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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로그인] ‘애물단지’ 지하수에 가치 더했더니 ‘보물단지’ 됐다


입력 2023.05.01 07:00 수정 2023.05.01 07:0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환경부, 지하수 활용 정책 적극 개발

극심한 가뭄 속 단비 역할 ‘저류댐’

버려질 물에 경제성 입힌 ‘유출수 활용’

자원 재이용 탄소중립에 ‘물 복지’까지

환경부가 지하수 저류댐을 활용해 전라남도 완도군 보길면 보길 저수지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환경부

최근 세계는 급변하는 물결 속에 다양한 생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 감염병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한 비대면 문화 확산, 디지털 첨단 기술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 등 저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공기관 역점 사업에 관한 관심은 크게 줄어든 상황입니다. 데일리안이 기획한 [D:로그인]은 공공기관의 신사업을 조명하고 이를 통한 한국경제의 선순환을 끌어내고자 마련됐습니다.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로그인]처럼 공공기관이 다시 한국경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지하수(地下水)는 땅 밑을 흐르는 물이다. 비나 눈, 우박 등이 스며들어 만들어진다. 지하로 흐르다 보니 눈에 쉽게 보이지 않는다. 어떤 경우 애물단지가 되기도 한다. 도로 공사 과정에서 지하수는 싱크홀과 같은 지반 붕괴나 건물 침하 원인이 된다. 건축 공사 터파기 때 발생하는 지하수 역시 공사를 방해하거나 일정을 지연시키는 골칫거리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지하수는 그동안 이용 가치를 낮게 평가했다. 과거에는 우물을 파 생활용수로 썼고, 요즘에는 농업이나 공업용수로 일부 쓰는 정도다.


다만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가치는 달라진다. 지하수는 지구 전체 민물(담수)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수량이 많다. 물이 잘 마르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개발 비용도 지표수보다 저렴하다. 수질 측면에서도 비교적 우수하다. 미국에서 지표수 대신 지하수를 수돗물로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은 이유다.


국내 경우 지하수 활용률은 다소 떨어진다. 수돗물도 강이나 댐과 같은 지표수를 대부분 이용한다. 일부 농·공업용으로 쓰는 정도다.


전남 완도군 보길면에 설치한 지하수 저류댐 내부 모습. ⓒ환경부
극심한 가뭄에 존재감 빛낸 ‘지하수 저류댐’


환경부는 최근 지하수 활용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극심한 가뭄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지하수 가치를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업이 지하수 저류댐이다. 지하수 저류댐은 말 그대로 땅속에 소규모 댐을 만드는 것이다. 땅 밑에 보를 만들어 지하수를 가두고, 그렇게 모은 물을 활용해 각종 용수로 쓴다.


지하수 저류댐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다. 1981년 전국에 극심한 가뭄이 닥쳤을 때 농업용으로 설치한 게 최초다. 생활용수로는 이보다 17년 늦은 1998년 강원도 속초에서 처음 시도했다.


이후 20년이 지난 2018년부터 환경부가 도서(섬)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해 올해까지 인천광역시 옹진군 대이작도와 전라남도 영광군 안마도, 완도군 보길도에 설치·운영 중이다.


가장 대표 사례는 최근 준공한 완도군 보길면(도) 저류댐이다. 주민 약 8000여 명이 거주하는 보길면은 최근 가뭄이 지속하면서 1일 급수 6일 단수라는 최악의 상황을 겪었다.


보길도 저류댐은 애초 하루 1000t의 지하수를 끌어올려 주민 생활용수로 쓰기 위해 만들었다. 하지만 가뭄이 극심해지면서 최근에는 일 최대 4000t의 지하수를 모아 주민에 공급했다. 지난해 12월 26일 가동을 시작한 이후 4월 24일까지 9만523t의 용수를 제공했다. 이는 주민들이 약 36일(하루 2500t 기준)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저류댐 장점은 극심한 가뭄에도 일정량의 물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하수는 지표수와 달리 빠르게 증발하지 않는 덕분이다.


강이나 바다로 그냥 흘러 나갈 물을 이용하기 때문에 없던 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점도 저류댐 사업 특징이다. 과거 가뭄대책은 남아 있는 물을 어떻게 아껴 쓰느냐를 고민해야 했는데, 지하수 저류댐은 관리 대상에서 빠져 있던 물을 새로 공급해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낸다.


이 밖에도 ▲지상(地上) 환경 파괴가 적다는 점 ▲일반 댐과 달리 수몰 지역이 없는 것 ▲보상비가 적어 사업 추진이 비교적 쉬운 점 ▲건설 기간이 짧은 점 ▲사업 위치에 따라 맞춤형 규모로 댐을 지을 수 있다는 점 등이 강점이다.


