曺, '호남 경쟁' 선거연대 영향 일축
'연대 압박·지지기반 확보' 전략 분석
'이삭줍기' 비판에도 정면돌파…
정치권, 호남 흔들 가능성은 미지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창당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혁신당이 더불어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경쟁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양당은 6·3 지방선거에서 선거연대를 구축할지 논의 중이지만, 혁신당은 '호남 경쟁·비호남 연대'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여당 일부에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지만, 혁신당 입장은 완고하다. 선거연대 압박부터 지지기반 확보까지 정략적 판단이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국 혁신당 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창당 2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지방선거에서 호남 경쟁을 본격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여권 일부에선 혁신당의 호남 행보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지만, 조 대표는 '호남 경쟁·비호남 연대' 원칙으로 지방선거를 치루겠다는 입장이다.
조 대표는 "혁신당은 일관되게 호남에선 경쟁을, 비호남에선 연대를 얘기해 왔다"며 "단순히 지역 때문이 아닌, 호남은 국민의힘이 당선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민주당과) 경쟁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우에 대한 정치적 심판과 축출이 6·3 지방선거 목표라고 생각하는 만큼, (호남 경쟁이) 목표에 전혀 지장을 일으키지 않는다"며 "서울과 부산은 혁신당과 민주당이 분열하면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연대) 입장을 일관되게 얘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그동안 민주당과 호남에서의 경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호남이 사실상 민주당의 '일극 체제'라는 점을 지적하며 각을 세우고 있다. 여권 지지 성향이 짙은 호남에서 대안 세력인 혁신당의 존재감을 부각해 지역 발전을 위한 범여권 정당 간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실제 호남에서 혁신당의 지지율은 민주당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소위 '안방 정치'를 혁신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 배경엔 호남 선거에서 소정의 성과를 낸 것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4·2 전남 담양군수 재선거에서 정철원 혁신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승리한 것과 여수시장 후보인 명창환 전 전남행정부지사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한 점이 조 대표의 자신감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현재 혁신당이 처한 호남 상황은 녹록지 않다. 호남 경쟁을 천명하고 있지만, 광주·전라에서 국민의힘보다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5~6일 무선 100% ARS 방식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4.0%)한 결과, 민주당 48.1%, 국민의힘 32.4%, 혁신당 2.8%, 개혁신당 2.6%, 진보당 1.3% 순이었다. 문제는 혁신당이 호남에서도 약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광주·전라'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75.3%, 국민의힘은 11.5%로 집계된 반면, 혁신당은 6.3%로 나타났다.(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 일부에서 나오는 반발도 문제다. 송영길 전 대표는 최근 혁신당의 호남 경쟁을 두고 '이삭줍기'라고 평가절하했다. 혁신당은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제로' 즉, 국민의힘의 선거 대패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영남보다 호남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는 민주당과 혁신당의 합당 논의에서도 불거졌던 문제다. 당시 여권 일부에선 "국민의힘 제로를 만들려면 대구·부산 등 보수세가 강한 지역에 공을 들이는 것이 맞지 않느냐"라는 불만이 나온 바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뉴시스
문제는 현재도 민주당 일부에선 혁신당의 호남 경쟁에 대한 불편한 인식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양당은 지방선거 이후 '연대·통합'을 위한 추진 기구를 각각 설치했는데, 당면 과제인 '선거 연대'에 대해선 일부 공감대만 형성한 채 미묘한 신경전만 이어지고 있다. 핵심은 선거 연대의 수준으로 민주당은 '윈윈(win-win) 연대'를, 혁신당은 '호남 경쟁·비호남 연대'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아직 양당에 마련된 '통합 추진위'가 선거 연대 논의를 본격화하지 않았지만, 호남을 둘러싼 경쟁이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혁신당은 선거 연대를 통해 국민의힘을 이기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호남에서 민주당과 '당 대 당'으로 경쟁하겠다는 것"이라면서 "22대 총선에서 활용한 우군이면서도 경쟁자로서 역할을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펼치겠다는 것인데, 호남의 경우 사실상 민주당을 견제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에 지난 총선과는 분위기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혁신당 입장에서도 호남 경쟁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혁신당이 자강을 강조하긴 하지만 낮은 지지율 때문에 지속 가능성은 풀어야 할 과제로 평가됐다. 민주당과의 합당이 돌파구를 마련할 방안으로 떠올랐지만, 이마저도 민주당 내 반발에 무산됐다. 특히 '당 대 당' 합당이냐, '흡수 합당'이냐 논쟁도 합당 사태 당시 쟁점 중 하나였다. 결국 지방선거 이후 합당 논의 국면에서 '당 대 당' 합당을 위한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선 이번 지방선거에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조 대표가 향후 대권을 향하기 위해선 정치적 지지 기반 확보가 절실한 만큼, 호남 지지는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요소로 평가된다.
그러다 보니, 조 대표는 송 전 대표의 '이삭줍기' 평가절하에도 호남에서의 경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가 호남에서 (혁신당을) 모두 빠지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내란 극우에 대한 정치적 심판과 축출이 지방선거 목표라고 생각하는 만큼, (호남 경쟁이) 목표에 전혀 지장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혁신당의 호남 경쟁에 대해 "민주당이 선거연대에 대해 뚜렷한 액션이 없기 때문에 압박용으로 호남 경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당이 선거연대를 추진하지 않을 것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민주당이 껄끄러워해도 호남에서 소정의 성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호남 분위기로 봐선 혁신당이 쉽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전북 등 일부 지역에선 성과를 낼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민주당 텃밭인 탓에 갈등이 생길 가능성도 있지만, 합당이 연기된 혁신당 입장에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정부의 지지율이 높은 상황인 탓에 혁신당이 호남에서 바람을 일으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혁신당이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여당에 대한 호남 여론이 흔들려야 하는데, 현재 민주당의 지지세는 견고하기 때문이다.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은 "선거는 구도와 전략, 바람인데, 바람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호남에서 민주당이 질타를 받아야 하지만 현재로선 바람을 일으킬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높고 호남도 민주당을 밀어줄 확률이 높은 상황이다. 호남이 이 대통령은 잘하지만 민주당은 잘하는 것 같지 않다는 여론이 생겨 '회초리'를 들 수 있지만, 이건 두고 봐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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