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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3040세대 과반 입성해 국회 완전히 바꿔야" [4류 정치 청산 – 연속 인터뷰]


입력 2023.10.22 08:00 수정 2023.10.22 11:33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21대 국회, 巨野 독주로 법치주의 붕괴"

"여야 내부 견제 부재…비토크라시 전형"

"글로벌 도시 서울서 세대교체 시작해야"

"보궐 참패는 민심 경고, 전화위복 계기로"

이재영 국민의힘 서울 강동을 당협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말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1995년 '베이징 발언'으로부터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과연 그 사이에 우리 정치는 4류에서 조금이라도 랭크가 올랐을까. '헌정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21대 국회의 모습을 보며, 일말의 기대마저 내려놓는다는 국민이 적지 않다.


과연 우리 정치, 우리 국회, 우리 정당은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해야 '4류 정치'를 청산하고 선진 정치로 나아갈 수 있을까. 데일리안은 '4류정치 청산'을 주제로 하는 연속 인터뷰를 통해 그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스물두 번째 순서로 이재영 국민의힘 서울 강동을 당협위원장을 만났다.


1975년생인 이 위원장은 2012년 19대 총선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30대의 젊은 나이에 국회의원을 지냈던 인물이다.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에서 경제·금융 전문가로 활약했으며 당 청년정책연구센터장과 여의도연구원장 부원장을 맡아 청년 정치참여 확대의 중요성을 설파한 바 있다.


다음은 이재영 국민의힘 서울 강동을 당협위원장과 일문일답.


Q. 전직 국회의원, 또 전직 청년 정치인으로서 21대 국회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수십 년 동안 대한민국이 힘들게 구축했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붕괴된 시기다. 2016년 총선 패배를 시작으로 탄핵을 거쳐 2017년 대통령 선거,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보수가 완전히 괴멸했다. 국정 주도권이 일방적이라고 할 만큼 더불어민주당으로 넘어간 상태였다. 그런데 민주당이 진행했던 정책들을 보면 검찰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는데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겨우 정권교체에 성공은 했지만, 4번의 전국 선거에서 한 정당이 이긴 사례는 전무후무하다. 그 결과로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의 발언을 인용하면 비토크라시의 모습이 됐다. 양대 정당이 상대 당의 모든 정책과 어젠다를 반대만 하는, 21대 국회가 바로 비토크라시의 전형이다.


일례로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돼 사법부 수장이 공석이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는데 국회는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이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책에서 나온 관용과 자제, 대화 이런 것들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볼 수 있다."


Q. 항상 국회 회기가 끝날 때면,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왔던 것 같다. 19대 국회의원을 지냈는데 그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무엇이 다른가.


"맞다. 19대 국회 때에도 많은 선배들이 19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고 했었다. 10년 후에 내가 똑같은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웃음) 그래도 19대 국회 때에는 극단적인 상황까진 가지 않았던 것 같다. 각 정당마다 내부에 소장파들의 개혁적인 목소리가 있었다. 그래서 여야를 막론하고 지도부가 폭주하면 견제가 됐다. 지금은 내부 제동 장치 없이 두 열차가 서로를 향해 달리기만 한다. 심지어 더 가속하도록 부추기는 사람들만 있다. 상대를 죽여야 끝나는 전쟁과 무엇이 다른가."


Q. 왜 이렇게 국회가 변질됐을까.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과도하게 이기면서 힘의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당의 잘못도 있다. 탄핵 이후 미래통합당으로 봉합해보려 했지만, 전략이 부재했고 공천에서 문제가 발생하며 패했다. 한쪽으로 무게가 쏠리면서 오만과 자만으로 폭주했다. 양대 정당이라고는 하나 국민의힘이 상대적으로 쪼그라들며 대처를 못한 부분이 있다."


Q.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내년 총선을 통해 국회가 다시 균형을 잡아야 한다. 숫자만 따지고 보면 국민의힘이 지금보다 더 많은 의원을 당선시켜야 한다. 확실한 것은 현 정부가 3년 이상 일을 해야 하는데, 4대 개혁을 추진하고 뒷받침할 수 있는 여당의 모습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내년 총선 이후 야당의 지도부가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을지 알 수 없어 조심스럽긴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 등 야당 지도부와도 만나야 한다. 여야가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황까지 가기 위해서는 일단 여야가 힘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본다."


이재영 국민의힘 서울 강동을 당협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Q. 19대 국회 30대 초반이라는 젊은 나이로 국회의원을 지냈다. 청년들의 정치 참여에 대한 생각이 남다를 것 같은데.


"청년 정치를 말하려면 기성 정치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이 아직도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는 현재 모습이 기성 정치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 정통성과 정체성을 중시하는데 지나치게 과거 지향적이다. 서로 분열하고 충돌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누가 더 기득권이냐 싸움이기 때문에 미래로 한 발도 못 나가는 것이다.


내가 말하는 청년은 이러한 대립구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젊은 세대다. 오늘의 대한민국에 대해 논의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청년 정치가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전폭적인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Q. 지금까지 청년 정치인들의 모습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줄 세우기나 편 가르기 같은 구태 모습으로 더 기득권스럽게 변했다.