지하수 저류댐 모식도. ⓒ환경부

다만 저류댐 설치 이후 댐 하류 지하수위에 영향을 미칠 우려는 있다. 이에 환경부는 사전 모형화(모델링)를 통해 저류댐 하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안전한 취수량을 산정해 댐을 설계·시공한다. 저류댐 상·하류에 관측정을 설치해 수위 변화도 계속 살핀다.


지하수 저류댐 가치를 확인한 환경부는 올해부터 사업을 본격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상시 가뭄으로 고통받는 내륙 산간 지역이나 도서 지역을 중심으로 소규모 거류댐을 늘릴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경상남도 통영시 욕지도와 인천시 옹진군 덕적도는 올해 안으로 설계를 마무리하고 내년에 착공을 예정하고 있다. 욕지도와 옹진군 외에도 설계 예정 지역만 10여 곳으로 환경부 ‘제4차 지하수관리기본계획’에 따르면 향후 지하수 저류댐 설치가 가능한 곳(유망지)은 79개소에 이른다.


환경부는 올해 말까지 해당 유망지를 대상으로 우선순위 설정, 적정성 분석 등을 통해 ‘지하수 저류댐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할 예정이다.


저류댐 설치 대상지는 해당 지역 용수 공급 현황과 물 이용 여건, 지형·지질 등을 검토해 예비 후보지를 발굴한다.


예비 지점은 다시 충적층(굳지 않은 퇴적층) 면적과 두께, 구성 물질, 하상 경사(Slope of River Bed), 폭 등을 살핀다. 사업지 주변 인구와 용수 수요량, 제한급수 정도, 가뭄 피해, 지방자치단체 계획을 검토하고 실제 댐 건설에 필요한 지형 경사도, 형태, 차수 시설 길이, 시설물 분포 현황 등을 종합 고려해 결정하게 된다.


환경부는 “어떻게 보면 우리가 사용하지 못한, 사용할 수 있었지만 사용하지 않았던 가치를 새로 발견한 것”이라며 “지하수 저류댐이 많은 양은 아니지만, 꼭 필요한 곳에는 유용하게 쓰일 수자원을 공급하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유출 지하수를 활용해 노면 청소를 하는 모습. ⓒ
연간 1억4000만t 유출 지하수, 89% 그냥 버려져


지하수 저류댐이 가뭄 대응에 유용한 사업이라면, 버려지는 지하수를 활용하는 유출 지하수는 산업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큰 정책이다.


유출 지하수는 도심 내 대형 건축물이나 지하철, 터널 등 공사에서 발생하는 지하수를 대체 수자원으로 활용하는 사업이다. 2001년 ‘지하수법’을 통해 유출 지하수 이용 근거를 마련했으나, 실제 활용은 2020년부터 활발해졌다.


유출 지하수는 공사가 끝나도 계속 배출된다. 앞으로도 각종 크고 작은 공사가 계속되는 만큼 유출 지하수는 지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막대한 유출 지하수 대부분(89%)이 하천 등으로 그냥 버려지는 실정이다 보니 환경부가 자원 재이용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연간 전국에서 발생하는 유출 지하수는 1억4000만t에 이른다. 하루로 따지면 38만t이 넘는다. 광주광역시 전체 인구(약 143만 명)가 하루에 쓰는 물이 45만t 내외라는 사실과 비교하면 얼마나 방대한 양인지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유출 지하수는 주로 도로 노면 청소나 조경수 관리에 쓴다. 소방·청소용, 화장실에도 사용하는 데, 환경부는 앞으로 소수력 발전과 냉·난방까지 사업을 키워갈 계획이다.


환경부는 “지하수는 지표수보다 안정적 수량, 양호한 수질, 일정한 온도 등 훌륭한 특성을 가졌다”며 “특히 물이 가지는 에너지는 위치와 운동, 열 등 다양한데 어떤 에너지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활용처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유출 지하수 활용 사업 안내도. ⓒ환경부

환경부는 지난달 24일 서울특별시, 부산광역시, 한국수자원공사 등 5개 기관과 유출 지하수 활용 협약을 체결했다. 이들 기관에서 유출 지하수를 활용할 수 있는 대상지만 30곳에 달한다. 수량으로는 하루 약 1만9000t 정도다.


환경부는 유출 지하수를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관계 기관과 함께 고민하고,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기 위한 시범 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올해는 서울 영등포구 샛강역 근처 자매공원과 부산 감천나누리파크(한국남부발전)에서 초소수력 발전, 냉난방, 쿨링포그 등에 유출 지하수 활용 사업을 진행한다.


환경부는 시범 사업을 통해 유출 지하수 활용 가치를 재확인하고, 향후 민간 기술과 창의력을 더해 산업적 가치도 키울 계획이다. 민간에서 유출 지하수를 활용하도록 자문(컨설팅)하고, 구체적으로 필요한 ‘맞춤형’ 시설 설계까지 도울 예정이다.


