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활동가' 앞세운 이재명에 與 분노
김기현 "아동을 홍위병으로 쓰다니…
저열하고 파렴치, 이재명 사과하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저열하고 파렴치한 모습을 보였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까지 여론전에 동원한 데 대한 분노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김기현 대표는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어린 초등학생들을 민주당의 정치투쟁에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활동가'로 소개하는 장면에서 현기증이 날 지경"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민주당이 과거 광우병 괴담으로 온 나라를 들쑤시며 가짜뉴스로 정치선동을 할 때, 다칠 위험이 높은 다중 집회시위의 맨 앞에 유모차를 내세우던 아동학대의 DNA가 그대로 유전돼오고 있는 것"이라며 "세상에 이러고서도 아동인권을 감히 얘기할 수 있느냐"고 일갈했다.
이어 "심지어 수해로 죽은 소(牛)에 대한 존중심까지 표하는 정당이라면서, 아직 정치적 판단력이 미성숙된 6~8세 아동을 이렇게 홍위병으로 내세워도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는 전날 전남에서 열린 '소 위령제'에 참석해 "가축의 생명도 소중하다"고 말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난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김은경·양이원영·이래경·조국·윤미향·김남국 등으로 이어지는 민주당의 도덕 불감증과 위선·가식은 도무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며 "어르신 비하로 국민적 비난을 받은 민주당이 기껏 생각해낸 대안이 어린이들을 자당의 정치선동 무대에 세워 이용하는 것이라니, 그 '천재적' 발상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어린이를 정치선동의 도구로 삼는 짓은 지도자 우상화·체제 선전을 위해 어린이를 동원하는 극도의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며 "어린이들까지 정치선전·선동의 도구로 내세운 비교육적이고 비인도적인 행위에 대해 국민 앞에 즉각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전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후쿠시마 핵 오염수 불법 해양 투기 저지를 위한 아동·청소년·양육자 간담회'를 개최한 바 있다.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미래 세대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였다. 이 자리에는 6세부터 10세 사이의 '어린이 활동가' 7명이 부모와 함께 참석했다.
어린이들을 대표해 8세 A양은 "영상으로 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안은 아주 끔찍했다"며 "거기서 나온 위험한 물을 바다에 버린다니 무지 놀랐다"고 발언했다. 이 대표는 "미래 세대 활동가의 말을 잘 들었다"며 "총력 단결해서 대책을 강구하고 저지할 때가 된 것 같다"고 화답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정쟁을 확대하기 위해 어린이와 청소년까지 앞세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과거 광우병과 사드 사태 당시 유모차와 아이들을 앞세워 반대 시위를 했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대의'를 위한다며 테러 등에 아이와 청소년까지 동원하는 '탈레반'을 떠올리기도 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어린이와 청소년까지 괴담 정치로 끌어들여 정치선동과 정쟁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민주당과 이 대표의 행태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동심을 악용해 감성팔이에 나선 비인도적, 비상식적인 행태에 이재명 대표는 국민 앞에 먼저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