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온 "비정한 시대" 尹 맹폭에도… 이재명 후송 의식한듯 분위기는 차분

'단식 19일째' 이재명 대표 병원 긴급 이송

검찰 쌍방울·백현동으로 李에 구속영장 청구

당초 설전 예상됐으나…민주당 의원들 박수만

박광온 "야당과 대화않는 대통령, 인적 쇄신하라"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18일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이재명 대표가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에 반대해 단식 하던 중 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상황에서 진행됐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백현동 개발 특혜 비리를 둘러싼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까지 겹쳤다.

이에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결국 정기국회 회기 중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보내겠다는 검찰에 대한 비난과, 이 대표의 단식 출구를 마련해주지 않은 정부·여당에 대한 성토에 대부분이 할애됐다. 이 때문에 정국이 급랭하면서 연설 과정 중 여야 간 고성과 막말이 오갈 것으로 예상되던 상황이다. 그러나 이 대표의 건강 악화로 인한 '도의적 차원'에서 여야 간 설전은 발생하지 않았고, 차분한 분위기 속 대여(對與) 공세만 더욱 격화된 모습을 보였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정부는 국정을 쇄신하라는 야당 대표의 절박한 단식에 체포동의안으로 응수하려 한다"라며 "브레이크 없는 폭주"라고 날을 세웠다. 이와 함께 윤석열 정부를 향해 국무총리 해임과 내각 총사퇴를 요구했다.

국무총리 해임과 내각 총사퇴 요구는 지난 16일 이 대표의 단식 장기화에 따라 민주당 의원 전원이 '윤석열 정권 폭정과 검찰독재에 맞서는 총력투쟁을 선언한다'며 발표한 결의문에 따른 것이다.

또한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박 원내대표가 "전임 정권이 밉다고 해서 전직 청와대 참모들과 내각 인사들을 무더기로 수사하고 기소하고 구속하는 일은 사사롭다. 한풀이 같다. 증오는 증오를 낳는다"라고 하자 박수를 보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보궐선거의 원인 제공자가 대통령의 사면으로 다시 선거에 나서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라고 발언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여기에도 박수를 보냈다. 우리나라와 일본 양국의 관계에 대한 비판에 있어서도 박수 소리가 이어졌다.

원내대표 교섭단체 연설 직전 단식 19일째를 맞은 이 대표는 탈수와 정신 혼미 등의 증상으로 병원으로 이송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듯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간중간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 목소리 없이, 민주당 의원들의 박수소리만 들리는 양상이었다.

본회의장에 온 민주당 의원들 모두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는 피켓을 가지고 자리에 착석하기도 했다.

특히 이날 박 원내대표는 검찰이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을 병합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에 대해 "검찰 통치는 잠시 힘을 발휘할지 모르지만 지속가능하지 않다"라며 "증오와 타도의 마음으로, 끝없는 적대 행위로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를 비롯한 민주당의 여러 의원들도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면 국회 비회기에 보낼 것을 요구해왔다"라며 "그런데도 굳이 정기국회 회기에 체포동의안을 보내겠다는 것은 정치행위"라고 맹폭했다.

이 대표의 단식은 정부의 국정난맥상을 지적함과 함께, 자신을 둘러싼 사법리스크를 '검찰의 스토킹'이라 규정하며 지난달 31일부터 시작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단식 장기화에도 정부와 여당이 직접적인 만류 의사를 표하지 않는 것을 겨냥하듯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 대표와 대화하지 않는 역대 첫 대통령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라며 "국민은 대통령의 이런 대야 관계를 처음 본다"라고도 말했다.

대신 엉킨 정국을 풀기 위한 방법으로는 "대통령은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시작하라"라고 제시했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우선 국무총리 해임안을 제출한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국회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국민통합형 인물을 국무총리에 임명하라"라고 요구했다.

또한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비정하다'라고 규정하며 규탄을 이어가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당초 연설 원고에 없던 내용을 추가 발언하면서 "이 시간 참으로 우리가 비정하고 잔인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라며 "이것이 21세기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인지 참담하기조차 하다"라고 토로했다.

박 원내대표는 곧이어 용산 대통령실 앞을 찾아 '윤석열 정권 국정전면 쇄신 및 내각 총사퇴 촉구 인간띠 잇기 피켓시위'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직후 국회 본청 의안과에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