내년 3월 전후로 전당대회 시계가 빨라지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선 '전대룰 전쟁'이 심화하고 있다. 친윤계는 당원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현행 7대 3에서 9대 1 혹은 10대 0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초·재선 의원들이 각각 간담회를 열어 "당원 100%"에 뜻을 모으면서 당심 비율을 높이는 전대룰 개정에 힘이 실렸다.
이같은 움직임에 이준석 전 대표는 "심기 경호 20% 가산점도 부여하라"고 조롱했다. 그는 " 원래 정치권에서는 이상한 결과를 만들어내고 싶을 때 가산점 제도도 활용한다"며 "그렇게 차근차근 해나가면 총선에서 이기는 거 빼고는 다 마음대로 된다"고 했다.
초선의원들의 "전대룰 100%" 주장 속, 최재형 의원도 소수의견을 내고 있다. 그는 이날 저녁 페이스북에 "전일 초선의원 모임에서 당대표 선출방식 변경 '100% 책임당원'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며 "전당대회를 목전에 두고 룰을 바꾸는 것이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칠 것이며 우리 당의 단합에 도움이 될 것인지, 우리 당이 하나로 뭉쳐 치러도 쉽지 않은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신중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비대위는 이르면 다음 주 전당대회 룰을 100% 당원투표로 반영하는 개정안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국민의힘은 야당과의 예산안 협상을 마무리한 뒤 전대룰 개정안에 착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예산안 협상이 표류하자 "더 이상 늦출 수는 없다"는 기류가 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대룰을 하루빨리 매듭지으려는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의지 또한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비대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당원투표 100%로 가자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빠르면 다음주 비대위에서 전대룰에 관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할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비대위원도 "예산안 협상을 마냥 기다릴 수 없는 노릇"이라며 "곧 전대룰 개정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