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강연·독서모임 이어가고
여야 싸잡아 "거대정당 양극단 질주"
민주당 향해선 "많이 억압되는 느낌"
비명(비이재명)계가 체포동의안 가결 여파로 전방위 압박을 받는 국면과 관련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내에 마땅한 '비명 구심점'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발언 수위를 높여줘야 한다는 주문이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낙연 전 대표는 최근 자신의 강연 일정을 계속 공개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가 대중 접점을 늘리며 현실정치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이 전 대표의 주변에선 "이 전 대표가 예열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비명계 공천 배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정면 승부를 선언할 시점이 언제가 될 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숭실대·고려대 학생 대상 강연 앞둬
북클럽 통해서도 청년들의 생각 청취
이 전 대표는 최근 대외 강연, 페이스북 메시지 등을 통해 '거대 정당들이 양 극단으로 질주하는 것에 대한 복원이 필요하다'라는 의견을 거듭 피력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1일 경희대, 25일 서울대에서 '대한민국 생존전략'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어 다음 달 8일에는 숭실대, 9일 고려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같은 주제의 강연을 한다. 국가적 과제에 대한 청년들의 생각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듣겠다는 취지다. 뿐만 아니라 다음 달 2일부터 4개월 간 독서모임 커뮤니티 플랫폼을 통해 북클럽을 열어 대중 접점을 늘린다.
독서모임의 클럽장으로서 이 전 대표가 선정한 첫 번째 책은 에즈라 클라인의 '왜 우리는 서로를 미워하는가'이다. 이 전 대표가 미국에 체류할 때 읽었던 책이자, 민주당과 공화당의 사례를 통해 정치 양극화가 미국 사회에 초래한 문제점들을 다각도로 지적하고 있다. 두 번째 모임에서 읽을 책인 로버트 퍼트넘의 '우리 아이들' 역시 사회의 빈부 격차가 어떻게 아이들의 삶을 파괴하는지를 추적하고 그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이 전 대표는 앞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이튿날인 12일에도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거대 정당들이 양 극단으로 질주하며 국가위기를 극복할 그 어떤 일도 하지 않고 있다"라며 "내부적으로 여야 정당들은 도덕적 감수성 퇴화, 당내 민주주의 압사 등의 늪에 빠져 국민의 상식에 어긋나는 억지와 허위가 기승을 부린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이처럼 이 전 대표는 여야를 싸잡아 비판하는 행보를 지속하고 있지만, 민주당 내부만 놓고는 "당이 좀 더 활발하게 내부 소통이 될 수 있도록 언로가 열려야 된다. 많이 억압되고 있는 느낌이 든다"라는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KBS광주 '토론 740'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의 당무 복귀 이후 최우선 과제'에 대해 "(내부 소통과 관련해선) 모두 이재명 대표의 책임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그것을 활발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가장 강력한 분은 이재명 대표인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서는 "은퇴한 적이 없기 때문에 정계 복귀라는 말도 부담스럽다"라며 "지금으로서는 강의·SNS 등으로 할 얘기는 하는 것이 도리"라고 덧붙였다.
신경민 "센 얘기 해 달라는 주문 잘 알고 있다"
이상민 "삼국지를 봐도 장수들 직접 나가 싸워"
다만 이 전 대표가 조만간 이낙연계를 비롯한 비명계가 고초를 겪는 데 대해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은 존재한다.
신경민 전 의원은 최근 채널A 라디오쇼에서 이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해 "(현재는) 예열을 하고 있다, 이렇게 이해를 해주시면 고맙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요새 엔진이 좋아서 (예열이) 금방 된다"라고 부연했다.
신 전 의원은 "12월 말부터 시작될 공천 과정이라는 것은 굉장히 빨리 돌아가고 엄숙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사법의 시계는 천천히 돌아간다"라며 "(사법의 시계는) 시침처럼 가지만 정치의 시계는 초침처럼 움직인다. 그래서 영장이 기각이 되면서 사법의 시계는 일단 멈췄지만 아주 멈춘 건 아니다"라고 했다.
아울러 "그래서 속도·스피드의 문제가 분명히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명운을 걸고 있는, 공천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정치인들의 입장에서는 뭔가 좀 센 얘기를 해달라는 주문이 물론 있다. 그걸 (이낙연 전 대표도) 잘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표가 구속영장 기각으로 당장의 위기는 면했으나 '재판 리스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강경한 입장으로의 전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앞서 같은 방송에 출연한 이상민 의원도 이 전 대표를 향해 "지금 우선적으로 당내의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현실정치에 뛰어든다고 하신다면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삼국지를 봐도 장수들이 나가서 직접 싸운다"라며 "두 장수가 싸워서 승부가 결정되면 군사들은 조금도 싸우지도 않고 승패가 결정돼서 이긴 쪽이 차지하고 진 쪽은 퇴각한다. 장수가 그래야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