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통한 ‘야구 세계화’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제3회 대회 우승팀 도미니카공화국 대표팀의 단장을 맡고 있는 넬손 크루스는 지난 29일 현지 방송에 출연해 “50명의 예비등록 선수 중 18명이 MLB 소속 구단으로부터 대회 참가 불가를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구단으로부터 차출을 거부당한 18명의 이름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예비명단에 있던 선수 중 3분의 1 이상이 출전할 수 없다면 기대했던 ‘드림팀’ 구성은 어렵다. 후안 소토(샌디에이고), 매니 마차도(샌디에이고),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라파엘 데버스(보스턴, 지명타자) 등의 모습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소식이 전해지자 아메리칸리그 홈런왕 출신의 게레로 주니어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18명 안에 내 이름은 없기를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한국과 일본도 구단 결정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하성(28·샌디에이고), 토미 에드먼(28·세인트루이스)은 소속팀의 스프링캠프 일정 때문에 3월초에나 대표팀에 합류할 전망이다. 이강철 야구대표팀 감독은 “메이저리거들이 연습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강력하게 출전 의지를 밝혔던 최지만은 지난해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상태라 구단이 차출 결정에 더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시기에 문제가 아니라 합류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오타니-다르빗슈 등 5명의 빅리거를 보유한 일본 야구대표팀의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메이저리거들이 좀 더 자유롭게 대표팀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해야 WBC의 출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며 WBC를 대하는 MLB 구단들 태도에 불만을 토로했다.
MLB에서 뛰는 선수들이 대거 참가하는 유일한 야구 국제대회인 WBC는 어느덧 5회째를 맞이하고 있지만, ‘3월 개최’에 따르는 태생적 한계와 매번 마주한다. WBC 대회 보다 시즌 성적에 무게를 두는 구단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차출 자체가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구단의 태도만 탓할 수 없다.
선발투수 투구수 제한까지 두고 있지만, 시즌 개막을 눈앞에 두고 있는 구단들은 ‘고액 연봉’ 선수들 차출을 꺼린다. 구단 입장도 수긍할 수 있다. 개막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에 국가대표로서 의욕 넘치게 뛰다보면 부상 위험이 높아지고, 무리하게 몸 상태를 끌어올리다 정작 개막 후 무너지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기 때문이다.
개최 때마다 논란이 되고 있는 WBC 개최 시기는 ‘차출 거부’ 이슈가 불거지면서 다시 한 번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