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본부 위치한 스위스 로잔 올림픽 박물관서 태권도 동상 제막식
박물관 내 동상 설립은 태권도 높아진 위상 입증..바흐 위원장도 극찬
태권도 세계화로 금메달 획득 길 좁아졌지만 더 큰 자긍심 줄 국기로 뻗어나가
‘국기(國技)’ 태권도를 기념하는 동상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 박물관에 우뚝 세워졌다.
15일(한국시각) IOC는 본부가 위치한 스위스 로잔의 올림픽 박물관에서 태권도 동상 제막식을 개최했다. 제막 행사에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비롯해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 총재, 김재열 IOC 위원 등이 참석했다.
유명 조형물 '올림픽의 불꽃(Olympic Flame)' 옆이자 박물관 입구에 세워진 동상은 태권도 경기장을 상징하는 옥타곤 받침 위로 뒤돌려차기 하는 선수가 헤드기어와 전자호구를 착용한 올림픽 태권도를 형상화했다.
매년 20만 명 이상이 찾는 IOC 박물관 내 태권도 동상 설립은 태권도의 높아진 위상을 체감하게 한다. 하계 및 동계올림픽 정식종목은 총 35개(하계 28·동계 7)에 이르지만, 올림픽 박물관에 조형물이 설치된 종목은 태권도를 비롯해 육상·축구·사이클 등 10개뿐이다.
바흐 위원장도 “태권도 동상은 올림픽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태권도가 굳건한 위상을 차지했음을 보여준다. 태권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종목이자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스포츠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바흐 위원장의 극찬까지 받은 태권도는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올림픽 박물관에 조형물을 세운 종목들은 IOC가 올림픽 핵심 파트너로 인정한 종목들이다. 이번을 계기로 태권도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질 전망이다.
2000 시드니올림픽에서 처음 정식종목이 된 태권도는 몇 차례 퇴출 위기에 놓였다. 올림픽 퇴출 종목이 거론될 때마다 빠지지 않았던 종목이 태권도다. 발로 전자호구 때리는 것에만 빠져 지루하다는 이유로 ‘발펜싱’이라는 조롱 섞인 키워드가 따라붙기도 했다.
위기를 느낀 세계태권도연맹(WT)은 세계 태권도인들과 손을 잡고 변화를 시도하며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지난해 6월부터 공격적인 플레이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점수제를 개편하면서 ‘재미 없다’는 반응을 많이 걷어냈고, 동상까지 올림픽 박물에 세워지면서 올림픽 퇴출 위기는 이제 '옛말'이 됐다.
전 세계에 태권도 하는 선수가 많아지고, 수준도 높아졌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세계적인 기량 평준화 속에 2021년 펼쳐진 도쿄올림픽에서 종주국 한국은 ‘노골드’ 수모를 겪었다. 태권도의 세계화로 한국 선수들이 국제대회 금메달을 휩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비록 금메달로 향하는 길은 좁아졌지만, 태권도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길은 더 넓어지고 탄탄해졌다. 변화를 거부하지 않고 흐름에 민감하게 대응한다면 태권도는 한국인들에게 금메달 보다 더 큰 자긍심을 줄 소중한 국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