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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경직된 고향사랑기부제와 광주 동구의 시도


입력 2023.08.03 14:30 수정 2023.08.03 16:17        데스크 (desk@dailian.co.kr)

윤석열 대통령 강조한 지방시대의 길, 고향사랑기부제 어디에?

시행 8개월째로 들어선 고향사랑기부제가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제도 초기부터 국회에는 열 개가 훌쩍 넘는 개정안이 상정되었으며, 모금 실적 또한 신통치 않다.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모금 권한을 가졌다지만, 실제로는 행정안전부의 통제 아래 스스로 모금할 수 있는 권한은 없어 보인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방재정 자립, 지역문제 해결 등 장밋빛 미래를 상상하며 시작됐지만, 현실은 다르다. 지자체는 제도 홍보만 할 수 있고, 모금을 권유할 수 없다. 지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모금을 한다고 알리는 ‘지정기부’는 행정안전부가 구축한 플랫폼 ‘고향사랑e음’에서 구현되지 않아 ‘깜깜이 모금’이란 지적도 받는다. 이러다보니 모금의 취지는 설명하지 못한 채, ‘세액공제’와 ‘답례품’이라는 혜택 중심의 홍보만을 모두가 반복하고 있다.


8개월 간, 수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은 제도의 성공보다 제도 자체의 운용에만 집중된 행정안전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해 왔지만, 여전히 변화는 없다.


최근 광주광역시 동구에선 지역의 오래된 문제인 발달장애 청소년 야구단 지원과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단관 상영관 광주극장 지원을 하기 위해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용하고 있다. 고향사랑e음을 통해 지정기부가 불가능하니, 고향사랑기부제 민간플랫폼을 통해 모금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광주 동구의 시도는 바로 위기에 직면했다. 행정안전부가 기부자의 주소지를 확인하고 모금한도액인 500만원을 확인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면서부터였다. 사실 이 문제는 다음과 같이 해결할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금법 제 14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주소지가 다를 시 기부금을 기부자에게 반환하면 되고, 민법 제741조에 따라 500만원을 초과하는 부당이득은 기부자에게 반환하면 된다. 해결하자고 노력하면, 얼마든지 해결 가능한 문제인 셈이다.


유사한 제한 조건을 가진 정치후원금은 역시 행정안전부가 구축한 플랫폼 ‘정치후원금센터’, 토스와 도너스 같은 민간플랫폼, 계좌이체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부자의 편의를 높인다. 고향사랑기부금과 마찬가지로 정치후원금을 관리하자고 들면, ‘정치후원금센터’에서만 기부금을 접수하고, 모든 것을 확인해야 하는 통제가 불가피해진다.


광주 동구는 대도시 기초지자체 중 대표적인 지방소멸 지자체로서, 행정안전부가 ‘2022-2023년도 지방소멸대응기금’ 투자계획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은 지자체다. 인구는 10만명 남짓이지만, 지난 3년 간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는 보기드문 지자체며, 구도심 공동체 활성화, 도시재생 사업 등을 중앙정부 협업하며 훌륭하게 소화해 낸 모범 지자체다. 이들은 미래를 위해 보다 많은 대중과 공감하는 길을 선택한 셈이다.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는 ‘지방시대 실현을 위해 중앙정부 역할을 줄이고, 반대로 지방자치단체 역할은 대폭 키우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60일만에 민선 8기 시·도지사와의 상견례 자리에서부터 “내치 권한을 지방으로 대폭 이양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권한 재조정을 통해 지방정부가 비교 우위에 있는 산업을 스스로 육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고, 지난 2월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는 지자체 관련 규제 완화를 요청하는 시·도지사들에게 “중앙정부는 외교·안보·통상·산업 기본정책 등 꼭 필요한 부분 위주로 하고 나머지는 지방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며 “각 지역의 일은 지역에서 책임을 갖고 스스로 해야 한다는 문화와 인식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지자체에게 모금 권한을 줬다면, 그들이 스스로 지속가능한 생존을 모색할 수 있게끔 관리하는 것이 아닌 조력하는 형태로 지원하는 것이 행정안전부의 길이다. 고향사랑기부제에서 대통령이 강조한 지방시대 실현의 길을 목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권선필 한국지방자치학회 고향사랑기부제 특별위원장·목원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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