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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위장탈당 논란' 아랑곳 않는 野…도덕성 회복 요원 [정치의 밑바닥 ⑤]


입력 2023.12.14 06:00 수정 2023.12.14 00:01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민형배, '탈당의 정치' 펴내고 '왜 탈당했나' 항변

안건조정위원회 무력화 위해 당적 위장했다 복귀

송영길·김남국 '후속 무늬만 탈당'도 진행형

與 "다수당 되자 소수 의견 완전히 묵살" 비판

지난해 5월 3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중 두 번째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재석 293인 찬성 164인 반대 3인 기권 7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데일리안DB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최종 목표로 불리며 지난해 4~5월 정권이양기 국회를 달궜던 '검수완박(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정국이 지난 지 1년여가 넘었다. 정치권은 여전히 후유증을 털어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검수완박 강행 처리 과정에서 정치권을 뒤흔든 '위장탈당' 논란이 현재진행형이어서다. 더불어민주당이 직면한 난제 중 하나는 자기 반성이 아닌 특정 목적을 위한 '보여주기식' 탈당 사례의 연속이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위장탈당 논란의 중심이었던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탈당의 정치'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민 의원은 자신이 왜 민주당을 탈당했고,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를 저술하면서 당시의 '탈당'을 재소환했다.


민 의원은 같은 달 열렸던 공동사회포럼(처럼회) 주최의 '검찰개혁' 주최 토론회에서도 개인적인 소명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민 의원의 복당과 관련 당 강경파 일각에서는 '꼼수'라기보단 '당을 위한 희생'을 하고 홀로 비난을 감내해왔단 여론을 형성해왔다.


앞서 검수완박 법안 심사 과정에서 민 의원은 민주당에서 위장탈당, 법안이 계류된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한 바 있다. 이 사건을 통해 민주당의 도덕성이 무너졌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분출됐다. 하지만 논란에 중심에 선 민 의원은 무소속 의원으로 활동하다 탈당을 한 지 1년 만인 지난 4월 복당됐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당이 시끄럽던 시기와 맞물렸다.


검찰개혁 토론회에서 민 의원은 자신의 '위장탈당'과 관련 "몇 가지 오해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탈당을 하려고 법사위에 갔다는 것은 완전히 거짓말이다. 전혀 그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탈당을 하려 간 것이 아니라 인사청문회 때문에, 내가 당시에 정무부대표였고 인사청문직 준비 TF단장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위장탈당이라는 말이 탈당하고 나서 바로 나온 게 아니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국회법이 허용하고 있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과정으로서 탈당을 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를 "꼼수"라고 인정하면서도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으니까, 말씀드린대로 검찰 정상화를 위해서 편법을 써서라도 해야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 의원은 "그런데 위장탈당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니 완전히 상황이 이상하게 됐다"고 항변했다.


강행처리된 검수완박법은 지난해 5월 9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날에 정식 공포됐다. 이를 통해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는 6대 중대범죄(경제·부패·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 중 부패와 경제로 한정됐다. 이 과정에서 검수완박 강행 반대 입장을 밝힌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법사위에서 사·보임,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켜 비교섭단체 몫으로 배치한 것이었다.


안건조정위원회 위원은 여야가 각각 3인 동수로 구성되며 6명 중에 4명의 찬성이 있어야만 안건의 의결이 가능하다. 무소속 안조위원이 포함될 경우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돼야 하는데, 민 의원의 탈당으로 의결정족수에 필요한 4명(민주당 3명·민형배 의원 1명)을 채울 수 있었다.


청구인 중 한 명인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3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를 마친 뒤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권성동 의원은 긴급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은 자신들이 소수당일 때는 소수당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안조위를 만들더니 다수당이 되자 소수의 의견을 완전히 묵살하고 안조위까지 무력화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국민의힘은 검수완박의 입법이 정당했는지를 헌법재판소 결정에 맡겼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진 못했다. 지난 3월 헌재는 입법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권한이 침해된 점은 인정했지만 입법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권에서는 헌재가 민주당의 안조위 무력화, 위장탈당에 대한 잘못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했으나,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박홍근 원내대표는 오히려 "헌법재판소는 검찰개혁법 입법 과정에서 민 의원의 탈당을 문제 삼지는 않았으나, 소수 여당의 심사권 제한을 지적했다"면서 민 의원의 복당을 허용했다.


당내 혁신계에서는 민 의원이 슬그머니 당으로 돌아온데 대한 질타를 이어갔다. 반대로 친명계에서는 민 의원의 복당이 늦었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면서 계파 간 정반대의 입장이 충돌하기도 했다.


'탈당'과 관련한 잡음은 검수완박 강행 처리 과정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법안 의결 과정에서 유리한 구도를 위해 당적을 위장하는 것 외에도, 법적인 문제에 직면했을 때 당 차원의 조사와 징계 등을 피하기 위한 여러 차례의 탈당 건도 발생했다.


송영길 전 대표는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에 휘말리자 탈당을 했다. 김남국 의원도 코인(가상자산) 보유와 투자 의혹으로 탈당했다. 이들의 탈당을 두고도 '꼬리자르기' '탈당쇼' '무늬만 탈당'과 같은 단어가 부상했다. 여권에서는 이들 역시 민 의원처럼 여론이 잠잠해지면 슬그머니 복당을 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도덕성이 상실된 민주당의 단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예시라고 공세를 가했다.


송 전 대표는 최근까지도 민주당의 '자매정당격'으로 눈속임한 사실상 위성정당의 창당을 예고한 바 있다. 김남국 의원도 친정의 계파갈등에 개입, 혁신계의 향한 견제구를 지속해서 던지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국회에 도덕성이 실종됐다. 치부를 감추고 권력을 지키는 데만 혈안이 돼 탈당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라면서 "정치가 한없이 가벼워진다. 정치가 마땅히 가져야 할 엄중함 그리고 민주주의를 희생시켰다"고 비판했다.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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