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통해 "윗선 개입 있었다" 인정
신임 김기중 감독, 데뷔전 없이 물러나기로
김연경 말이 맞았다. 결국 흥국생명 배구단도 고위층 개입을 시인했다.
흥국생명은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배구팬들과 핑크스파이더스 선수단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먼저 구단의 경기운영 개입 논란, 감독 사퇴와 갑작스러운 교체로 배구와 핑크스파이더스를 아껴주신 팬들께 심려를 드리게 된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이로 인해 마음에 큰 상처를 받은 핑크스파이더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게도 머리 숙여 사과의 마음을 전합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최근의 사태는 배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경기운영 개입이라는 그릇된 방향으로 표현된 결과로써 결코 용납될 수도 없고, 되풀이되어서도 안 될 일임에 분명합니다”라며 “흥국생명 배구단은 앞으로 경기운영에 대한 구단의 개입을 철저히 봉쇄하고 감독의 고유 권한을 전적으로 존중할 것입니다. 구단의 굳은 의지가 단순히 구두선에 그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하겠으며,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경기운영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흥국생명 배구단의 문화를 재정립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흥국생명의 해명이 거짓이었음을 인정한 모양새다.
지난 5일 홈 GS칼텍스전 승리를 이끈 김연경은 취재진 앞에서 “윗선의 선수 기용 개입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경기에 앞서 ‘윗선 개입’에 대해 “선수 기용이 아니라 팀 운영에서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로테이션 문제가 있었는데 의견이 맞지 않았다. 그 부분에서 갈등이 있었던 것 같다”는 신용준 신임 단장의 해명을 뒤집는 발언으로 ‘거짓 해명’ 논란이 일었다.
예상대로 새 감독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
흥국생명은 윗선 개입에 대해 시인하는 보도자료를 내기 앞서 “지난 6일 흥국생명배구단 핑크스파이더스 감독으로 선임 발표된 김기중 감독이 심사숙고 끝에 최종적으로 고사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전했다.
흥국생명은 지난 6일 팀 분위기 수습을 위해 서둘러 김기중 감독을 선임해 발표했지만, 데뷔전조차 치르지 못한 채 감독직을 내려놓았다.
김기중 감독은 구단을 통해 “배구계 안팎에서 신뢰를 받아도 어려운 자리가 감독직인데, 여러 가지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현 상황이 부담이다. 지금 감독직을 수행하는 것이 그동안 노력해 준 선수단과 배구 관계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고사 이유를 밝혔다.
흥국생명(승점47)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11일 1위 현대건설(승점51)과 중요한 일전을 치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