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금리차, 최대 1.75%P 될수도
"내달 금통위서 0.25%P 상향 전망"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p) 인상)'을 시사했다. 이에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예상보다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을 선택했던 한국은행도 추가 인상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과 환율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이 다음달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공격적 금리 인상을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영향이다.
앞서 파월 의장은 지난 7일(현지시각) 상원 청문회에서 매파적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최근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는 최종 금리 수준이 이전 전망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빅 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해석했다. 실제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상·하원 청문회 이후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0.50%p 인상할 가능성을 74.9%로 예측했다. 오는 5~6월에는 각각 0.25%p 추가 인상해 최종 금리가 5.75%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 연준의 '빅 스텝'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지게 된다. 미 연준이 오는 21~22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5%p 올리면 한국(3.5%)과 금리 격차가 1.75%p로 벌어진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4.5~4.75%다.
미 긴축에 대한 우려로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원화 약세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29원까지 상승하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지난달 초(1231.3원)와 비교하면 100원 가까이 올라선 수준이다.
이에 한은이 외국인투자자의 자금 유출과 환율 방어를 위해 다음달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소폭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23일 한은이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전날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브리핑에서 "미 연준 금리에 기계적으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연준의 금리 정책 향방이 환율, 자본유출, 물가 등에 미치는 영향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기준금리 정점에 대한 기대가 한국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정당화할 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의 기준금리가 3.75%로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다음달 한은은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