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 이재명…총선 지휘 가능성↑
'친명 체제' 구축에 '공천 학살' 불 보듯
'尹 집권 3년차 평가론'에 與선 강서구
보궐에 눈길…승패에 얼굴 바뀔 수도
총선이 7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각 진영의 선거전을 이끌 '얼굴'에 대한 전망이 엇갈려 나타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구속 갈림길에서 기사회생하며 당내 입지가 공고해진 만큼 내년 총선이 지난해 대선에 이어 '윤석열 대 이재명'의 재대결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다만 현 국민의힘 지도부가 내달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바람을 일으키거나, 이 대표를 향한 '사법 리스크'가 재차 부각될 경우엔 총선을 이끌 얼굴이 뒤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단 이야기가 나온다.
정치권에선 내년 4월 10일에 치러질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공천권을 향한 관심이 벌써부터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누가 뭐래도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공천"이라며 "적절한 인물을 적합한 지역에 내는 것부터가 승률을 높이는 방법인 만큼 공천권을 누가 쥐게 되느냐가 총선을 이끄는 얼굴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에 여야 각 진영도 내년 총선 공천권을 누가 쥐게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1야당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구속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공천권에 대한 고민이 풀려가는 모양새다.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7일 새벽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이 대표가 공천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당내 소신표로 인해 가결되며 리더십에 상처가 났지만 구속 수감을 피하면서 전화위복이 돼서 당 장악력을 극대화할 기회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손상된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비명계를 대상으로 '피의 숙청'을 단행하는 등 공천권을 더 강하게 움켜쥘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체포동의안 가결에 책임을 지고 내려간 박광온 원내대표의 후임으로 친명(친이재명)계인 홍익표 의원이 새 원내대표 자리에 앉으면서 '이재명의 민주당'이 완성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당 지도부와 원내지도부가 모두 친명 체제로 일원화되면서 공천에서도 친명 위주로 판을 짜기에 용이해졌다는 분석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지난 26일 원내대표직 수락 연설에서 "민주당이 하나의 팀이 돼서 이재명 대표와 함께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그런 힘을, 동력을 만들어내겠다"며 "앞으로 당 운영과 관련해 대표께 포괄적으로 협의하고 이 대표를 중심으로 내년 선거를 차질 없이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물론 되살아난 이 대표가 재차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이 대표는 구속만 면했을 뿐 향후 검찰의 불구속 기소와 재판을 통해 '사법 리스크'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완성된 것이 과연 총선에서 어느 진영에 유리한 일인지 속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여당에서 총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인물로 꼽히는 건 윤석열 대통령이다. 내년 4월이 되면 집권 3년차가 되는 만큼 총선 성적은 국정운영을 평가받는 객관적인 지표가 될 수 있다. 관건은 윤 정권의 국정운영을 안정적으로 뒷받침 할 수 있도록 여당에서 총선 승리를 이끌만한 인물이 누구냐는 점이다.
당 안팎에선 내달 11일로 예정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주목하고 있다. 애초 무공천 기류를 뒤엎고 구청장 직을 상실했다가 3개월 만에 광복절 특별사면·복권 대상이 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보궐선거 후보로 결정한 만큼, 결과와 현 지도부의 명운은 긴밀하게 연결돼있기 때문이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할 경우 김기현 대표 체제는 더 공고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애초 민주당 세가 강한 강서구에서 승리했다는 정치적 의미는 물론이고, 불리한 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전략을 마련할 수 있단 믿음을 윤 대통령과 보수 지지층에게 줄 수 있어서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김 후보가 성과를 낸다면 김기현 대표가 내년 총선을 이끌 여당의 얼굴로서의 입지를 굳힐 전망이다.
반대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에 큰 격차로 패배할 경우엔 총선을 이끌 얼굴이 달라질 수 있단 이야기가 나온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내년 총선의 전초전으로 여겨지는 만큼 큰 격차로 패배할 경우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어서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도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내년 총선 수도권 민심을 미리 확인해보는 리트머스 시험지"라며 "선거에 지는 진영은 메가톤급 충격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지도부 책임론이 현실화될 경우엔 당을 통합하고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인물이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여권 일각에선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대표적인 인물로 거론된다.
앞서 한길리서치가 폴리뉴스의 의뢰로 지난 10~11일 '당의 개혁과 통합을 위해 가장 기대되는 정치인'을 물어본 결과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21.0%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나 전 원내대표도 지난 25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지휘를 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당에서) 제안이 오면 그 때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현재 지도부를 이끌고 있는 김 대표는 19.1%로 뒤를 이었고 △유승민 전 의원 12.0% △이준석 전 대표 12.0% △안철수 의원 10.4% △주호영 의원 3.3% 등도 이름을 올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아울러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사흘간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정치 지도자, 즉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 이재명 대표(19%)에 이어 2위를 차지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12%)이 등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한 장관이 지닌 인지도와 지지도가 여당의 총선 승리에 일조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한동훈 장관이 갖고 있는 이미지나 철학 등은 분명히 여권에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저쪽에선 이재명 체제가 확정적인 만큼 '이재명 대 한동훈'의 구도로 가면 여권에 절대 불리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