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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주술" "패륜적 범죄"라더니…이재명 부모 묘 훼손 사건 '대반전'


입력 2023.04.07 00:00 수정 2023.04.07 00:00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알고 보니 문중의 선거 도움 주려는 '기 보충'

범죄로 몰아세운 李·민주당 향한 비판 나와

李, 논란 커지자 "해당 수사당국의 선처 요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모 묘소 훼손 사건이 대반전을 맞이했다. 이 대표의 문중 인사들이 이 대표를 돕기 위해 '기(氣)'를 보충하는 의식을 행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흑주술' 또는 '저주'라고 했던 이 대표, '패륜적 행태'라며 분개한 민주당이 다소 민망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6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전남 강진군에서 고려청자를 연구하고 있는 이모(85)씨는 "지난해 6월 1일 지방선거 3일 전인 5월 29일 문중 인사들과 함께 경북 봉화군의 이 대표 부모 묘소에서 기 보충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2004년 전남도로부터 청자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아 도공을 양성하고 있으며, 풍수지리 전문가로도 활동하는 지관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대표 선대 묘는 기가 많았으나, 이 대표 부모 묘소는 방향이 잘못돼 기가 약하다고 진단했다"며 "강진 고려청자가 생산됐던 강진군 대구면에서 돌덩이 6개를 가져가 '날 생(生)', '밝을 명(明)', '기운 기(氣)' 한자를 새겨 봉분 가장자리에 묻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생명기는 신명스러운 밝음, 밝은 기운이 모이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졌다"라며 "10년 전 특허청에 생명기 상표등록을 마쳤고 다른 곳에서도 기 보충 처방을 한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행위를 이 대표에게 알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선거가 임박했고 함께 간 문중들도 이 대표와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을 몰랐다"며 "좋은 취지로 했으니 나중에 이 대표에게 알려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이 대표가 뒤늦게 이런 내용을 알고 경찰까지 수사를 한다고 해 무척 당황스럽다"며 "경찰에서 연락이 오면 사실대로 진술하겠다"고 했다. 이씨는 수사 후 돌을 빼내 이 대표 부모 묘소의 기가 다시 빠지고 있으니, 해당 돌을 다시 넣어줬으면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 12일 부모 묘소가 훼손되고 한자가 적힌 돌이 묻혀 있었다며 페이스북에 공개한 사진 ⓒ이재명 페이스북

이재명 대표 부모 묘소 훼손 사건은 이 대표가 지난달 12일 페이스북에 현장 사진을 공개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당시 이 대표는 "후손들도 모르게 누군가가 무덤 봉분과 사방에 구멍을 내고 이런 글들이 쓰인 돌을 묻는 것은 무슨 의미냐"며 "봉분이 낮아질만큼 꼭꼭 누르는 것은 무슨 의미겠느냐"고 물었다. 구멍에 묻혀있던 돌에는 생(生), 명(明) 등의 한자가 적혀있고, 흐릿한 나머지 한 글자는 기(氣)로 추정됐다.


이 대표는 3시간여 뒤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일종의 '흑주술'로 무덤 사방 혈 자리에 구멍을 파고 흉물 등을 묻는 의식으로 무덤의 혈을 막고 후손의 절멸과 패가망신을 저주하는 '흉매'라고 한다"고 단정했다. 이어 "흉매이지만 함부로 치워서도 안 된다는 어르신들 말씀에 따라 간단한 의식을 치르고 수일 내 제거하기로 했다"며 "나로 인해 저승의 부모님까지 능욕당하시니 죄송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민주당도 즉각 논평을 내고 '테러'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임오경 대변인은 이 대표가 의혹을 제기한 날 논평을 통해 "사자(死者)에 대한 테러다. 제1야당 대표를 공격하기 위해 돌아가신 분들의 묘소마저 공격하는 패륜적 행태"라며 "테러에 주술적 수단까지 동원됐다는 점이 경악스럽다"고 주장했다. 임 대변인은 "수사당국은 즉각 이런 테러가 누구에 의해 저질러졌는지, 배후에 누가 있는지 밝혀내길 바란다"고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다음날 해당 사건을 '패륜적 범죄'로 규정하며 "배후세력을 밝혀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얼마나 두려우면 대표 부모님 산소에까지 찾아가 구멍을 파고 흉물스러운 물건을 집어넣고 저주의 글자까지 써놓았겠나"며 "일제 강점기 말뚝박기를 연상하게 한다. 자손 대대에 저주를 퍼붓는 이런 패륜적 범죄는 반드시 범인을 색출하고 그 배후세력을 밝혀내야 한다. 경찰·검찰의 수사를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경북경찰청 전담수사팀이 3월 13일 경북 봉화군 명호면에 소재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양친 묘소에서 현장 검증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표 부모 묘소 훼손 사건의 '반전'이 드러나자, 정치권에서 이 대표와 민주당이 섣불리 흑주술로 단정짓고 범죄로 몰아세웠다는 비판이 나왔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부모님 묘소에 흑주술을 행하면서 자신을 저주했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이 대표 문중에서 이 대표의 기를 보충하기 위해 '생명기'를 새긴 돌을 넣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며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고 비꼬았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 대표의 '기본소득론'을 비판했다가 징계 처분을 받고 탈당한 이상이 제주대 교수도 이날 페이스북에 "이 대표는 흑주술·절멸·패가망신·저주·흉매 등의 과격하고 끔찍한 표현들을 구사하면서 묘소 훼손을 정치적 반대자들의 소행으로 암시했다"며 "사건의 전말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은 채 부모의 묘소가 참혹한 일을 당했다며 정치적 반대자들을 공격하고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소재로 활용했던 부분에 대해 국민들께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 대표는 유감을 표하면서도 해당 수사당국의 선처를 요청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부모님의 묘소를 훼손하는 행위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벌어져서는 안될 일이다.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정치를 한다는 이유로 돌아가신 부모님께 불효를 저지른 것 같아 죄송하고 가슴 아프다"고 밝혔다.


이어 "더이상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다만 복수난수(覆水難收·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라 했으니 악의없이 벌어진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수사당국의 선처를 요청한다"고 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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