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팀은 졌지만 허웅(전주KCC)의 투혼은 빛났다.
전주KCC(정규리그 6위)는 5일 잠실학생체육관서 펼쳐진 ‘2022-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6강 PO(5전3승제) 2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서울SK(정규리그 3위)에 92-98 역전패했다. 시리즈 2연승을 달린 서울SK는 1승만 추가하면 4강 PO에 진출한다.
전주KCC는 허웅-라건아-김지완 등의 공격이 터지면서 3쿼터까지 75-60으로 크게 앞서나갔다. 그러나 4쿼터 들어 허일영의 3점슛과 김선형을 막지 못해 88-88 동점을 허용했다. 연장전 라건아가 퇴장으로 물러나면서 서울SK에 흐름을 내준 전주KCC는 끝내 패배를 막지 못했다.
역대 6강 PO에서 1·2차전 승리팀은 모두 PO에 진출했다. 2패에 몰린 전주KCC는 어려운 길을 걷게 됐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부상과 감기몸살 여파 등으로 완전한 몸 상태가 아닌 허웅이 1차전과 달리 확실하게 살아났다.
부상으로 두 달 가까이 이탈했던 허웅은 지난달 26일 복귀전에서 25분11초 뛰면서 13점(3점슛 3개)을 기록했다. 6강 PO를 준비하던 지난달 29일에는 감기몸살에 걸려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우려대로 벤치에서 출발한 1차전에서 허웅은 SK의 압박수비와 집중견제를 극복하지 못한 채 4점(17분 57초)에 그쳤다.
비록 팀은 졌지만 2차전에서 투혼을 불사른 허웅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서울SK가 달아나려는 분위기에서 3점슛 2개를 꽂으며 팽팽한 흐름을 이어갔다. 2쿼터 12점 포함 전반에만 15점을 넣은 허웅 활약에 힘입어 동점 상태에서 후반을 맞이한 전주KCC는 3쿼터에만 무려 30점을 몰아넣었다.
4쿼터에서 서울SK가 무섭게 추격하자 허웅은 몸을 아끼지 않는 과감한 돌파로 득점을 올렸다. 전반에 비해 후반 야투율이 떨어지긴 했지만 연장에서도 4점을 올린 허웅은 경기 전 전창진 감독 계획과 달리 무려 39분 이상 소화하는 투혼을 보여줬다.
허웅이 살아나면서 전주KCC 경기력도 1차전에 비해 크게 나아졌다. 선발 출전하 5명의 선수가 고른 활약을 보여주며 88점을 찍었다. 6강 PO에서 1·2차전 내준 팀이 상위 라운드로 진출한 경우는 한 차레도 없다. 확률 0%다. 역사적 통계나 체력적인 면에서도 연패에 빠진 전주KCC가 불리한 상황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허웅이 살아났고 열성적인 응원을 등에 업을 전주에서 3차전을 치른다는 것은 큰 힘이다. 서울SK 선수들도 전주의 농구 열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KBL 아이돌’로 불리는 허웅이 합류하면서 전주KCC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잠실학생체육관에서도 SK 홈팬들 응원에 밀리지 않을 정도다. 홈 전주라면 더하다.
0% 확률에 도전하는 KCC가 전주의 힘을 등에 업고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