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 70%라더니, DSR 규제로 대출 막혀 '발 동동'
중대형 오피스텔, 주택이란 인식 확산
금융당국, DSR 산정 방식 개편 검토
특례보금자리론, 법 개정 사안…"단기간 해결 힘들 듯"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A씨는 2020년 초 3인 가족이 거주할 전용 84㎡ 규모 오피스텔을 3억1000만원에 분양받았다. 당시 같은 단지에 조성되는 아파트는 동일한 평형대 분양가가 4억원을 넘어선 반면, 오피스텔은 이보다 1억원가량 저렴했다. 취득세 부담이 컸지만, LTV(주택담보인정비율)가 70%까지 적용되고 주택으로 포함된다고 하니 그저 집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달 입주를 앞두고 A씨는 요즘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 입주 시점에 맞춰 2억원 정도 추가로 대출을 받을 생각이었지만 분양받을 당시 없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1금융권은 이용할 수 없어 2금융권으로 대출을 알아보니 감당해야 할 금리가 7.0~7.5% 수준이다. 단순 계산만 해봐도 1년에 이자만 1170만원, 월 상환액이 300만원을 훌쩍 넘었다. 우리 가족 들어가 살 집인데 오피스텔이라는 이유로 특례보금자리론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는단다. A씨는 정부 말만 믿고 덜컥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자신을 매일 자책하고 있다.
A씨처럼 집값 급등기에 주거용 오피스텔, 이른바 '아파텔'로 눈을 돌려 내 집 마련에 나선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주택으로 여겨 각종 과세 의무는 다했지만, 대출이 막혀 당장 치러야 할 잔금조차 마련하기 여의치 않아서다. 현 정부 들어 부동산 규제 완화 방안이 마련됐으나, 오피스텔은 제도 사각지대에 놓여 이렇다 할 혜택도 받을 수 없다.
8일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오피스텔 거주 가구는 약 71만가구로 1년 전 대비 13%가량 늘었다. 아파트 증가분 대비 4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당시 오피스텔 거주 비중이 크게 늘어난 데는 이전 정부의 역할이 컸다. 당시 정부는 주택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심 내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공급을 활성화해 수요를 분산하고자 했다.
아파트 진입장벽이 높은 탓에 내 집 마련 꿈도 꾸지 못하던 무주택자들은 규제 문턱이 낮은 오피스텔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후 시장에서 오피스텔은 투자보다 실거주 목적의 주택이란 인식이 확산했다. 특히 전용 59㎡ 이상 중대형 면적의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비슷한 주거 환경을 갖춘 탓에 신혼부부를 비롯한 3~4인 가구 실수요자들에게 인기였다.
오피스텔은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을 따른다. 업무시설로 분류돼 일반 아파트(1.1~3.5%) 대비 높은 4.6%(농어촌특별세, 지방교육세 포함) 취득세를 적용받는다. 하지만 주거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세법상 주택으로 포함돼 일반 주택처럼 과세 의무를 다해야 한다.
아파텔 소유주들은 이 같은 '이중잣대'를 해소해 달라고 입을 모은다. 주택처럼 각종 세금은 다 내는데, 정작 주택에 적용되는 대출 규제 완화나 정부의 특례보금자리론 등 혜택에선 철저하게 소외되고 있어서다.
오피스텔 시장이 위축되면서 아파텔 소유주들은 "대출은 안 나오고 팔고 싶어도 찾는 사람이 없어 팔 수도 없다"고 하소연한다. 오피스텔은 LTV가 최대 70%까지 가능했으나, 지난해부터 강화된 DSR 규제가 적용되면서 대출 한도가 대폭 줄었다.
오피스텔처럼 비주택담보대출의 경우 DSR 산정 시 실제 상환 기간과 관계없이 8년 만기 고정으로 계산된다. 만기가 짧아 DSR 비율이 높아지는 만큼 대출 한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가령 연소득 6000만원 차주가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2억원을 빌릴 때 DSR은 19.1%가 적용돼 추가 대출이 가능하지만, 해당 차주가 오피스텔 거주를 위해 2억원을 빌린다면 DSR은 49.65%가 적용돼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정부가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 중인 특례보금자리론 역시 주택법상 '주택'으로 한정하고 있어 오피스텔 소유주들은 신청할 수 없다. 이처럼 아파텔에 거주하는 실수요자들의 역차별 논란이 거세지자 금융당국은 주거용 오피스텔에 적용되는 DSR 산정 방식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한단 방침이다.
앞서 지난달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관련 문제가 제기되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DSR 산정 방식이 복잡한데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주거용 오피스텔 DSR 산정 방식은 금융당국의 개정만으로 가능해 별도의 법 개정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다만 특례보금자리론에 주거용 오피스텔을 포함하기 위해선 현행 한국주택금융공사법을 개정해야 해 현실적으로 어렵단 관측이 나온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오피스텔을 주거용과 상업용으로 구분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며 "제도 사각지대가 분명하지만 오피스텔이어서 받는 혜택도 있고,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단기간 문제가 해소되긴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주택 규제를 강화하다 보니 그에 따른 풍선효과로 수요자들이 오피스텔로 유입된 측면이 있는데, 제도 개선을 통해 실수요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면서도 "오피스텔이 주택으로 인정받으려면 법 개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 (걸림돌)"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