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대북송금 수사 속도…김용·정진상 등 '李 최측근' 조사
'8월 영장설' 수면 위로…李 "소설 너무 엉망" 등 예민 반응
與는 李 흔들기…'조폭' 빗대며 "철저한 수사 필요" 강조
당내선 '10월 퇴진설' 불거지기도…"사면초가 예견됐던 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검찰이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 등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다시 커지고 있고, 여당은 이를 고리로 이 대표를 흔들고 있다. 당내에서도 총선이 다가오면서 이 대표에 대한 신임 문제가 재차 불거지는 분위기다.
29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이 대북송금 사건 등과 관련해 8월 중 이 대표를 소환한 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앞서 지난 27일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조사한 데 이어 내달 초에는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을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 모두 이 대표의 최측근이다.
앞서 검찰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을 미신고 외환거래 혐의(외환관리법 위반)를 적용해 기소했다. 김 전 회장은 김 전 부원장에게 대북송금 관련 보고를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더욱이 그간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한 모든 혐의를 부인하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최근 쌍방울과의 연관성 인정,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에 대한 보고 내용 등 일부 입장을 돌연 번복했다. 검찰의 칼날이 '최종 윗선'인 이 대표로 바짝 다가갔다는 걸 의미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검찰의 영장 청구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만약 검찰이 다음달 16일 개회하는 8월 임시회 전에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이 대표는 회기 중이 아니기 때문에 체포동의안 표결 없이 곧장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된다. 소위 '방탄' 가능성이 일체 차단되는 셈이다.
하지만 16일 이후 영장이 청구되면 체포동의안 표결을 해야 한다. 이 경우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언했다 하더라도, 친명(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부결 주장이 나올 수 있다. 민주당은 지난 13일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하면서, '정당한 영장에 대해'라는 단서를 단 바 있다.
또 강성 지지층의 반발 등을 고려할 때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키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이 민주당을 흔들기 위해 체포동의안 표결 상황을 거칠 것이라는 관측이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검찰의 압박이 높아지자 초조한 듯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전 부지사 진술 번복과 관련해 "검찰이 수사를 해야 하는 데 자꾸 정치를 하고 있는 것 같다"(19일), "저번 변호사비 대납 소설도 망하지 않았나. 아마 이번 방북과 관련된 소설도 스토리라인이 너무 엉망이라 잘 안팔릴 것 같다"(21일)고 말했다. 검찰의 김 전 회장 기소를 두고도 "노상강도를 경범죄로 기소한 이상한 검찰"(27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다시 재점화하자, 국민의힘은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 대표를 흔들고, 중도·무당층 결집을 위한 여론전으로 보인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7일 페이스북에 대북송금 사건 관련, 이 전 부지사와 그의 아내 진술이 엇갈리는 것을 두고 "통상 조폭들은 가족을 인질로 잡아 협박하는 일이 자주 있다"며 "만약 이런 회유·협박·조작이 있다면 이것은 매우 심각한 중대범죄다. 협박과 범인은닉·증거인멸 혐의에 대한 수사당국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주호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28일 논평을 통해 "거대 야당이 사법 질서를 파괴하는 반헌법적 폭거를 자행하고 있다"며 "당 지도부까지 나서서 입막음과 회유를 시도하는 것은, 이 대표를 향해 조여오는 수사의 칼날을 어떻게든 피하려는 간사한 잔꾀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데 대해서도 이 대표 방탄을 위한 것이라며 맹비난하고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8일 "8월 소환설을 물타기 하는 국면 전환용 국정조사이고 결국 이 대표 방탄이 목적인 것"이라며 "민주당은 가짜뉴스 공장 문을 즉시 닫고 반대를 위한 반대, 이재명 방탄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를 지금이라도 철회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같은 날 "어제(27일) 민주당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며 기어코 국회를 정쟁에 휩싸이게 했다"며 "대북송금, 백현동 개발 의혹으로 2차 사법 리스크에 직면한 이 대표를 구하기 위한 정치공세, 거대 야당의 횡포라고밖에 볼 수가 없다"고 했다.
검찰과 여당의 압박을 받고 있는 이 대표는 당내에서도 그리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건 아니다. 당장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기명투표' 문제와 관련해 비명(비이재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비명계는 당 혁신위원회의 '체포동의안 기명투표' 제안에 대해 이 대표가 '책임 정치' 측면에서 기명투표 조기 전환이 필요하다고 호응한 것을 두고 "수박 낙인 찍기"라고 비판했다.
이원욱 의원은 27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제도를 바꿀 것이 아니라 이 대표가 본인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들어올 경우 모든 의원이 빠짐없이 가결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맞다"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 의원은 "이재명 체제에 반대하는 이름을 밝히라는 수박 색출 쇼"라며 "(이 대표가) 개딸 등 정치 훌리건과 강성 유튜브를 등에 업고 당내 민주주의를 완전히 위협하고 있다"고도 했다.
조응천 의원도 같은 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민재판"이라며 "기명투표가 책임 정치에 부합한다고 이 대표가 이야기 했는데, 그렇게 하려면 우리 당은 강성 지지층, 정치 훌리건들을 철저히 배격하고 당론부터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재점화는 그의 거취 문제와도 맞물려 언급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10월 퇴진설'까지 나왔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정체 혹은 하락세를 보이자 이 대표가 10월에 퇴진하고, 의원 40여명이 중진 K의원을 대표로 추대한다는 말이 나온다고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2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했다.
장 소장은 "이 대표가 '내가 계속 버텨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나도 죽고 당도 죽고 진보진영이 무너진다'며 추석 후 10월에 퇴진할 생각을 갖고 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어 "(이 대표가 퇴진하면) K의원을 당대표로 밀 생각으로 지금 40여명의 의원들을 하나의 뜻으로 모았다고 하더라. 곧 이러한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러한 당내 분위기를 의식한 듯 이낙연 전 대표와의 만찬 회동에서 '단합'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두 차례 순연 끝에 성사된 전날 이 전 대표와의 만찬 회동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 당의 단합이 가장 중요하고, 당이 분열되지 않도록 잘 이끌고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에 협력을 당부했다.
이러한 이 대표의 사면초가 상황을 두고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당대표로 출마했을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라며 "대표직을 수행하면서 사법리스크가 계속되고,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지도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 거취 문제를 두고 당내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 최근 당 지지율이 최저 수준을 찍은 게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정당 지지율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은 29%였다. 이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최저 수준으로, 민주당은 지난 3월 첫째주엔 29%, 지난해 6월말에는 28%를 기록한 바 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5%로 조사됐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