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색채 드러낸 인사를 혁신위원장에
당내서 "개딸 수준 인사에게 전권 줬다"
'이재명 사당화' 논란 커져…책임론 분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악수에 악수를 거듭하고 있다.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비롯해 '돈봉투 의혹', '김남국 코인 논란' 등 각종 논란이 불거지면서 리더십 위기에 처했는데도, '전권'을 준다는 혁신위원장에 '친명(친이재명) 인사'를 앉혔다. 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선임 반나절 만에 자진 사퇴했지만, 당내에서는 '개딸(개혁의 딸)' 수준의 인사에게 전권 위임 시도를 했다는 것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혁신기구의 수장으로 이 이사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새 혁신기구의 명칭, 역할 등은 모두 혁신기구에 전적으로 맡기겠다"며 "지도부는 혁신기구가 마련한 혁신안을 존중하고 전폭적으로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에 따르면 이번 혁신위원장 선임의 최종 결정은 이 대표가 했다. 외부에서 이 이사장을 추천받은 뒤 당 지도부 논의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함 자폭설' 제기 등 과거 발언 논란도
비명계 "李에 기울어져 기대할 것도 없다"
사당화 욕심만 드러난채 반나절만에 낙마
이 대표가 '전권 위임'을 시사했지만, 선임 발표 직후 이 이사장이 친명 색채를 띤 인물로 알려지면서 결국 이 대표가 '사당화' 욕심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 이사장은 2019년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가 2심에서 허위사실 공표 혐의와 관련해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자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 대책위원회' 구성을 제안한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또 지난 대선 당시 이 대표 지지 입장을 수차례 밝혀 왔다.
비명계 내에선 이 대표가 명분을 내주고 실리를 취할 것이라는 우려가 혁신위원장 선임 전부터 제기돼왔다. 이상민 의원은 혁신위원장 발표 직전 SBS라디오에서 "현 지도부 위기를 회피하기 위한 모면책으로 제시되는 그것은 허구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같이 출연한 보수 성향 패널인 전원책 변호사도 "마음대로 갖고 놀 수 있는 사람 찾아서 인형처럼 조종할 수 있다"고 예상한 바 있다.
이는 당내에서 '이재명 퇴진론'이 재부상한 상황과 연결돼 해석됐다.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 돈봉투 의혹, 코인 논란 등과 관련해 '제 식구 감싸기' 행보를 보여왔다는 점이 그의 퇴진론을 재촉발했다.
이 대표가 이러한 당내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전권을 위임한 혁신기구에 친명 성향 인사를 앉혔다는 지적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비명계의 한 인사는 "전권을 준다더니 '개딸' 수준의 사람을 앉혔다. 결국 이 대표가 전권을 갖겠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이상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민주당에 혁신위를 두겠다는 건 이 대표 체제의 결함과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것인데, 냉철하게 객관적이고 단단하게 중심을 잡고 해나갈 수 있는 강인한 인물이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그런데 혁신위원장에 선정된 것으로 알려진 이래경이란 분은 당내 논의도 전혀 안 됐고, 전혀 검증도 안 됐으며, 오히려 이 대표 쪽에 기울어 있는 분이라니 더 이상 기대할 것도 없겠다. 황당무계하고 참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홍영표 의원도 페이스북에 "혁신안을 만드는 전권을 혁신위원장에게 위임하는 것은 원외 인사가 중립적이고 냉철한 시각에서 당을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찾도록 하는 취지"라며 "절대 한쪽으로 편중된 인사가 아닌 전문성·중립성·민주성·통합조정능력을 가진 인사가 임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미 언론에 노출된 정보만으로도 혁신위원장은커녕 민주당에 어울리지 않는 인사"라며 "과거 박재승, 김상곤 혁신위원회의 기대와 역할을 되돌아보고 적합한 인물을 찾아야 할 것이다. 더 큰 논란이 발생하기 전에 이 이사장 내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 이사장은 과거 SNS에서 '천안함 조작설' '대선조작설'을 언급하고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과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호하며 한미동맹을 부정하는 등 공당에서 공적인 직책을 맡기에 부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확산됐다.
일부 비명계 의원들은 이 이사장 선임 논란을 논의하기 위해 오는 7일에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야 한다는 입장을 원내지도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상임위원장 선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8일에 의총을 열기로 했지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하루 앞당기자는 주장이다.
여권도 이 이사장의 혁신위원장 선임을 두고 일제히 공세를 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장고 끝에 악수라더니, 고작 이런 문제 인물에게 제1야당의 미래를 맡기겠다고 3주 가까이나 시간을 끌었던 것이냐"라며 "침몰하는 민주당을 구하기 위한 구원투수라면 당연히 국민적 눈높이에 맞는 인사여야 하지만, 또다시 이재명 대표는 국민의 편이 아닌 내 편을 선택했다"고 꼬집었다.
같은당 안병길 의원도 페이스북에 "최근 후쿠시마 괴담 정치에 모든 역량을 쏟고 있는 민주당으로서 어찌 보면 가장 잘 어울리는 인사"라며 "민주당이 말하는 혁신이 더 강력한 괴담들로 이재명 리스크를 물타기 위한 '이재명 보신'은 아닌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이래경, 정치적 성향 논란에 사퇴…'이재명 책임론' 불가피
李 "사임하겠단 본인의 뜻 존중"…부실 검증 비판엔 침묵
"애초부터 뭘 보고 내정했던 것이냐"…후폭풍 작지 않을듯
이처럼 이 이사장이 이끌 혁신기구가 닻을 올리기도 전에 좌초 위기에 놓이면서 이 이사장은 선임 반나절 만에 자진 사퇴했다. 이에 이 이사장 선임을 최종적으로 결단한 이 대표를 향해 책임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 이사장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기자들과 만나 "사임하시겠다고 해서 본인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고만 말했다. '검증이 부실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침묵했다. 그러면서 "역량있고 신망있고 그런 분들을 주변 의견을 참조해서 잘 찾아보겠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애초부터 뭘 보고 이래경 씨를 혁신위원장으로 내정했던 것이냐"라며 "이재명 대표가 '내 편'인가 아닌가에만 신경을 쓰다가 다른 검증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이라면, 임면권자인 이 대표의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