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특급 소방수' 성일종, 오염수 괴담·선동 불끄자마자 국방위 간사 투입


입력 2023.09.21 02:00 수정 2023.09.21 07:02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20일 국방위 전체회의서 간사 선임

'우바지검TF'로 열일 끝내자마자

숨 돌릴 틈 없이 '불씨' 국방위 간사

"열심히 하겠다" 한마디 속 의미는

성일종 국민의힘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TF 위원장이 지난 5월 국회에서 열린 석학 초청 간담회에서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데일리안

국민의힘 재선 성일종 의원이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신원식 의원을 대신해 집권여당의 국방위 간사로 선임됐다.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우바지검) TF' 단장으로 괴담·선동정치의 불을 끄자마자 국정감사를 앞두고 불씨가 많은 국방위 간사로 투입되는 모습에, 당내 '특급 소방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20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간사 개선의 건과 소위원장 개선의 건을 의결했다. 국방위 여당 간사로 신원식 의원을 대신해 성일종 의원이 선임됐다. 동시에 성 의원은 신 의원이 맡고 있던 국방위 예결소위 위원장직도 넘겨받게 됐다.


한기호 국방위원장이 이날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에서 존경하는 성일종 의원을 간사로 새로 추천함에 따라 성 의원을 우리 위원회의 간사로 새로 선임하고자 하는데 이의 없느냐"고 묻자, 위원회에 재석해 있던 여야 14인의 의원들이 일제히 이의가 없다는 뜻으로 "예"라고 힘차게 외쳐 원안 가결이 됐다.


간사로 선임된 성일종 의원은 직후 인사말에서 짧지만 강한 어투로 "열심히 하겠다"고만 밝혔다.


국회는 추석 연휴와 한글날 연휴가 지나면 내달 10일부터 국정감사에 돌입한다. 국감을 앞두고 상임위 간사를 바꾸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국감 이후에는 예산국회가 펼쳐지므로 인기 상임위라면 간사를 맡아 지역구 예산 챙기기, 후원금 모금 등에 소소한 득을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방위는 국가존립의 차원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지만 그러한 득은 별로 기대할 수 없는 상임위다.


이를 놓고 성일종 의원이 불씨가 많은 국방위에 또 '특급 소방수'로 투입되면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말이 나오는 이유는 성 의원이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TF', '우바지검TF'에서 4개월여에 걸쳐 분투를 벌여 불씨를 진화하자마자 쉴 틈도 없이 새롭게 무거운 일을 맡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방류 움직임을 놓고 야권과 특정 성향 시민사회단체의 괴담 선동 조짐이 보이자, 지난 5월 2일 당 차원에서 '우바지검 TF'를 발족하고 성일종 의원을 TF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성 의원은 위원장 취임 일성으로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문제는 정치나 외교 문제가 아니라 오로지 과학의 문제일 뿐"이라며 "야당의 선동에 적극 대응해 불필요한 갈등을 잠식시키고 국민을 안심시켜 '제2의 광우병 사태'를 막아내겠다"고 천명했다.


직후 상황은 성 의원의 구상대로 전개됐다. 우바지검TF는 발족 직후 방사선·핵물리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를 초청해 언론 간담회을 열며 기선을 제압했다. 그간 현 여권은 괴담·선동정치 국면에서 항상 수세에 급급했는데, 역으로 공세적인 자세를 취하고 나선 것이다.


'우바지검 TF' 석학 간담회에 당황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누가 뭐라고 한들, 전문가가 헛소리 한다 해도 확실한 것은 일본 정부 스스로 쓸모없고 위험한 물질이라고 생각해서 바다에 가져다버리는 것 아니냐"고 반응했다. 이에 성일종 의원은 "이재명 대표는 집에서 물을 마시고 싶으면 화장실 물을 떠서 드느냐"며 "후쿠시마의 물도 마찬가지다. 위험하지 않지만 사람이 마시거나 수영장 물로 쓰지 않는 이유는 그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와 관련해 이 대표의 메시지가 나올 때마다, 성 의원이 즉각 반박에 나서며 즉시 진화에 돌입한 것은 이 한 차례 뿐만이 아니다.


