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당대회 당일 밤부터 회동 줄곧 주장
野, '뒤끝' '옹졸함' 원색적 표현 쓰며 수용 압박
尹 불통 부각해 총선 주도권 잡기 의도로 해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을 두고 정치권에서 복귀 전 위상을 높이기 위한 정략적 의도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단식 후유증으로 입원 중인 이 대표가 국회 복귀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부각하는 것과 동시에 총선 주도권을 잡으려는 여론전 차원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4일 이재명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한 윤 대통령과 여당의 응답을 촉구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1년 반 동안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거부하는 뒤끝과 옹졸함을 보였다"라며 "윤 대통령은 여당 뒤에 숨은 졸렬한 정치를 멈추고 국민에 대한 책임을 직시하라"고 주장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이어 "대통령이라면 야당이 제안한 대화와 타협의 장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국민은 정치가 정쟁을 멈추고 민심을 받아들여 먹고사는 문제에 몰두하길 원하고 있다"라며 "정작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부정하며 민생 회복을 위한 협치의 기회를 날려서야 되겠느냐. 윤 대통령의 옹졸함 때문에 민생회복을 위한 야당 대표와의 회동을 회피한다면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 지도부도 가세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강시사'에 출연해 "정치의 복원을 위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나서서 윤 대통령께 야당 대표와의 회담을 주선하는 것이 역할 아닌가"라며 "김 대표가 겁이 나는 것인지 자꾸 도망만 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대표는 집권여당 대표인데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의 아바타처럼 행동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앞서 이 대표는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소한 12월 정기국회 때까지 정쟁을 멈추고 민생 해결에 몰두하자"면서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조건 없이 만나 민생과 국정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은 신속하게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드릴 말씀이 없다"며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인 이 대표와 일대일로 회동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내부 기류가 있었던 만큼, 대통령실의 이같은 반응은 사실상 이 대표의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은 이번이 8번째다. 그는 지난해 8·28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되던 당일 밤부터 3일 연속 회동을 요구했고, 지난해 추석 연휴를 앞두고도 "추석 직후에라도 바로 만나자"고 했다. 올해 1월 기자간담회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 대통령과의 회담을 제안했다"며 제안 수용을 압박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가 일부 해소된 만큼, 당무 복귀 전 주도권을 잡으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오는 11일 이뤄지는 만큼, 이 대표가 주말 선거 유세에 참석할 것으로도 전망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자랑스러운 동지 여러분의 애국심과 애당심을 믿습니다"라는 내용의 쇼츠 영상을 올렸다. 여기에는 '#10월5일' '#comingsoon' 이라는 태그를 삽입하면서, 이 대표가 사전투표(6~7일)를 앞두고 진교훈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것과 동시에 '복귀 예고'를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이러한 행보를 '정치적 위상을 회복하려는 정략적 의도'라고 보고, '잡범' 등의 원색적인 표현을 쓰면서 이 대표를 비난하고 나섰다.
여의도연구원장인 박수영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영수회담, 잡범이 대통령급으로 폼잡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지난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표가 사과 한마디 없이 민생 영수회담을 들고 나온 것은 민생에 관심 있어서가 아닌, 대통령과 만남을 통해 본인의 정치적 위상을 회복하려는 정략적 의도로 보인다는 게 국민 다수 시각"이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