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리수 가장 먼저 도달할 홋카이도
여행계획…"자유시간 때 맛집"
與 "위선과 선동, 민주당의 민낯"
野 "당에서도 상황 파악 중" 곤혹
더불어민주당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 철회 국회 결의안을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한 날, 같은 본회의장 안에서 일본 홋카이도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던 민주당 소속 김영주 국회부의장 사태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2일 논평에서 "연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를 열고서 선동할 때는 언제고, 오염수 방류 철회 결의안을 채택하는 날 일본 북해도(홋카이도) 여행 계획을 세운 민주당 소속 김영주 국회부의장의 문자는 민주당의 민낯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겉으로는 국민들을 위하는 척 하지만 실상은 자신들의 이익에만 골몰하는 모습, 이게 바로 민주당의 본모습"이라고 일갈했다.
김영주 부의장은 지난달 30일 본회의 도중 일본 홋카이도 골프 여행 계획 수립을 위해 누군가와 문자를 주고받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아사히카와·비에이·후라노·오비히로 정도 지역이면 한국인 많이 없이 칠 수 있고, 치토세 공항에서도 2시간 30분 정도면 편도로 차량 이용이 가능하다"는 문자를 받은 김 부의장은 "7월 18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가능하다고 하니 비용을 보내달라고 해보라"라는 답문을 보냈다.
7월 임시국회 일정은 아직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오는 10일 소집이 유력해, 한창 주중인 18일부터 3박 4일은 회기 중이 될 공산이 크다.
또 김 부의장은 "제일 추천드리는 곳은 아예 동쪽 아니면 아사히카와 근교가 제일 무난할 것"이라며 "나머지 자유시간 때 맛집이라든가 쇼핑이라든가 즐길 수 있는 부분들을 채워드리는 것이다. 루스츠에서 없던 자유로운 레저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려서 진행시켜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문자도 받았다.
문자에서 '루스츠'란 홋카이도의 루스츠 컨트리클럽을 가리킨다. 루스츠CC는 우드코스·리버코스·이즈미카와코스·타워코스 등 18홀 정규 코스 4개를 보유한 72홀 골프장으로, 그 중 9홀은 라이트 시설이 돼있어 야간 골프도 가능하다.
곤돌라를 타고 정상 전망대까지 오를 수 있는 요테이산 자연공원(羊蹄山自然公園)과 홋카이도 절경의 명승지로 꼽히는 도야호(洞爺湖)가 가까워 우리나라 관광객들 사이에도 잘 알려진 편이다. 이처럼 루스츠는 '보는 눈'이 많아 '자유로운 레저'가 어렵다보니, 아예 우리나라 관광객이 적은 아사히카와(旭川) 근교에서 남의 눈치 볼 것 없이 골프를 치라는 제안을 담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레저와 함께 자유시간 때 '맛집'도 즐긴다는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 철회 국회 결의안을 민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하고 있는 마당에 같은 본회의장 안에서 일본 여행 계획을 수립하면서 '맛집'을 운운하는 게 적절하느냐는 점에 있다.
후쿠시마(福島) 원전에서 방류된 처리수는 북태평양을 시계 방향으로 도는 쿠로시오 해류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방향이 아닌 홋카이도 방향으로 북상하게 된다. 즉 처리수는 미야기현(宮城県) 센다이(仙台) 앞바다를 지나 이와테(岩手)·아오모리(青森)를 거쳐 홋카이도 순서로 도달하는 것이다.
북태평양을 한 바퀴 돌면서 극도로 희석된 뒤에야 우리나라 영해에 섞일까 말까한 원전 처리수도 안전하지 않다면서 방류 철회 국회 결의안을 강행 통과하는 마당에, 홋카이도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맛집'을 운운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이런 민주당의 위선과 선동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시름시름 앓고 있다"며 "또다시 시작된 민주당의 선동 정치는 고스란히 수산업자와 횟집·젓갈집 상인들에게 피해가 전가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갑작스런 '내로남불' 돌발 악재에 민주당도 당혹스러워 하는 기미가 역력하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미리 단정하기보다는 당에서도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