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문재인·조국, ‘길 없는 길’ 말고 ‘옳은 길’ 가시라"


입력 2023.06.12 07:07 수정 2023.06.15 14:35        데스크 (desk@dailian.co.kr)

언제나 할 말이 철철 넘치는 조국 씨

이재명 대표 좋은 시절 끝나고 마나

대통령 문장 또렷한 대잎술 마시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왼쪽). ⓒ 조국 페이스북 캡처

“문재인 정부의 모든 것이 부정되고 폄훼되는 역진과 퇴행의 시간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지도도 나침반도 없는 ‘길 없는 길’을 걸어 나가겠다.”

전에 잠시 법무부 장관직을 가졌던 조국 씨가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억지를 계속 부려나가겠다”는 뜻인 듯하다. 그렇게 들린다. 그래서 부탁하고 싶다. ‘길 없는 길’ 그만 가고, ‘옳은 길’을 찾아서 가시라.

언제나 할 말이 철철 넘치는 조국 씨

윤석열 대통령과 그의 정부·여당은 지금 문 정부가 국가적 가치체계와 국정의 (거의) 전반에 끼쳐놓은 얼룩과 환칠을 지우기에 몰입하는 인상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초미(焦眉)의 과제로 여겨진다. 그들은 자유의 가치를 후순위로 밀쳐버리고 좌파적 이념을 국정지표로 내세웠다. 정의를 독점하면서 정치적 반대자들의 입지를 박탈해 버렸다. 적대세력의 선의(善意)를 강조하면서 그것을 국가안보의 지렛대로 삼았다(김정은이 믿을만하다. 그와 손을 잡으면 한반도 평화는 보장된다는 식으로).


전통적인 한미일 3각 안보체제를 와해시킬 수 있는 위험한 시도를 계속했다.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서는 묵인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국가 에너지 산업의 큰축인 원전을 폐기하는데 열정을 쏟았다. 거대 집권당(더불어민주당)을 앞세운 입법농단을 저질렀다. 해괴한 자연하천(自然河川)론을 무기로 국력을 기울여 만든 4대강 보 해체에 안달했다.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맹비난했으면서도 검정 교과서들의 지나친 편향성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숱한 예 가운데 일부일 뿐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자신들의 과오나 실책에 대해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다는 데 있다. 조 씨의 태도가 그 전형이다. 민주당에서조차 ‘조국의 강’을 아직도 건너지 못했다는 한탄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그는 다시 ‘길 없는 길’을 가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그에게 마음의 빚을 크게 졌다며 “이제 놓아주자”고 했던 사람이 문 전 대통령이다. 국민, 특히 청년들에게 상실감 박탈감 배신감을 안겼던 조 씨를 평산책방에서 맞아 전남 담양의 ‘대잎술’을 마시며 회포를 풀었다고 한다. 이들의 도덕성은 지금 어느 산하에 내버려져 나뒹굴고 있을까?


이런 행태의 배경이 짐작되기는 한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적어도 출마하고 싶다는) 몸짓이다. 조 씨로서는 제22대 총선을, 그 자신이 빠져 있다는 ‘무간지옥’에서 탈출할 절호의 기회라고 여길만하다. 조 씨가 출마하든 않든 정치행보를 시작했다는 그 자체로 정치판은 심하게 출렁일 수 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독주체제다. 비교우위에 있던 그의 경쟁자들, 그러니까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 거기에 조 전 법무장관까지 시쳇말로 자폭해 버렸다. 그 덕에 독무대를 누려왔는데 조 씨가 등단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 좋은 시절 끝나고 마나

아마도 팽팽한 경쟁(조 씨 쪽으로 약간 기운)이 될 듯하다. 문 전 대통령이 누구 손을 들어줄 것인지는 물어보고 말고 할 것도 없다. 팬덤이라는 측면에서도 조 씨의 기반이 이 대표의 그것보다 못할 것 같지 않다. 사법리스크가 아주 크기는 하지만 국회 입성에 성공한다면 그게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차기 대선으로 직진하기 어렵게 된다고 해도 야권 내에서의 영향력은 폭발적으로 커질 것이다.


이 대표에겐 대단히 거북한 상황일 수밖에 없다. 조 씨는 문 전 대통령의 후광을 업은 데다 팬덤도 건재하다. 사법리스크라는 측면에서도 이 대표의 형편이 조 씨보다 나을 것 없다. 혐의의 수로만 말하면 오히려 훨씬 더 큰 부담을 안고 있다. 이 대표의 정치행태로 미루어, 선의의 경쟁을 통해 야권에 생기를 불어넣겠다는 생각 따위를 할 것 같지도 않다. 조 씨가 공천을 받아 의원 배지를 다는 상황이 되면 이 대표의 좋은 시절은 끝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공천을 거부할 수도 없을 테고….


