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펜타닐 패치 있나요?…한 시간 내로 수령 가능합니다"…10대 무방비 노출


입력 2023.06.27 09:12 수정 2023.06.27 09:14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좀비마약' 펜타닐, 마구잡이 확산中…SNS 문의하면 1분도 안 돼 답 받을 수 있어

판매상 "던지기 방식으로 거래 가능…입금은 '현금자동입출기' 통해 무통장으로"

의료계 "중복 처방, 막을 수 있지만…병원 속이려고 하면, 얼마든지 속일 수 있어"

전문가 "의사, 펜타닐 패치 처방시 정확히 판단해야…약사도 오남용에 신경 써야"

밝은 색상 띤 '무지개 펜타닐' ⓒ미국 마약단속국 홈페이지 캡쳐

좀비마약이라고 불리는 펜타닐이 마구잡이로 확산되고 있다. SNS로 문의하면 1분도 안돼 판매자로부터 연락이 온다. 서울이면 한 시간 안에 받을 수 있다고 한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판매자는 필로폰 1g(약 30회 투약분)은 65만원, 엑스터시 2정은 30만원이라고 적힌 이른바 '메뉴판'을 보내왔다. 피부에 붙이는 펜타닐 패치는 개당 20만원이라고 했다. 펜타닐은 암 환자나 수술 환자 등 고통이 극심한 환자에게 투약하는 마약성 진통제다. 헤로인의 50배, 모르핀의 80배 이상 중독성과 환각 효과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판매상은 특정 장소에 물건을 가져다 놓으면 찾아가는 방식인 '던지기'로 거래한다면서 "입금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무통장으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통장 입금 시 필요한 주민등록번호는 다른 사람의 것을 알려줄 것"이라며 "본인 정보 하나 안 남기고 거래하기 때문에 아무 문제 없다"고 안심시켰다. 마음만 먹으면 SNS를 통해 금세 펜타닐 패치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상황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다.


펜타닐은 대량 생산이 가능한 만큼 기존 마약류에 비해 저렴하고 투약이 편리하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불법 펜타닐이 18∼49세 미국인 사망 원인 1위(2021년 기준)로 지목되는 등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는데 국내에서도 오남용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최근에는 피부에 붙이는 식이라 사용이 간편한 펜타닐 패치 제품이 SNS 등 온라인을 통해 불법으로 유통되면서 인터넷 이용에 익숙한 10대의 수중까지 들어갈 우려도 커지고 있다.


펜타닐은 중증 환자에게만 처방될 수 있는 마약성 진통제지만 일반 병·의원의 패치 처방을 통한 오남용 우려도 가시지 않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 약사는 "우리 약국은 인근 병원에서 펜타닐 패치 처방을 내리지 않기 때문에 취급하지 않고 있지만 다른 약사들에게서 관련 문의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관세청에서 적발한 마약류. ⓒ뉴시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사는 "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DUR)를 통해 본인임을 충분히 확인하면 중복 처방은 걸러낼 수 있지만 여러 사람이 방문해 각자 처방받는 등 병원을 속이려고 하면 얼마든지 속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오남용 우려로 당국의 감시도 부쩍 강화된 상황이다. 식품의약안전처는 120명 규모의 민관 감시단을 지난 4월 구성했는데 5월에는 펜타닐 패치와 졸피뎀 등 의료용 마약류 4종을 청소년에게 과다처방했다고 의심되는 의료기관 60곳을 집중 점검하기도 했다.


주사제를 제외한 모든 제형의 펜타닐 연도별 처방 건수를 보더라도 2022년 133만7천987건으로 2021년(148만8천325건), 2020년(155만3천434건)과 비교해 줄어들었다. 이 때문인지 펜타닐 패치를 처방하거나 취급하지 않는다는 병원도 적지 않았다.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 팀장을 지낸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코올학과 교수는 "의사가 펜타닐 패치를 처방할 때 이 환자에게 꼭 필요한 것인지 정확히 판단해야 하고 약사도 제대로 된 처방에 의해 약을 사러 왔는지 확인해야 오남용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 시기부터 가정, 학교, 지방자치단체, 정부 등에서 공조해 예방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