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농촌지자체에게는 남다른 의미"
올해 1월부터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고향사랑기부제를 시행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타지에 사는 사람이 고향이나 다른 지자체에 기부하면, 기부자에게 일정 비율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기부 받는 지자체는 기부액의 30% 범위에서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다.
10만 원 이하 기부는 100%, 10만 원 초과는 16.5%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어 10만 원을 기부하면 13만 원 상당(세액공제 10만 원, 답례품 3만 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개인만 기부할 수 있고, 1인 기부 한도는 연간 500만 원이다.
박정현 부여 군수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지역균형발전은 물론 일상생활 속 기부문화 정착의 초석이 될 제도라고 바라보고 있다. 특히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이 깊은 애향민을 통해 따뜻한 마음들이 모일 수 있는 기회로도 여기고 있다.
"부여 입장에서는 고향사랑 기부제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대도시 지역과는 조금 다릅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농촌 지자체와 고향 개념이 조금 약해요. 그런 의미에서 농촌에서 태어나서 자란 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사람들은 향수와 함께 고향이 잘 되고, 훌륭한 인재가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 조금 더 강하다고 생각해요. 그 마음이 고향사랑기부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1월부터 현재까지 부여군 고향사랑기부제는 200여 건의 기부가 이뤄졌으며 6000여만 원이 모였다. 박정현 군수는 부여군은 제도 시행 초기가 고향사랑기부제 안착에 중요한 만큼 많은 국민들이 고향사랑기부제를 알 수 있도록 여러 각도로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직은 홍보가 잘 되지 않았어요. 쉽게 이야기하면 고향사랑 기부제가 어떤 식으로 모아지고, 누가 얼마나 기부하는지, 어떻게 기부해야 하는지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죠. 아직까지는 사회적으로 활동하시는 분들이 알리려고 많이 힘써주고 있죠. 이게 현재까지의 성과 한계로 나타나는 걸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부여군은 제도를 조금 더 알릴 수 있는 방안과 이 기부금을 어떻게 사용하고 답례품으로 만족을 드릴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일본의 고향세를 벤치마킹한 정책이다. 박정현 군수는 일본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공정과 투명을 신념으로 고향사랑기부제를 이끄는 것 역시 하나의 목표다.
"일본에서 고향세 도입 4~5년 동안은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세금 공제의 불편함, 취지에 어긋난 답례품, 과열경쟁이 부작용 중 하나였죠. 일본처럼 우리도 자리를 잡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가장 우선돼야 하는 건 기부하는 분들의 편리입니다. 또 기부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공정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죠. 약속한 걸 지키지 못하면 무너질 수밖에 없어요. 우리는 차분하게 마라톤을 뛴다는 생각으로 페이스를 유지하려 합니다."
고향사랑기부제 기부는 온라인 고향사랑e음과 NH농협은행 접수창구에서 직접 기부를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온라인고향사랑e음은 이용하기 불편해 많은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박정현 군수는 기부자가 불편하지 않도록 하루 빨리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향사랑e음에서 기부부터 답례품 선택, 세금공제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디지털 취약자는 불편하고 어려울 수 있어요. 가입부터 본인인증까지 많이 까다롭더군요. 불편에 따른 기부 제약이 없어지도록 더 편리하게 시스템을 개선해야 합니다."
기부에 따른 답례품은 전국 최초 자립형 공동체 순환 화폐인 굿뜨래 페이 등 47개 품목을 준비했다. 박정현 군수는 자립화를 추구하며 공동체 연대감을 키우는 역할을 한 전국 유일의 공동체 순환 지역화폐 굿뜨레 페이를 답례품으로 선정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힘을 주겠다는 계획이다.
"자체 독자망을 만들어서 결제 수수료 없이 지역상품권 화폐를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굿뜨레 페이가 정착할 수 있었던 기본 구조는 다른 지역 화폐와 차별점이 있었어요. 다른 화폐들은 대부분 본인이 충전시켜 쓰고, 안 쓰고 싶으면 충전을 안 하면 돼요. 그런데 우리는 이걸 강제로 쓸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농민수당 같은 비용을 현금으로 안 드리고 지역 화폐로 드리겠다고 군민들께 의견을 물었고 여기에 합의를 해주셨어요. 그래서 지난 연말 기준 3000억 원을 돌파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했죠. 향후 굿뜨래 페이 고도화로 온라인 직거래 플랫폼 조성을 통해 기부자들이 온라인상으로도 굿뜨래 페이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신편사비백제사, 백제호자 미니어처, 백제금동대향로 오악사 미니어처, 정림사지 5층 석탑 미니어처, 백제문화유산 크리스탈 LED 조명, 살아 숨 쉬는 사비백제 팝업 북 등 백제의 고도 부여만이 만들 수 있는 답례품도 눈길을 끈다.
"국보 백제금동대향 공예품도 답례품으로 준비했습니다. 여행 오지 않더라도 부여를 생각할 수 있는 물건이죠. 신편사비백제사라는 백제 역사를 집대성한 책도 답례품으로 내놨습니다. 전국의 백제 역사를 가르치는 교수님들을 모아 만든 3권의 책이죠. 백제가 신라에게 멸망 당한 국가다 보니 승자의 관점으로 왜곡된 부분이 많아요. 그래서 백제인 입장에서 주체적인 시각을 가지고 새로운 관점을 적립하고자 출판한 책입니다."
농산물, 공예품 뿐만 아니라 백제문화제 때 진행되는 역사 뮤지컬에 초대한다거나, 뮤지컬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르기 하는 등 무형의 답례품으로 확장시키는 방향도 구상 중이다.
"기부하신 분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드리는 거죠. 백제문화제 뿐만 아니라 부여 출신 명사들과의 만남, 프로그램 등도 계획할 수 있고요."
박정현 군수는 현재까지 고향사랑기부제를 진행하며 느낀 개선, 보완점도 밝혔다.
"이름이 고향사랑기부제인데 정작 고향에 주소지를 뒀다는 이유로 기부를 못해 아쉬워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제도적으로 강제 기부를 막기 위한 것이었지만, 제 생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향에 보탬이 되고 싶어 하는 분들이 있다면, 소액으로 기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는 건 어떨까 싶었습니다."
고향사랑기부제 기부금은 사회적 취약계층 지원, 청소년 육성·보호, 지역 주민의 문화·예술·보건 등의 증진, 시민 참여, 자원봉사 등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 그 밖에 주민의 복리 증진에 필요한 사업 추진 등에 사용할 수 있다. 박정현 군수는 고향사랑기부금이 부여의 오랜 숙원사업에 쓰일 수 있도록 검토 할 예정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자체 중심이 특징이라 해당 지역의 필요한 것들을 기부금이 통로가 될 수 있다는게 특징입니다. 그냥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게 아니라 부여군에서 오랫동안 해야 할 일들이 있는데 진행되지 못했던 것들에 고향사랑기부제 기금을 사용하면 어떨지 생각 중입니다. 부여는 신동엽 시인, 김인중 신부님, 유홍준 문화재청장 등 문화예술인이 많이 배출된 지역인데 이들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요. 그래서 문화회관 설립이 꼭 해야 하는 중요한 사업 중 하나입니다. 문화회관을 짓는데 3~400억 원이 투입됩니다. 그런데 국비는 얼마 되지 않아요. 나머지는 지자체 예산으로 지어야 합니다. 고향 사람들의 합의만 있다면, 고향사랑 기부제를 통해 훌륭한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고향사랑기부제 기금사업은 지역의 담론을 거쳐 부여군 역점 사업, 지역공동체와의 협업이 될 수 있는 부여형 기금사업이 되도록 발굴해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