조 씨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학자로서 남다른 위치에 이르렀고 정권 창출에 한몫한 지략가로서의 자부심을 짐작해 줄 수는 있다. 문재인 청와대에 민정수석으로 들어갈 때부터 옛날 말로 ‘왕세자’의 인상을 줬던 게 사실이다. 법무장관직으로 그 지위를 굳힌다는 게 그들의 책략이었을 텐데 호사다마(好事多魔)가 되고 말았다. 그 자신의 표현처럼 멸문지화(滅門之禍)·무간지옥(無間地獄)에 떨어져 버린 것이다. 거의 전적으로 자신과 가족의 책임이었겠으나 문 전 대통령이 거든 바도 적다고 할 수 없다.


진작 ‘조국 카드’를 거둬들였더라면 정권의 부담이 부풀어 올랐을 리 없고, 조 씨와 그 가족도 가혹하다 할 정도의 징벌과 비난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이 떠밀어 넣어 난장(亂杖) 맞힌 격이 됐으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평등 공정 정의를 입에 달고 살던 사람들의 국민 경시가 그 지경에 이르러 있었던 거다.


(‘조 전 장관’이 아니라 굳이 ‘조 씨’라고 부르는 까닭은 설명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간단명료하다. 성난 민심에도 아랑곳없이 법무장관직을 차지하려 안간힘을 쓴 것도 그러려니와 35일을 한사코 버티다가 민성(民聲)에 쫓겨난 셈이 된 그에게 ‘전 장관’이라는 호칭은 언감생심일 터이다.)

대통령 문장 또렷한 대잎술 마시며

그 후에라도 문 전 대통령은 인사 실패에 대해 사과하면서 조 씨로 하여금 자제(自制) 자중(自重)토록 신칙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관객일 뿐이었다. 당사자인 조 씨는 끝없이 억울함을 주장하면서 대중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했다. 뿐만 아니라 그의 딸까지도 나서서 자신은 ‘떳떳하게’ 살았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기의 행위가 남에게 어떤 피해를 줬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느낌이 없는 모습이었다. 자책하는 모습을 보이는 순간 허공에 지은 자신들의 성(城)이 무너져 버릴 것이라는 공포심 때문일까?


문·조, 그 두 사람이 3년 반 만에 만났다. 지난 10일 ‘평산책방’에서 “책방지기로 잠시 봉사한 후 독주를 나누고 귀경했다”고 조 씨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잊히고 싶다”고 하던 문 전 대통령이 ‘만남과 대화의 희열’을 한껏 누리는 것처럼 보이는 그 ‘평산책방’이다. 두 사람은 문 전 대통령의 평산리 자택에서 생선회 안주로 대통령 선물 술이던 담양의 ‘대잎술’을 함께 마시기도 했다.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는 “과오와 허물을 자성하고 자책하며 인고하고 감내하고 있다”고 썼던데 “웬일인가?”라고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국민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현 정권과 여론에 대한 유감을 피력한 글로 읽히기 때문이다. 그는 ‘역진(逆進)과 퇴행의 시간’ 운운하면서 정치개업 의지를 밝혔다. 주군에게 올리는 출사표인가? 출마하는 것은 그 사람의 자유이고 권리이지만 제발 이쯤에 멈춰 서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를 권하고 싶다. 자중자애(自重自愛)란 바로 그런 것이다.


생뚱맞은 의문이라고 할지는 모르겠는데, 그 대잎술은 재임 중 선물로 쓰고 남은 것일까? 일부를 사비(私費)로 구입해서 두고두고 손님맞이 술로 쓰는 건가? 전직 대통령이 대통령 문장이 뚜렷한 술을 자랑하듯 내놓은 것은 어떻게 봐야 하나? 말이 나온 김에 묻고 싶은 게 또 있다.


“(청와대 관저에 있던) 필수 생활가전, 가구인 냉장고, 세탁기, 침대 등 아무것도 없었고 서재엔 책상도 없었으며 침실, 드레스룸도 비어 있었다. 거실엔 너무 낡은 소파 하나와 TV 하나, 주방엔 식탁 테이블, 의자만 달랑 있었다.”

지난달 ‘주간조선’이 ‘여권 관계자의 말’을 인용 보도한 내용인데 없어진 것 모두를 평산리 자택으로 실어간 건가? 원래 관저의 집기와 주방기구 일체를 자비로 구입했던 것이라면 가져갔다고 해도 문제될 게 없다. 그게 아니라 국가 예산으로 산 것이 섞여 있었다면 좀 따져봐야 하는 것 아닌가? 전직 대통령이 설마 관저 살림살이를 싹싹 긁어가기야 했겠나 싶어서 묻는 것이다.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