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집단행동에 '김기현 하락세' 우려에도
'안철수 돕는다' 소문에, 확실한 "NO" 신호
친윤 핵심 장제원·이철규 의원이 당권주자 안철수 의원을 향해 "윤심(尹心) 팔이"를 한다고 연일 비판하고 있다. '뒤에서 안철수를 돕고 있다'는 최근 정치권 소문 등에 대해 "NO"라는 확실한 신호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장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의원을 향해 "일부 후보 측에서 장제원 사무총장설을 퍼뜨리며 정치적 음해를 가하고 있다"며 "심지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저를 대통령의 뜻까지 왜곡하는 사람으로 낙인찍으려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의중이 자신에게 있다며 윤심을 파는가 하면, 김장 연대 균열을 운운하며 당심을 어지럽히는 모습이 금도를 넘었다"며 "가짜 윤심팔이를 하는 모습이 볼썽 사납다"고 안 의원을 겨냥, 다소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정치권에선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 두 사람이 일제히 안 의원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최근 안 의원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에 대해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장·이 의원을 필두로 친윤 주류측 의원들은 차기 당권주자로 김기현 의원을 지지하고 있다.
그동안 친윤계 의원들은 '이준석 전 대표', '나경원 전 의원' 등 자신들과 반대편에 서 있는 인사들을 향해 집단행동을 모아왔다. 최근 나 전 의원의 당권 불출마 선언에는 친윤계 의원들이 힘을 가하고, 초선 의원들이 전면에 나선 '불출마 요구 연판장' 등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나경원 집단린치'라는 표현이 나오는 등 당 안팎으로 친윤계 실력행사에 대한 반감이 작용하고, 이는 '안철수 지지율 상승'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는 해석이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장제원 의원이 전면에 나서면 나설수록 김기현 의원 지지율은 떨어지고, 안철수 의원 지지율은 상승했다"며 "오죽하면 '장제원이 김기현 X맨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핵관인 장·이 의원이 전면에 나서 안 의원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김 의원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지난달 김 의원 지지율이 안정권에 든 후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는 끝났다"며 무대 뒤로 사라졌던 장 의원이 다시 전면에 등장한 것은 진짜 이유가 따로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주 안 의원 지지율 상승세 이후, 최근 정치권에는 '장제원과 이철규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안철수와 손을 잡으려고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장 의원이 안 의원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우 전 의원에게 연락을 취했다는 사실이 공개된 이후 소문에 더욱 힘이 실렸다.
여기에 안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장제원·김영우' 통화사실을 거론하며 "김장연대나 윤심이 많은 게 사실과 다를 수 있지 않나"라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안 의원의 이 같은 공개발언은 '김장연대 균열'로 해석될 수도 있다.
장·이 의원과 가까운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장제원·이철규 의원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안 의원 때리기에 나서 김기현 의원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보다는, 정치권에 '안철수를 돕지 않는다'는 확실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 더 급선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 분열을 막고 자신들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벗기는 것이 더 중요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한편 '윤핵관 오해 불식'과 별개로 김정재·박수영 등 친윤계 의원들은 앞다퉈 안 의원 비판에 나섰다. 박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안 의원이 인수위 시절 24시간 잠적을 한적이 있고 (대통령이) 굉장히 분개하셨다"며 "나경원 케이스와 똑같다"고 했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김영우 전 의원을 향해 "현재 대통령직속기관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직을 맡고 있는 분이 특정 후보를 돕자고 당내 분란을 야기하고 대통령과 당을 이간하는 행태를 보인다"고 했다.
친윤계 의원들의 '안철수 파상공세'에 대통령실도 곧바로 화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안 의원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김영우 전 의원을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직에서 해촉했다.
비윤계 한 의원은 "일부 세력의 집단행동이 볼썽 사납다"며 "지나친 행동은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