"청년 정치인들이 제대로 미래지향적 대화를 못했던 이유는 절대다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에서 청년 정치인 다수가 국회에 들어왔다고 하나 절대다수라고는 할 수 없다. 아직까지 정치권을 컨트롤하고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세력은 산업화와 민주화 세대들이다. 두 세대들이 놓아주고 청년들로 150석 이상 구성돼야 새로운 대화가 가능하다.


내가 75년생인데, 우리 때부터 가능했던 게 소위 글로벌 마인드다. 유학도 많이 갔고 해외 문물도 받아들였다. 특히 Z세대의 경우 AI와 경쟁을 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 이들은 디지털 마인드가 잘 형성돼 있다. 이들이 대거 들어왔을 때 정치권이 논하는 어젠다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확신한다. 양대 기득권의 낡은 생각과 리더십으로 시스템을 고수하려고 하는데 새것으로 바꿔야 하는 시대가 됐다."


Q.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보궐임에도 불구하고 2030이 상당히 많이 투표했고, 국민의힘이 참패했다.


"아주 강한 경고다. 또 한 가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민심은 당심처럼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국민이 변화를 요구했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가 탄생할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윤석열 정부가 외교 등 몇 가지 분야 정책은 매우 뚝심 있게 잘해왔다. 다만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를 비교했을 때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식이 달라졌을까. 이번에 민심이 아니라고 답한 것 같다.


유권자는 굉장히 감성적이면서 날카롭기도 하다. 지역에서 활동을 하며 민원이나 정책 제안을 받아보면 정말 세심하게 잘 따져보는 게 오늘날 유권자라고 느낀다. 그런 분들도 마음을 사기 위해서는 공감대를 먼저 가져가야 한다. 그런 게 부족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말씀이 보궐선거 전과 후가 많이 달라졌다. 변화의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줬고, 반성이라는 말도 쓰지 않았나. 국민통합을 앞에 내세운 것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말씀과 일치하는 행보가 뒷받침된다면 국민의 마음을 다시 한번 얻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Q.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얘기인가.


"예방주사를 아주 세게 맞았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이전까지 정치권의 이슈는 90% 이상이 야당이었다. 설사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같이 부정적인 것일지라도 정치권 관심사가 민주당에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정말 오랜만에 국민의힘으로 국민적 관심사가 넘어왔다. 이 기회를 잘 살려서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드린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재영 국민의힘 서울 강동을 당협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Q. 사실 21대 국회의 문제점은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보궐선거 결과를 보면 국민은 국민의힘을 심판했다. 결국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서울에 한정해 말하면, 19대 국회부터 의석수가 계속 줄었다. 21대 총선에서는 48개 중 8개만 이겼고, 7회 지선 때에는 서초구 하나를 제외한 모든 구의 구청장을 내줬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국민의힘의 인적 자원이 굉장히 빈약해진 게 사실이다.


안철수 의원이나 권영세 의원,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들으면 서운하게 생각할 수 있는데 이번 선거를 진두지휘하진 못했다. 선거를 지휘하고 전략을 짜려면 어떠한 후보를 내세울 것인지, 어떤 어젠다로 선거판을 이끌 것인지 삼박자가 맞아야 하는 데 그게 다 틀렸다."


Q. 서울에서 출마할 예정인데, 어떠한 대안이 있나.


"서울은 글로벌 도시다. 대한민국과 독립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의 세계적인 메가시티다. 그러면 거주하는 사람, 일하는 고급인력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를 해낼 수 있고 서울을 대표할만한 상징성 있는 인재들이 집중적으로 포진해 출마해야 한다.


국민의힘 내에서 영남 다선의원 차출론이 나오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지방 다선의원 가운데 전국적인 인지도가 있는 분들은 고민해볼 수 있지만, 서울은 세대교체를 통해 확실하게 젊은 세대들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내년 총선의 시대정신을 말한 것 같다. 세대교체에 있어서 본인의 역할은.


"(독재와 민주화 투쟁의) 과거와 달리 우리 세대는 대립이 키워드가 아니다. 우리 세대의 키워드는 자신감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에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이념이나 역사·과거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새로운 세대가 대거 출마할 수 있도록 선봉을 서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변화와 균형이 있는 미래적인 국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거 새로운 세대의 국회 진입이 필요하다. 변화를 리드해야 하는 곳은 지역적으로 서울일 수밖에 없다. 현재 도봉갑과 중랑을·강동을에서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젊은 정치인들이 연대를 하고 있는데 더욱 확대돼야 한다. 세대교체와 정치발전이라는 키워드로 선거를 치르는 데 역할을 하려고 한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30대 후반에 국회의원을 하며 정치에 입문해 40대를 지역 활동을 하며 보냈다. 전쟁 세대, 산업화 세대, 민주화 세대와 다른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 지금도 그 일을 하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자녀를 키우고 있는데 이들이 살아가야 할 시대는 AI 머신과 경쟁을 할 것이다. 미래가 불안하지만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기회를 찾기 위해서는 당연히 전문성이 필요하다. 미래에 대한 그림을 그려본, 우리 세대가 기회를 찾는 역할을 하는 것이 맞다.


미시적으로는 지역구 국회의원이 돼 강동구의 발전을 위해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지난해 지방선거로 14년 만에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이 나왔다. 두 명의 시의원을 배출한 것도 처음이다.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부터 오세훈 시장과 함께 해왔는데 대통령부터 시장과 구청장까지 국민의힘으로 일치된 상태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민들이 원하는 정책을 세심하고 섬세하게 잘 수행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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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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