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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 촉구→공관위원장 요구→김기현 거절'…與 혁신위~지도부 '살얼음판'


입력 2023.12.01 05:00 수정 2023.12.01 08:39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인요한, '비대위' 언급하더니 "공관위원장

달라" 깜짝 발언…희생 요구 압박 강도도↑

김기현 '즉각 거절'…당안팎서 "너무 갔다"

'지도부 흔들기' 시각도…"극단 절대 안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오른쪽)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면담을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당내 갈등의 중심에 섰다. 지도부에 요구한 '희생 혁신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인 혁신위원장이 '공천관리위원장' 자리를 달라는 요청을 꺼내면서다. 아울러 인 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김기현 지도부와의 갈등은 더 첨예해지는 모양새다. 당 안팎에서도 인 위원장이 던진 승부수가 이번엔 조금 과했다는 평가와 함께 향후 혁신위가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까지 감지되고 있다.


인 위원장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 11차 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이번 총선에 서울 서대문 지역구를 비롯한 일체의 선출직 출마를 포기하겠다. 혁신위에 전권을 주시겠다고 공언한 말씀이 허언이 아니라면 나를 공관위원장으로 추천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앞선 회의에서 혁신위가 내놨던 당 지도부·중진·친윤(親尹) 의원의 불출마 및 험지 출마를 6호 혁신안으로 재차 의결하고, 이를 최고위원회에서 논의해줄 것을 공식 요청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의 제안을 공관위로 넘겼다는 일방적 답변으로 일관해서는 국민이 납득할 수 없다"며 "나 자신부터 먼저 희생하겠다"고 재차 희생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하지만 인 위원장의 이 같은 요구는 2시간 만에 거절당했다. 요구를 거절한 건 김기현 대표였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 위원장의 공관위원장 요구에 대해 "그동안 혁신위 활동이 인 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이 되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활동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회 상황이 매우 엄중한데 공관위원장 자리를 가지고서 논란을 벌이는 것이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하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당 안팎에서도 즉각 인 위원장의 요구를 비판하는 메시지가 쏟아졌다. 김용태 국민의힘 전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출범한 혁신위가 건강한 당정관계 정립이라는 본연의 역할은 망각한 채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며 "백의종군하겠다는 혁신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을 스스로 요구하다니 막장드라마의 장르가 코미디였다"고 인 위원장을 비판했다.


이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에 "혁신위는 차기 총선 승리를 위한 당의 정책적 방향을 제시하는 곳이지, 의원들의 정치적 생명을 쥐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옥상옥'이 아니다"라며 "당사자와 합의도 없이 공개적으로 대표와 지도부의 거취 문제를 언급하는 것도 적절치 않은데, 대놓고 공관위원장 자리를 달라 요구하는 건 혁신위원장으로 할 말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비난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얼굴을 긁적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에 혁신위는 즉각 수습에 나섰다. 혁신위는 이날 공지를 내고 "지도부가 혁신안을 그저 공관위로 넘긴다는 일반적인 입장만 반복하면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책임 있는 분들의 우선적 희생을 요구하는 2호 안건마저 공관위로 넘어갈 경우 국민은 혁신위를 김기현 대표 체제의 위기 타개용 대국민 눈속임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인 위원장의 공관위원장 추천 요청 발언의 취지는 혁신위를 이끄는 입장으로 혁신 의지가 의심받고 당이 어려움에 빠지는 걸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라며 "2호 안건에 대한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이 없다면 '내가 먼저 희생하고 내려놓을 테니 차라리 공관위에서 혁신 작업을 완성하게 해달라'는 요청"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 위원장과 김 대표 지도부 간 내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앞서 인 위원장이 이날 오전 CBS라디오에 출연해 '비대위 체제 전환'에 대한 질문에 "선거대책위원회나 비대위나 뭔가 나올 것이다. 지도부가 결단을 내리거나 아니면 보충하거나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지 않으냐"라며 "필요하면 해야 한다.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답했다.


심지어 인 위원장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언급하며 "좋다. 다 신선하다. 거침없는 사람, 그리고 누구의 영향을 안 받는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해당 평가가 '비대위원장은 어떤 사람이 좋겠느냐'는 질문에서 비롯된 만큼 사실상 한동훈 또는 원희룡 비대위설에 힘을 실은 것으로 분석하는 시각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당내 일각에선 인 위원장이 혁신위 조기 해산 카드에 이어 비대위·공관위원장 카드를 활용하며 김 대표 체제를 무너뜨리려는 '물귀신 작전'에 들어간 것으로 보는 시각도 감지되고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혁신위를 이끌다가 공관위원장 자리를 요구한다는 건 혁신의 진정성을 알리기 위한 수단이라 하더라도 쉽게 나올 수 없는 생각"이라며 "그 전에 비대위 얘기를 꺼낸 걸로 봐서 '혁신위가 안 되면 지금 지도부도 안 된다'는 계산된 수가 깔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당내에선 여전히 내홍이나 분란이 없어야 하는 것이 최우선인 만큼 인 위원장의 움직임이 과하다는 여론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 때 생긴 잡음으로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느냐"라며 "다른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좋은데, 이를 서로 논의하고 대화하고 타협하는 상황으로 가야지 극단으로 가면 안 된다. 이번엔 인 위원장이 너무 멀리 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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