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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계, 가격 인상 편승?...제조사도 자영업자도 원가 부담 ‘한숨’


입력 2023.10.19 07:13 수정 2023.10.19 07:13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오비맥주, 주류가격 신호탄…경쟁사 저울질

주류업계, 재료비 물류비 등 인상요인 다분

외식업계 “메뉴가격 조정 쉽지 않아” 어려움 호소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 한 술집에서 시민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뉴시스

올해 유통가 최대 이슈는 ‘물가상승’이다. 마트에 나가도 도무지 손이 가는 물건이 없을 정도 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지난해부터 어느 하나 가리지 않고 가격이 줄줄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식품·외식업계에서는 물가인상 ‘초읽기’ 수준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올해는 주류 가격 인상을 놓고 시끌벅적하다. 연말 대목을 앞두고 맥주 가격이 올랐으니 곧 외식 메뉴 가격도 ‘도미노 상승세’를 타지 않을까 이목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주류가격 인상의 신호탄은 맥주업계 1위 업체 ‘오비맥주’가 쏘아 올렸다. 오비는 지난 11일을 기점으로 카스와 한맥 등 주요 제품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했다. 이는 2022년 3월 가격 인상 이후 약 1년 7개월 만이다. 높은 원가 압박을 상쇄하기 어렵다는 이유가 배경이 됐다.


시장 점유율 1위 업체가 제품 가격을 올렸다는 점에서 후발주자들의 인상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들 업체는 현재로선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재료비와 물류비 인상으로 인한 압박을 받고 있는 만큼 추후 가격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수익성 악화가 가장 큰 문제다. 일례로 하이트진로의 경우 주정 가격이 인상되면서 매분기마다 70억원 내외의 추가 원가 부담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국제 유가, 환율까지 전방위적으로 가격 인상 압박을 받고 있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맥주의 경우 주세 부담이 가중되고 있고 주정과 맥아, 홉 등 대부분의 소주와 맥주 원재료의 가격이 전부 올랐다”며 “그 외에도 물류비,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 비용과 인건비 상승 등 현재 제품 가격 인상 요인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주류 가격 인상은 시점의 차이로 보면 명확하다. 최고층의 정책적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며 “지금 출고가를 인상해서 올해 실적을 개선할 것인지, 아니면 모든 제반비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감내하다가 내년에 시장의 상황을 전반적으로 반영해 올릴 것인지의 차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내 음식점에 주류 가격이 나타나 있다.ⓒ뉴시스

그렇다면 그동안 기업들이 손해를 감내하면서까지 인상 시기와 인상폭을 두고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소비자가 느낄 어려움 때문이라고 업체들은 설명한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이어진 물가상승 행렬에 동참해야 한다는 부담 역시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외식물가 상승으로 직결된다는 점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 소주 제조 업체가 출고가를 10원이라도 인상할 경우 가격을 올릴 합당한 명분이 생기기 때문에 식당에서 판매하는 소주 가격은 껑충 뛰어 오르게 된다.


과거부터 소주의 출고가가 100원 내외로 올라도 식당 등 업소에서는 1000원 이상 가격을 올려왔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맥주와 소주 가격이 오를 경우 소맥 ‘1만2000원 시대’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해석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기도 하다.


소맥 가격이 밥한 끼 비용과 엇비슷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식당에선 출고가의 10배가 넘는 소주 값 1000원을 올린다고 할까. 통상 소비자들은 주류 가격 인상을 두고 주류 제조사의 영업이익으로만 연결지어 이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이를 조금 더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류 유통 구조에 대해 알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통상 주류 유통은 주류 제조사·수입업체→주류 전문 도매상→식당 등 소매점→소비자로 이어진다. 유통 단계별 마진이 붙으면서 가격이 높아지는 구조다.


주류 공장에서 1100원대에 출고된 소주는 전국의 주류 도매상에게 넘어가고 일부 마진을 붙여 다시 식당으로 가는 구조다. 이때 도매사들은 차량운송비, 인건비, 운영비 명목으로 평균 20% 정도의 마진을 붙여 넘긴다. 법적으로 이에 대한 명확한 제한이 없다.


정부는 최근 제조사를 넘어 도매사까지 압박하고 나섰다. 공정위는 지난달 초부터 주류 가격 담합 혐의와 관련해 수도권 지역 주류도매업협회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주류 유통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주류의 경우 특출나게 다른 기술이나 다른 재료를 써서 만드는 게 아니기 때문에 원부자재 시세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 그래서 원부자재 가격이 오르면 다 같이 인상요인이 발생하게 된다”며 “그러다 보니 비슷한 시기에 가격 인상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도매사들도 마찬가지다. 도매사들은 마진을 통해 먹고 살아야 하는데 그들이 생각하기에 적정 마진 비율이 있을 것”이라며 “고마진으로 가면 당연히 판매처가 줄어들 것이고, 저마진으로 가면 실익이 없어 도산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나오게 된 게 평균 시세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서울시내 한 식당가.ⓒ뉴시스
◇ 주류 가격 인상에 외식업계도 골머리…"우리도 억울" 호소


주류 인상과 관련해 늘 발목이 잡히는 외식업계도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메뉴 가격 인상 요인이 다분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반영하지 못 하고 있어서다. 이들은 주류 가격 인상 시기를 기다려 소비자들에게 우회 인상을 하고 있으나 올 하반기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외식업계는 물가상승에 대한 여파를 직접적으로 맞고 있다. 폐업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 채 빚으로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임대료에 인건비는 물론 생활비도 없어 거리에 나앉게 생겼다는 곡소리가 매일 매일 울려퍼질 정도다.


특히 지난해 전반적인 식료품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원재료 가격에 대한 부담까지 높아졌다. 식당 입장에서는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가격을 올려 받아야 하지만, 외식경기 하락으로 경제 상황이 더 안 좋아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가격인상과 이윤 포기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두부와 콩나물 등 식자재가 올랐음에도 메뉴에 일일이 반영을 하지 못 한 것이다. 외식업계는 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다른 식자재 가격 인상을 메뉴에 일일이 반영하지 못한 것이 주류 가격 인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설탕, 소금 등 현재 오르지 않은 게 없어 메뉴 가격을 올리는 게 마땅하지만, 물가상승에 따른 소비자 저항을 생각해 버티는 중”이라며 “예를 들어 소비자들이 한 번 김치찌개 가격이 5000원이라고 인식해 버리면 그 가격을 뛰어넘기가 힘들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주류업계 관계자는 “삼겹살 집에서 중요한 건 삼겹살이지 소주가 아니다. 그 삼겹살 집에서 소주를 얼마에 팔든 사실상 그 소주 가격이 중요한 게 아니다”며 “전반적인 물가는 다 오르는데 그간 쌈장이나 마늘, 상추 등 전부 서비스로 주던 것들을 갑자기 돈을 받고 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가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인 술에 손해분을 일부 녹여 감내해 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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