"우바지검TF 권유, 주변서 만류했지만
요직 맡고서 궂은 일 마다할 수 없어"
27일 신원식 청문 등 현안 많은 국방위
'방패' 뿐 아니라 선제적 대응도 나설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성일종 국민의힘 우리바다지키기검증TF 위원장 사이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방류 관련 괴담·선동 정국에서의 공방 내용 ⓒ데일리안

이재명 대표가 부산에 가서 "해운대 바다에 수백만 명이 찾아와 즐기지만, 이곳에 세슘이니 무슨 늄이니 이름도 기억하기 어려운 핵방사능 물질이 바다에 섞여있다고 한다면 대체 누가 바다를 찾겠느냐"고 하자, 성일종 의원은 "IAEA 검증단에 파견된 대한민국 과학자를 문재인 정부에서 추천했고, 알프스(ALPS)의 성능도 문 정부에서 검증했다"며 "이 대표가 방사능 물질이 바다에 섞여 있다고 이야기하려면 문 정부부터 비판하라"고 일갈했다.


이 대표가 "우럭은 못 와도 (세슘이 섞인) 바닷물은 온다"고 주장하자, 성 의원은 "우럭은 정주성 어류이기 때문에 당연히 우리나라까지 못 온다. 이것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너무 당연한 말"이라며 "세슘은 물보다 분자 수가 많기 때문에 물에 떠다니지 않고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후쿠시마 앞바다의 세슘이 멀리 우리나라까지 올 가능성은 0.0000001%도 없다"고 꼬집었다.


압권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진행된 '수산물 소비 촉진을 위한 국회 홍보 행사'였다.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성일종 의원실보다 되레 더 결연한 의지로 진행한 이날 행사에서 어민과 수산업 종사자들의 '벗'이 누구인지 상징적으로 드러났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표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민주당도 함부로 괴담 선동을 할 수 없게 돼 손발이 묶였다는 분석이다.


'우바지검TF'의 4개월여에 걸친 맹활약으로 오염처리수 관련 괴담 선동은 사실상 진화된 상황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의 오염처리수 방류 직후인 지난달 24~25일 대형마트 3사의 수산물 매출액은 방류 전보다 46.7% 늘었다. 노량진수산시장의 소매점 매출도 방류 전보다 14.6% 증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박성훈 전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을 손수 해양수산부 차관으로 포진시키면서 이 사안 대응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박 차관 또한 국민의힘 '우바지검TF'의 활약 없이 정부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성 의원의 '우바지검TF'는 당이 정부를 성공적으로 이끈 사례로 분류된다.


애초 당에서 성 의원에게 '우바지검TF' 위원장을 권유했을 때, 주변에서는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8년 '광우병 괴담', 2016년 '사드 괴담'의 기억이 생생한 상황에서 총선을 앞두고 굳이 부담스러운 자리를 맡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성 의원 스스로도 "보좌진들을 비롯해 주변에서 만류했다"며 "친일파로 매도당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성 의원은 결국 수락했다. 직전 정책위의장을 지냈던 처지에 선당후사(先黨後私) 차원에서 거절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성 의원은 "나 또한 (친일파로 매도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으나 결국은 위원장직을 수락했다"며 "얼마 전까지 당의 정책위의장이라는 요직을 맡아놓고서, 궂은 일 하는 자리는 못 맡겠다고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술회했다.


당장 신원식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둔 국방위 간사는 굉장히 어려운 자리다. '궂은 일 하는 자리'를 또 맡게 된 심정은 지난 5월 '우바지검 TF' 위원장을 맡을 때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열심히 하겠다"는 단 한 문장의 간사 선임 인사말에는 굉장히 많은 의미가 압축돼 있다는 관측이다.


성 의원은 앞으로 국방위 여당 간사로서 신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국정감사 등에서 야당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는 '방패' 역할을 함과 동시에, '우바지검 TF'에서 그랬듯 단순히 수세에 머물지 않고 공세에 나서 문재인 정권 시절의 국방·안보 정책을 비판하고 군 장병들의 복무여건 개선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등의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월 확대당직자회의에서 성일종 의원은 "지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안보와 국방이 처참하게 무너져내리고, 한미일 안보협력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것을 지켜만 봐야 했다"며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 당시 우리 군은 아주 신속하게 낙하물을 회수하는데 성공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우리 군이 얼마나 잘 정비됐고, 잘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선례"라고 대비시켰다.


그러면서 "군의 과학과 체계적 정비가 시급하다. 군에 있는 장병들의 안전과 복무여건 개선에도 힘쓰겠다"며 "여당이 윤석열 정부의 국방력 강화와 한미일 협력 강화에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