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투어 영구시드권자, 올 시즌부터 국내 완전 복귀
메인 스폰서 주최 대회에서만 아직 우승 경험 없어
김경태(37, 신한금융그룹)는 아마추어 시절 2승 및 2006 도하 아시안게임 2관왕(개인전, 단체전)을 거두며 누구보다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래서 붙은 별명도 ‘괴물’.
2007년 프로가 된 뒤에도 전설은 계속됐다. 숱한 우승 및 수상 경력은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이며 KPGA 투어 4승, 일본투어 14승을 더 추가한 뒤 영구시드권 자격으로 국내로 돌아왔다.
다 이뤄본 김경태이지만 아직도 타는 목마름에 시달리고 있다. 무려 17년을 함께한 메인 스폰서 주최대회에서의 무관이다. 바로 이번에 39번째 열리는 신한동해오픈이 그것이다. 김경태의 이번 출전이 17번째이니 이 대회 역사의 절반 정도를 함께 한 셈이다.
지금까지 최고 성적은 2011년 공동 2위. 당시 3라운드까지 선두에 5타 뒤져 공동 12위에 머물던 김경태는 마지막날 괴력을 발휘하며 5타를 줄이는데 성공했으나 폴 케이시(잉글랜드)가 딱 한 발 앞서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이후 김경태에게 신한동해오픈에서의 우승 기회는 더 이상 주어지지 않았다.
일본 생활을 접고 국내로 복귀한 뒤에도 김경태의 시선은 이 대회에 꽂혀있었다. 그래서 시즌 개막 전 인터뷰에서도 “은퇴하기 전 코리안투어에서 우승을 한 번 더 했으면 하는데 그 대회가 바로 신한동해오픈이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김경태는 7일 인천 영종에 위치한 클럽72CC에서 열린 ‘제39회 신한동해오픈’ 1라운드서 버디 6개 포함 3언더파 69타로 상위권에 자신을 이름을 올렸다.
좋지 않은 컨디션을 감안하면 최상의 결과를 얻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라운드를 마친 김경태는 “어제 장염에 걸려 훈련을 거의 하지 못했고 오늘까지 아무 것도 먹질 못했다. 컨디션이 좋지 못한데 그래도 최대한 집중력을 발휘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경태는 전반과 후반,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10번홀에서 시작한 김경태는 전반 9개홀에서 1타를 잃었으나 후반에만 버디 5개(보기 1개)를 낚으며 안도할 수 있었다.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던 계기는 역시나 후반이 시작된 1번홀이다. 당시 김경태는 보기 위기에 봉착했으나 기가 막힌 어프로치샷에 이어 중거리 퍼트를 성공시키며 파를 지킬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고개를 끄덕인 김경태는 “1번홀에서 바닥을 친 것이 맞다. 이후 자신감이 붙었고 찬스가 왔을 때마다 타수를 줄일 수 있었다”라며 베테랑의 품격을 선보였다.
우승에 대한 자신감도 남다르다. 김경태는 “일단 베어즈베스트GC(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간 개최)를 벗어나 너무 좋다. 컨디션이 좋을 때에도 그곳에만 가면 잘 안 풀렸다. 반면, 이곳 코스에서는 오늘처럼 몸이 좋지 않았음에도 스코어가 잘 나왔다”라고 방긋 웃었다.
남은 라운드 호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역시나 컨디션을 회복해야 한다. 김경태는 “지금 체중이 4kg 빠져있다. 이 상태로는 4일을 버틸 수 없다. 어서 휴식을 취해 몸을 회복해야 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아시안게임 2관왕 출신의 김경태는 곧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조우영, 장유빈에게도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김경태는 “이번 대표팀 멤버 구성이 너무 좋다.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선배들(임성재, 김시우)이 있어 큰 걱정을 하지 앟는다. 선수들이 본인 실력의 70~80%만 발휘해도 금메달은 확정적이라 본다”라며 “다만 남에게 의지만 해서는 곤란하다. 본인을 믿고 개인전을 한다 생각하며 제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라고 경험에서 비롯된 값진 조언을 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