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과 비유로 범죄 특징, 수법 일목요연….
민주당 의원들도 세뇌될 ‘강의’ 수준
이재명, 韓 연설에 눈 감고 들을 뿐
‘식물 대표’ 레임덕 이제부터 시작
알만한 사람들에게, 이번 국회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 본회의에 쏠린 관심은 가(可)냐 부(否)냐 보다 더 흥미로운 것이 있었다.
법무부 장관 한동훈이 어떻게 창을 휘두를 것이냐였다. 이재명 체포안이야 부결될 것이 뻔하니 그거 구경이나 하자는 심리가 작용했다.
지난 노웅래 때 ‘부스럭’ 돈 받는소리 ‘특종’을 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또 그가 무슨 논리와 구체적 사실 공개로 거대 야당 대표 범죄가 확실함을 국회의원과 국민에게 호소할 것인지 침을 삼키며 기다린 것이다. 결과는 한동훈 연설도, 표결 결과도 기대를 넘은 것이었다.
찬성과 반대가 139-138, 1표가 더 체포 쪽에 많았다. 그리고 요망한 게 무효표 11개였다. 기권 9표야 늘 있었던, 중립 내지는 비겁한 침묵이라 하더라도 가인지 부인지 못 알아먹게 쓴 그 저의가 무엇이냔 말이다.
아무리 ‘이 아무개’를 지칭하는 이모와 ‘엄마의 자매’ 이모를 구분 못 하는 수준이라지만, 부(否)와 무(無) 글자도 제대로 못 쓰기야 하겠는가? 그래서 이건 고의적인 무효표 만들기로 보인다.
기권은 누구인지 드러나지만, 무효는 감춰진다. 개딸들의 색출 공세를 피할 수 있다. 그러면서 가결에 표를 보태는 것도 아니니 부결시키면서 가결 효과를 얻는다. 그들 말대로 ‘범죄자 당 대표’ 이재명에게 경고를 보내는 것이다.
비명(非 이재명)계 의원들이 암묵적으로 이런 작전을 사전에 짰을 수도 있다. 표결 직전 한동훈이 회기 중 현역 의원 체포동의안 요구를 한 정부 대표로서 보고한 내용에 영향(좋은 의미로 세뇌)을 받기도 했을 것이다.
말하자면, 울고(찬성하고) 싶은데 뺨을 때려 준 셈이다. 한동훈은 그럴 만한 능력과 사실(팩트) 증거를 갖추고 말하는 사람이다. 그는 설명을 국민에게 아주 잘하는, 유능한 기자와도 같다.
한동훈은 이날 설명 연설을 하기 며칠 전 맛보기 예고편을 보여 줬었다.
여기서 판사란 재판을 하는 판사가 아니다. 구속 영장 심사를 할 때도 판사가 하고 영장이 청구된 피의자는 그에게 구속의 부당함을 주장할 수 있다.
한동훈은 국민에게 그 과정을 설명하며 이재명을 할 말 없게 만든 것이다. 국회의 체포 동의는 바로 구속하자는 게 아니고 범죄 혐의가 있는 국회의원을 그 판사 앞에 서도록 하는 절차란 것을 그는 강조하고 싶었다.
이재명이 66분 동안 자기 입장을 밝힌 기자간담회는 검찰 수사가 재탕된 게 아니고(이전 수사는 문재인 검찰의 봐주기였으니까) 그 자신의 정치적 구호, 주장의 재탕이었다.
한동훈은 국회 ‘본영화’에서 핵심을 찌르는, 요약정리를 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잘 쓰는 설명문에 빠져서는 안 되는 양념, 즉 딱 맞아떨어지는 비유를 가미했다.
그는 ‘땅 짚고 헤엄치기’, ‘수험생이 시험 문제 직접 출제’라는 표현도 사용하며 의원들 마음을 흔들었고, 이재명은 그의 신랄한 ‘일타강사’ 강의에 눈을 감았다. 힘없는 실소가 그를 더욱 힘없이 보이도록 했다.
한동훈은 성남FC 건에 대해서는 인허가 장사, 흥정, 뇌물이라는 말로 시장의 지역 토착 비리 혐의를 질타하며 본회의장 맨 뒤에 앉아 있는 이재명이 차마 눈을 못 뜨도록 했다.
윤석열-한동훈 검찰을 일선에서 지휘하는 수장 이원석도 한동훈 못지않은 사건 특징 요약, 수사(修辭) 능력이 있다. 그 또한 ‘유능한 기자’다.
민주당 친명 방탄 원내 지도부는 “체포안 부결로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라고, 실패로 끝난 연극이 끝난 뒤의 메아리 없는 자위(自慰) 평을 했다.
비명계의 반란에 의한 ‘사실상 가결’은 이들 의원의 이재명 밀어내기 작업이 시작됐음을 뜻한다. 이로써 이재명의 레임덕은 시작됐고, 곧 ‘식물 대표’가 될 그를 한동훈과 이원석 검찰은 추가 수사로 더 거세게 몰아붙일 것이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