환경부는 “앞으로 물 이용과 재생에너지 활용은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유출 지하수 관련 기술을 먼저 확보해 두면 외국으로 수출도 가능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실제로 (유출 지하수를 활용한) 실증 기술을 가졌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그동안 유출 지하수를 활용한다고 했지만 아주 다방면으로 깊이 있게 고민한 적은 별로 없다”며 “이번에 시범 사업을 통해서 발견한 가치들이 모든 물 문제를 해결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지속가능한 물순환에 이바지할 핵심 미래 수자원으로서 가치를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박재현 환경부 물관리정책실 물통합정책관.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물 걱정 없는 ‘가뭄안전마을’로 따뜻한 행정, 물복지 실현 완성하고파 ”
[인터뷰] 박재현 환경부 물관리정책실 물통합정책관


“이번에 극심했던 가뭄이 역설적으로 지하수 가치를 재확인시켰다. 보길도 지하수 저류댐은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미치기 힘든 곳의 주민 불편을 해소할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는 ‘물 복지’를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작은 실마리를 제공한 것과 같다.”


박재현 환경부 물통합정책관에 보길도 지하수 저류댐은 의미가 남다르다. 가뭄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지하수가 가지는 잠재력을 확인한 것은 물론이고, 물 복지 실현이란 차원에서 얼마나 효과적인지 눈으로 목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가뭄대책은 남은 물을 어떻게 아껴 쓰고, 효과적으로 쓸지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지하수 저류댐은 해수 담수화와 함께 수동적 수자원 정책을 능동적으로 바꾼 대표 사업이다.


“우리나라 도시 지역은 물 걱정을 하지 않고 산다, 그런데 섬 지역은 늘 물이 부족해서 해마다 같은 어려움을 반복하고 있다. 지하수 저류댐은 물 재생 사업이 물 복지 차원으로 이어진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 상수도 보급률은 99.4%에 달한다. 급수 인구는 5239만 7000명가량이다. 수치만 보면 사실상 모든 국민이 사실상 물 사용에 어려움이 없을 것처럼 보인다.


99.6%라는 수치는 ‘착시’를 일으킨다. 100%에 가깝다는 이유로 상수도가 없는 0.6% 지역 주민 고통에 소홀하게 만든다.


냉정하게 판단하자면 현재 상수도가 보급되지 않은 0.6% 지역은 앞으로도 상수도 보급이 쉽지 않은 곳이다. 사업 경제성도 떨어지지만, 기술적으로도 어렵다. 보길도만 하더라도 육지에서 15km 정도 떨어져 바다 밑으로 상수도망을 깔기에 한계가 있다. 유지·보수도 어렵다.


박 정책관은 지하수 저류댐은 상수도 보급이 어려운 지역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 정책관은 “수도 관로가 미치지 못하는 곳에, 육지 상수관을 끌고 갈 수 없는 곳의 물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한 게 바로 저류댐의 시작”이라고 했다.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에 생활 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비상급수차량이 배를 통해 노화도로 들어오고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다만 저류댐 하나만으로는 완벽한 물 부족 대책이 될 수 없다. 그래서 고민하는 개념이 ‘가뭄안전마을’이다. 가뭄안전마을은 상수도 공급이 어려운 상습 가뭄 지역에 크고 작은 용수 대책을 집결시키는 형태다. 저류댐은 물론 해수 담수화 시설과 같은 가용자원을 모두 동원해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과거 일부 지자체에 도입한 가뭄안전마을과는 다른 방식이다. 부처 간 협업 차원을 넘어 용수 관련 정책을 총괄 관리하는 종합대책 형태를 추구한다.


가뭄안전마을은 아직 환경부 내부에서도 ‘구상 단계’일 뿐이다. 정책으로 실현되기까지는 재정과 인력, 시설, 시스템 등 부처 간 논의를 통해 구체화해야 할 것들이 많다.


다만, 물 복지 실현을 위해서라도 상습 가뭄 마을에 대한 총괄 대책은 필요하다는 게 환경부 생각이다. 물 복지는 개인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능력 따위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 공평하게 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박 정책관이 인터뷰에서 아직 영글지 않은 가뭄안전마을 개념을 조심스레 꺼내놓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 가뭄안전마을이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지 예측할 수 없다. 사업 성공 여부도 장담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류댐이나 유출수 활용과 같은 지하수 대책은 가뭄 문제 해결 열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박 정책관은 “지하수는 지구 담수의 30%를 차지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고 보전·관리에 관한 국민 인식도 부족해 정책 추진에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다만 그 활용 가능성과 잠재력이 매우 큰 수자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정책관은 “환경부는 지하수 보전·관리와 활용이 잘 조화를 이루도록 정책을 추진해 기후변화, 가뭄 등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고 국민에 안전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앞으로 지하수를 대체 수자원으로서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 관심을 두고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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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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