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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버티던 송영길, 왜 '조기 귀국'으로 입장 선회했나


입력 2023.04.22 01:00 수정 2023.04.22 05:43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나완 상관없는 일"

당 지도부 귀국 요청에도 미온적 태도 보여와

당내서 '압송' '제명' 주장 나오는 등 불만 폭발

"순전히 정치적 판단으로 돌아오길 결심한 듯"

프랑스에 체류 중인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현지시간) 파리경영대학원 앞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송영길 전 대표가 오는 2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힌 뒤 귀국할 방침이다. 그간 "나와는 상관없는 일" "잘 모른다" 등 해당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해오고, 당 지도부의 조기 귀국 요청에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태도를 보여온 점을 놓고 본다면, 기류 변화가 이뤄진 셈이다. 자신을 향한 정계 은퇴 요구까지 나오는 등 당내 압박 수위가 최고조에 달해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송 전 대표는 22일 기자회견을 마친 뒤 귀국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해 12월 파리경영대학원(ESCP) 방문 연구교수 자격으로 프랑스에 간 송 전 대표는 올해 7월 귀국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한 녹취록이 연일 공개되는 등 자신을 향한 책임론이 거세지면서 귀국 일정을 앞당기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송 전 대표는 지난 19일까지만 해도 "오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말씀드리겠다"며 조기 귀국 가능성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돈봉투 의혹'에 대해서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개인 일탈'이라며 본인과는 상관없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그러는 사이 당내에서는 송 전 대표를 향한 불만이 폭발했다. 송 전 대표와 관련된 일로 당이 위기를 맞았는데, 정작 본인은 '나 몰라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송 전 대표가 파리에서 현지 취재진들과의 질답 과정에서 내내 미소를 띤 것도 당내 분위기에 기름을 들이부었다는 반응도 나왔다.


전날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송 전 대표가 조기 귀국해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물론, 송 전 대표를 파리에서 데려와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송 전 대표 제명, 정계 은퇴 요구도 나왔다.


우상호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송 전 대표) 캠프에서 벌어진 일을 그럼 본인이 제일 잘 조사할 수 있지, 누가 조사할 수 있겠느냐"라며 "진상조사를 위해서 귀국하라는 것이지 왜 귀국하라고 하느냐"고 말했다.


당시 전당대회에서 송 전 대표에 0.59%p차로 패배한 홍영표 의원은 "대표의 대국민 사과 이후에도 당과 당사자의 책임 있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제 생각을 밝히고자 한다"며 송 전 대표의 책임 있는 자세와 당 혁신 등을 주문했다.


당 지도부도 '송영길 책임론'을 집중 제기하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송 전 대표는 즉각 귀국해 의혹을 낱낱이, 분명히 실체를 밝혀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게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국민과 당에 대한 기본 도리"라며 "이런 의원들 뜻을 프랑스에 있는 송 전 대표도 충분히 감안해 향후 본인 입장이나 또는 행동을 취해 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22년 9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송영길 상임고문의 발언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일각에서 당 지도부의 송 전 대표 현지 기자회견 무마설 나까지왔다. 송 전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당과 조율이 되지 않은 메시지를 발신한다면, 부담이 더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표는 이날 "당에서 기자회견을 하지 말라고 요구한 게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송 전 대표가) 조기 귀국해 입장을 밝히는 게 좋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했다.


송 전 대표가 조기 귀국으로 입장을 선회한 건, 이러한 당내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이날 'YTN 뉴스라이브'에서 "지금 당장 정계은퇴를 한다 이런 생각은 안 할 것이고, 정치는 그래도 계속하겠다는 희망을 가지려면 자신의 뿌리가 자신과 손절하려고 하는데 손을 내밀지 않고는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담보할 수 없지 않겠느냐"며 "검찰에 대한 방어의 판단이 아니라 순전히 정치적인 판단으로 돌아오기를 결심한 게 아닐까 싶다"고 분석했다.


서용주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연합뉴스TV 방송에서 "송 전 대표가 이 전 부총장에 대해 '개인적 일탈'이라고 했는데, 돈봉투 의혹에 대한 일탈이 아니라 이 전 부총장이 재판을 받는 게 사업가로부터 10억원 상당을 차용했는데 갚지 않았다는 부분이지 않나"라며 "송 전 대표는 그 얘기를 한 건데 돈봉투 사건을 두고 일탈로 얘기한 걸로 비춰져서 (오해 불식을 위해) 빨리 들어와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당 일각에서는 송 전 대표의 귀국만을 기다리는 대응에 대한 불만이 표출됐다. 송 전 대표와 당권 경쟁을 했던 우원식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송 전 대표의 기자회견과 귀국만을 기다리는 듯한 지금 당 상황이 너무 한가해 보인다"며 "송 전 대표의 입장 표명과 관계없이 지도부와 전체 의원 모두가 엄중함을 함께 공유하고 능동적 수습 논의가 필요하다"고 비상의원총회를 제안했다.


이소영 의원도 KBS라디오에서 "이번 사건을 민주당이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정치적 명운이 걸려 있다"며 "엉터리로 대응하면 당이 간판을 내릴 각오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장은 당 차원 조사는 하지 않는다는 지도부 방침을 두고 "귀를 의심했다"며 "(당 소속 의원) 169명 전체를 전수조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긴급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어 송 전 대표 거취 문제를 논의한 결과 '기자회견 내용에 따라 대응한다'는 입장을 재차 정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회의의) 결론은 송 전 대표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이에 맞게 대응하자는 것으로 축약할 수 있다"며 "대부분 예상하는 내용들이고, 확인되지 않는 것들도 있어 나온 내용을 다 공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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