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포털서 '고3 수험생 성형 할인' 이벤트 게시글 쏟아져…성형외과 중개앱에도 130개 등록
현행 의료법상 할인 조건으로 병원에 환자 소개하거나 알선, 거짓·과장 광고 하면 처벌 가능
정부, 불법광고 점검하고 있지만…광고 문구마다 개별 판단 필요하고, 인력난으로 적극 단속 어려워
전문가 "수험생, 의료기관 감언이설에 흔들려 성형 의존 가능성 높아…현행 의료법상 벌금 너무 낮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난 수험생들을 상대로 '고3 수험표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는 성형외과가 급증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허위·과장광고를 진행해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는 사례가 다수 있지만 거짓광고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가 인력난까지 겹쳐 적극적인 제재가 어려운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수험생들의 해방 심리를 이용해 과장된 의료광고를 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현행 의료법을 개정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8일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수험생을 대상으로 성형수술 할인을 해준다는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포털 사이트 블로그 등을 이용해 병원을 홍보하기도 했으며, 성형외과 중개 어플리케이션인 '바비톡', '강남언니' 등에서도 '고3 수험생 할인' 이벤트가 130여개 등록돼 있다.
이들 병원들은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술 가격 할인', '각종 검사나 시술 무료 제공’, '친구나 가족 함께 방문 시 추가 혜택', '선착순 이벤트’ 등을 진행하고 있었다. 병원들은 '수능성형이벤트 혜택 받고 에뻐지자', '수능 끝, 예쁨 시작' 등의 자극적인 멘트를 내걸기도 했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할인 등을 조건으로 의료기관에 환자를 소개·알선·유인하거나 이를 사주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고, 의료인은 자격정지 2개월 처분을 받게 된다. 거짓·과장 의료광고를 하면 1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의료기관 업무정지 1~2개월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근거가 되는 조항은 의료법 제 27조 3항이다. 이 조항에는 '누구든지「국민건강보험법」이나「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ㆍ알선ㆍ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돼 있다.
다시 말해 '할인'을 내걸고 이벤트를 벌이는 자체가 '환자유인행위'로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19년 보건복지부가 3개월간 성형 중개 앱과 소셜커머스 등을 집중 점검한 결과 성형·미용 진료 분야 의료광고 2402건 중 의료법 위반 사례는 1059건(44.1%)에 달했다.
보건복지부는 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등과 의료광고심의위원회를 꾸려 불법의료 광고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그러나 위반상황 지도·감독 권한을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의 관할 보건소가 갖고 있다는 점에서 단속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광고 문구마다 각 지자체의 개별 판단이 필요하고 인력난 등을 겪고 있어 적극적인 단속은 어려운 상황이다.
강남구 보건소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온 업소를 중점으로 위반사항이 있는지 확인하고 과장표현 및 거짓광고 가이드라인을 안내한다. 필요시 행정 처분도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법령에 '허위·과장광고'로 규정된 건 아닌 데다 광고 특성상 과장성격을 띄고 있어 가운데서 혼란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강남구의 경우 의료기관이 3000개 가까이 되는데, 대부분 성형외과 피부과에 집중돼 있다"며 "병원끼리 광고 마케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민원 양이나 업무처리 부분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탓에 매년 수험생을 상대로 ‘고3 수험증 할인’ 광고글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험생들의 경우 우울한 심리상태로 성형외과의 과장·허위광고에 취약하다고 봤다. 또한 현행법을 개정해 의료기관의 과장·허위광고 제재를 강화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수험생들은 입시를 준비하면서 오랫동안 외로웠고 의지할 사람이 필요했을 것이다. 특히 요즘 10대들은 부모님이나 가족들에게 본인의 힘든 이야기를 잘 털어놓지 못한다"며 "주변에 의지할 사람이 사라지다보니 상업적인 광고(의료광고)에도 더 취약할 것이다. 의료기관의 감언이설에 흔들려 (성형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허창덕 영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수험생의 심리를 이용해 성형수술 허위과대광고를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과대광고를 통해 부당이익을 얻는자들에 대한 법적인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며 "개개인의 의사, 의료기관의 도덕적인 양심에 시장 질서를 맡기는 건 순진한 방법이다.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행 의료법상 벌금은 너무 낮다. 부당이익이 벌금보다 많다면 의료기관은 부당이익을 취하려고 하지 법을 지키려고 하겠나"라고 반문하고, "법이 구성원들에게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니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선한 소비자들만 속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행 법체계가 의사와 병원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의료계 사정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의사면허가 국가면허라는 특성상 면허만 가지고 있으면 의료업 개업은 허가를 받을 필요 없이 각 지자체에 신고만으로 할 수 있다"며 "환자유인행위로 벌금이나 행정제재를 받더라도 폐업을 하고 다른 지역에 새로 개업을 하면 그만이라는 의식을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