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美中 군비경쟁 본격화
"대만이 리트머스 시험지"
美, '글로벌 중추국가' 한국의
역할 확대 강하게 주문할 듯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모색하는 윤석열 정부가 역할 확대를 공언하며 한반도 밖 이슈에 대한 관여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까지 발생함에 따라 대만 관련 국제사회 주목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정민 카이스트 안보융합원 교수는 21일 공개된 최종현학술원-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특별 콘퍼런스에서 "인공지능(AI) 기반 플랫폼이 주도하는 (미중) 군비경쟁 시대가 도래했다"며, 기존 안보 패러다임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례로 향후 5~10년 내에 기초적인 국방 관련 첩보 대부분을 AI가 분석할 전망이라며 예산 수립, 정책 원칙 등과 관련한 "군사 관료 체계 운용 방식에 급격한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군산 복합체를 포함해 전체 먹이 사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대만이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끔찍하기는 해도 중국이 연루되지 않았다. 따라서 대만 문제는 해가 지날수록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대만 관련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봉쇄든 격리든, 저강도 충돌이든 본격적인 침공이든 미국과 중국 사이의 첫 번째 최대 규모 해상 교전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도 분명 개입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일본 섬의 최남단은 대만 해안에서 겨우 110㎞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고 밝혔다.
"대만 위기시 韓 역할해야"
한국은 대만 문제에 대한 직접적 관여를 주저하는 분위기지만, 미국의 동참 요구가 더욱 거세질 거란 관측이다.
이 교수는 "대만이나 남중국해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좌·우·중도를 막론하고 한국 정부가 직접적·군사적 방식으로 개입하기는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여러 부분에서 미국의 강력한 압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한국 정부가 유엔군사령부의 후방 지원을 지지하거나 해상 작전 등에서 일정 역할을 맡아주길 기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라이언 하스 브루킹스연구소 중국센터 국장은 "미국·한국이 바로 지금, 대만 해협에서 일어날 만일의 사태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공동의 예측을 모으기 시작할 때"라며 "장차 대만 해협에 위기가 발생하면 한국이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스 국장은 "미국 정책의 목적은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피하는 것"이라면서도 "신중을 기하는 차원에서 최선을 바라되, 최악도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대만 관련 위협·불안요인 분석 및 공유 △한국 정부의 주한미군 지원 조건 설정 △위기 발생 시 가동할 수 있는 채널 구축 등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동의 어휘와 시각을 바탕으로 이해 폭을 넓혀 관련 대응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논의) 진전을 위해선 미국 정부가 한국이 관련 논의를 조용하고 신중히 진행하고 싶어하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는 걸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미 군 당국은 물밑에서 대만 유사시를 상정한 협의를 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일, 대만에 초점 맞춰야"
무엇보다 대만 문제의 안정적 관리는 우리 국익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역내 도전 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한미일 차원의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한국) 무역의 90%가 해상 항로에 의존하고 있다"며 "(수입하는) 석유·천연가스 전량이 요충지(choke points)를 지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일이 함께하는 일부 시간은 대만 유사시 실제 대응 방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