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인하 압박에 농심 등 라면‧제과기업 가격 인하 발표
위스키‧수입맥주, 가격 인상…가격 동결 국내 주류업계와 상반
정부의 강도 높은 가격 인하 압박에 라면을 시작으로 제과업계가 가격을 인하한 가운데 수입식품과의 역차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물가 안정이라는 큰 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국내 식품업계만 옭죄는 정책으로 인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7일 라면업계 1위 농심이 대표제품인 신라면과 새우깡 가격 인하를 발표하면서 라면, 제과기업들이 연이어 가격 인하 계획을 발표했다.
삼양식품, 오뚜기, 팔도가 연이어 라면 가격을 내리기로 했고 롯데웰푸드, 해태제과 등이 과자 가격 인하를 예고했다.
식품업계의 가격 인하 움직임에는 제분업계의 7월 밀가루 출고가 인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 가격을 인하해달라는 정부의 공개 압박 이후 제분업계까지 동참하면서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물가 속 소비자 물가 안정이라는 큰 틀에 동참했지만 식품업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불만의 목소리다 나오고 있다. 정부 압박에 있어 사각지대에 있는 수입 식품과의 형평성 문제 때문이다.
국제 식량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 방어 압박을 받는 것은 국내 식품업계나 글로벌 식품업계 모두 동일하지만 정부의 입바람이 거센 한국에서는 자국 기업들의 설 자리가 좁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정부의 압박이나 여론의 관심이 국내 식품기업들에 많이 쏠린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분야가 주류다.
올 2월 주류업계가 주정(에탄올) 가격 인상을 근거로 소주 가격을 인상할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기재부와 국세청이 실태조사에도 착수하면서 가격을 동결됐다.
맥주의 경우에도 주류기업들이 4월 주세 인상분을 감내하고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소주, 맥주의 물가 상승률도 대폭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5월 맥주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07.09로 작년 같은 달 대비 0.1% 내렸다. 맥주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작년 1월(-0.01%) 이후 1년4개월 만이다.
소주 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8.9%, 2월 8.6%에서 3월 1.1%로 급락했고, 4월 0.4%, 5월 0.3%로 상승 폭이 더 줄었다.
반면 최근 소비량이 급증한 위스키를 비롯해 여름 성수기를 맞은 수입맥주는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위스키의 경우 오픈런이 일상일 정도로 한국 시장 내 수요가 폭증하면서 다른 나라에 비해 최대 2배까지 가격을 비싸게 공급하고 있다. 국내 주류기업들이 가격을 동결한 상황에서도 최근 1년 내 1~2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하기도 했다.
수입맥주의 경우에는 내달 1일부터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하이네켄, 에델바이스 등 수입 캔맥주 13종의 묶음 가격이 1만1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9.1% 오른다.
기네스 드래프트, 아사히, 밀러 제뉴인 드래프트 등 440~550mL 용량의 캔맥주 11종은 이미 이달 1일부터 개별 품목 단가가 최대 700원씩 올랐다. 4캔 묶음 가격도 1000원 오른 1만2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라면, 과자 같은 가공식품은 소비자 체감이 큰 품목이라 소비자들이 인상 폭 보다는 인상 여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징이 있다”면서도 “이런 점 때문에 정부도 유독 식품업계에 더 보수적인 잣대를 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식품과 더불어 외식 가격도 소비자들의 관심이 크지만 자영업자 비중이 높다 보니 정부도 상대적으로 중견‧대기업 비중이 높은 식품업계에 물가 안정 동참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