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기숙사 행정실에 방역 요청하니 "담당 아니다"…쉬쉬하던 대학, 뒤늦게 방역
기숙사, 남녀 학생 652명 생활…빈대 나온 침대 처분 및 기숙사 침대포 전량 교체
계명대 관계자 "전문가 확인 결과 빈대 맞는 것으로 확인…대학 전체 소독할 방침"
인천 사우나서도 빈대 8마리 출몰해 논란…인천 서구, 사우나에 경고 처분 내려
최근 프랑스에서 잇단 빈대 출몰로 비상인 가운데, 인천의 한 사우나에 이어 대구의 한 사립대학교 기숙사에서도 빈대가 발견돼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빈대가 발견된 방은 피해 학생이 쓰기 직전 영국 국적의 학생이 사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 측은 쉬쉬하다 논란이 확산하자 뒤늦게 방역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계명대학교 익명 게시판 등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께 신축 기숙사인 명교생활관에 생활하는 한 대학생이 베드버그(빈대)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다.
그는 "간지러움, 두드러기, 고열로 대학병원을 찾았고 염증 수치가 400 이상으로 올라갔다"며 "매트리스 아래에서 큰 벌레를 찾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어 "내가 음료수를 흘려서 빈대와 곰팡이가 생겼다는 청소 관계자분이 있으셨는데, 음식을 먹고 생길 수 있는 상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매트리스 커버 위에 있는 벌레 수 마리를 찍은 사진도 첨부했다.
같은 날, 또 다른 익명의 학생도 같은 게시판에 “지난 9월 모기에 심하게 물린 줄 알고 피부과에 갔는데 의사도 뭔지 몰랐다"며 "이거 빈대(에 물린 거)냐?"고 질문했다.
이에 학생들은 기숙사 행정실에 방역을 요청했지만, “담당이 아니다”라며 기숙사 측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학 측은 뒤늦게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대응에 나섰다. 17일 벌레가 나온 생활관의 침대를 처분했고 피해 학생을 같은 날 다른 방으로 옮겼다. 18일에는 해당 기숙사동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침대포 전량 교체에 나섰다. 19일 오전엔 방역 업체를 불러 기숙사동을 소독하던 중 긴급 간부 대책회의를 열고 강의실까지 포함해 대학 전체를 소독하기로 지침을 내렸다.
빈대가 나온 기숙사 건물은 지하 1층, 지상10층 규모로, 328실에 652명의 남·녀 학생이 살고 있다. 계명대 기숙사는 빈대가 나온 건물을 포함해 모두 8개 동, 1421실 규모로, 2900여 명이 생활하고 있다.
계명대 관계자는 "전문가 확인 결과, 빈대가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기숙사 뿐만 아니라 강의실을 포함해 대학 전체를 소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빈대가 발견된 방은 피해 학생이 쓰기 직전 영국 국적의 학생이 사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인천의 한 사우나에서도 빈대 8마리가 출몰해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인천 서구는 13일 해당 사우나 업체 방문 조사해, 살아있는 빈대 성충과 유충을 1마리씩 발견하고 업체에 경고 처분을 내렸다. 추후 점검에서도 청결 유지에 문제가 발생하면 영업 정지 등으로 처분을 강화할 방침이다. 다만 서구는 이 사우나가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른 목욕시설 소독과 부대시설 청소 주기는 준수했다고 설명했다.
빈대는 주로 야간에 따뜻한 곳을 찾아다니며 피를 빨아먹는데, 전염병을 옮기지는 않지만 물릴 경우 심한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국내에서는 1960년대 새마을 운동과 1970년대DDT살충제 도입 등으로 빈대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프랑스에서는 기차·지하철 등에서 잇따라 빈대가 출몰하면서 학교 여러 곳이 방역을 위해 휴교하는 등 골머리를 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