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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난 친환경④] 소비자 외면·짝퉁 활개…허점 드러낸 DPF, 재정비 필요


입력 2023.03.11 07:00 수정 2023.03.11 07:0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2005년 이후 DPF 지원 46만 대

소비자 불만에 가짜 필터까지 유통

“낡은 차 부활 아닌 폐기 유도해야”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점검 중인 경유자동차 모습. ⓒ뉴시스

소비자 불편에 이어 최근 가짜 필터 논란까지 일으킨 노후 경유차 매연저감장치(DPF) 지원 사업을 재점검하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2005년부터 배출가스 5등급(일부 지역 4등급) 이상 노후 경유차에 DPF 설치를 유도하고 있다.


디젤 미립자 필터(Diesel particulate filter)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DPF는 자동차에서 배출하는 매연을 필터에서 한 번 거르고, 걸러진 찌꺼기를 500℃ 이상 고온에서 태워 배출가스를 줄이는 장치다.


현재 환경부는 5등급 차량이 DPF를 설치할 경우 전체 비용의 90%를 지원한다. 지원 금액으로는 승용 기준 약 450만원 정도다. 제도 시행 이후 현재까지 DPF 지원을 받은 차량은 약 46만 대에 이른다.


문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DPF 관련 이용자 불만이 커진다는 점이다. 우선 장착 과정이 복잡하고, 번거롭다. 환경부에서 일부 보조하지만 유지·보수비용도 많이 든다. 무엇보다 영업용 대형 차량은 DPF를 달면 연비와 출력이 떨어지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일부 화물차 운전자들은 임의로 DPF를 떼어 내기도 한다.


DPF 지원을 받은 경우 2년간 폐차를 할 수 없다. 조기 폐차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것도 소비자로선 아쉬운 대목이다. 이 때문에 DPF를 장착한 운전자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DPF 제작사 가운데 하나인 A 업체가 가짜 DPF 필터를 만들어 유통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연비와 출력이 떨어진다는 소비자 불만이 커지자 아예 매연저감 기능이 없는 가짜 필터를 생산해 장착하기 시작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 2만 대 이상 차량이 A 업체가 만든 가짜 필터를 달고 운행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A 업체가 불량 DPF 단속을 해왔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환경부는 현재 DPF 단속을 B 협회에 위탁 중인데 A 업체도 협회 소속이다. 결과적으로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겨온 셈’이다.


2021년 3월 서울, 인천, 경기, 충남 지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 중인 서울 양천구 궁동터널 인근에서 공무원들이 자동차 배출가스 단속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제도 시행 20년이 가까워지면서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자 전문가들은 DPF 지원 사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시기라고 지적한다.


감사원에서도 제도 부실을 지적한 바 있다. 감사원은 지난 2020년 환경부가 DPF 부착 차량 성능검사를 의무화하면서도 검사를 받지 않거나, 부적합 판정을 받은 후 재검사를 받지 않는 차량에 대해 관리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배출가스 검사 자체가 미흡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DPF 제도 자체를 축소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부 정책 최종 방향이 자동차 배출가스 감축이라는 점에서 노후 경유차 운행을 계속 유도하는 DPF 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DPF 지원보다는 차라리 조기 폐차 지원금 확대 등을 통해 도로 위를 달리는 노후 경유차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환경부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 DPF를 많이 달때만 하더라도 차를 폐차하면 대안이 없었다”며 “이제는 유로6 등 디젤차도 좋아졌고, 친환경 차도 늘어서 (DPF) 관련 정책도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공감했다.


그는 “(DPF 지원은) 내연기관 수명을 연장하는 거라서 그것보다는 조기 폐차를 지원해 오래된 차를 퇴출하고 친환경 차로 교체를 유도하는 게 맞다”며 “우리도 DPF 사업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끌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다만 영업용과 같이 생계형 차량이나 폐차 후 차를 다시 마련하기 힘든 계층을 위해 DPF 제도를 완전히 폐지할 수는 없다고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큰 방향은 DPF 지원보다 조기 폐차로 유도 중”이라며 “(폐차할) 상황이 도저히 안 되는 사람들 그런 수요 정도 맞추는 방향으로 최소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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