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李 '만기친람'식 통치 갑론을박
"시장 개입" vs "불가피한 조치"
가시적 성과에 우려 불식됐지만
'건강한 당정' 위해선 '균형' 필요성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제7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의 배경으로 '성과 중심' 국정 운영이 꼽힌다. 여러 현안에 목소리를 내며 직접 개선을 주도하는 통치 방식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당은 '당·정·청 일체' 기조 속에서 뒷받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여당이 균형 잡힌 시각으로 국정 조력자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민생 방어와 경기 안정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대한 신속한 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야권에선 지난해 12월 역대 최대 규모인 728조원의 2026년도 예산이 통과된 지 3달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경안을 편성하는 것이 6·3 지방선거를 겨냥한 '매표 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25년 6월 이후 '당·청 원팀' 기조를 내세우며 정부를 뒷받침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이 대통령이 국정 드라이브를 강력하게 걸 수 있는 배경도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의 협력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위당정협의회는 지난해 7월 첫 회의를 시작으로 현재 7차례 이뤄졌는데, 핵심 기조는 '운명공동체'다. 당은 정부 성과가 중요하다며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이날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이 최고치를 경신한 배경에 대해 "당·정·청이 하나 되어 국가적 난제를 돌파해 가는 모습에 대한 국민의 응답"이라면서 "앞으로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 당·정·청이 끝까지 원팀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제1여당의 뒷받침에 따라 '성과 중심'에 방점을 찍고 국정 운영에 나서고 있다. 방식은 적극적인 정부 개입이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을 비롯해 기업 경영, 기름값 등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발언과 주문을 잇달아 내고 있다. 야권에선 시장을 과도하게 통제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부동산의 경우, 이 대통령은 '집값 정상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대통령은 오는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경고성 메시지를 연일 낸 바 있다. 다만 발언 수준은 야권에서 "정부가 시장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강력했다. 이 대통령은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 "이익이 되게 할지 손해가 되게 할지는 정부가 정한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 등 발언으로 다주택자를 향해 경고했다.
이 대통령의 부동산에 대한 '강력한 구두 개입'에 여야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보냈다. 특히 이 대통령의 '손익은 정부가 정한다'는 발언을 두고 시장의 이익과 손해는 수요·공급과 자율적 메커니즘이 결정하고, 나아가 정부는 관리자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이 국민 재산 형성과 손실을 통제하겠다는 것은 '반시장적 독단론'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여당은 국정 책임자가 시장에 대한 원칙과 방향을 밝히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투기로 인한 자산 격차와 시장 왜곡을 바로잡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시장 통제'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조세·금융·공급 정책을 통해 왜곡된 구조를 바로잡는 것은 통제가 아니라 최소한의 국가 책임"이라고 설명했다. 즉, 불공정한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중소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정부의 시장 개입 논란에 불을 붙인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도 평가가 엇갈린다.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중동 상황 여파로 에너지 수급 불안이 가중되자, 이 대통령은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을 주문한 바 있다. 특히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중동 상황과 관련해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열어 정유사와 주유소의 담합과 사재기 등 불법 행위에 대해 "위반할 경우 그로 인해 생길 이익의 몇 배에 해당하는 제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야권에선 '가격 통제'로 기업이 손실을 온전히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지만, 이 대통령의 의지는 명확했다. 급기야 지난 13일 엑스를 통해선 "만약 석유 최고가격제를 어기는 주유소 등을 발견하면 지체 없이 내게 신고해달라"며 주유소 압박에 나섰다. 더욱이 1700원대에서 1900원대까지 다양한 주유소별 휘발유 판매가가 표시된 경기 시흥 지역 지도를 캡처해 올려 "바가지는 신고하라"는 메시지까지 내놨다.
그러나 여당은 "비상경제 상황에서 민생을 지키겠다는 단호한 결단"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고유가로 인한 민생 부담을 최소화하고 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다. 정유·유통 과정에서 담합이나 매점매석 등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다주택자 규제와 마찬가지로 정부 개입 정당성을 강조했다.
야권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지만, 파장은 크지 않은 분위기다. 바로 '성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부동산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세운 이후, 서울에서 강남 3구와 용산·강동구에 이어 성동구와 동작구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 최고가격제의 경우, 시행 첫 주인 지난 15~19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전주 대비 리터(ℓ)당 72.3원 내린 1829.3원을 기록했다. 야권의 우려가 무색하게 이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거는 사안마다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를 뒷받침하는 집권여당 입장에선 효능감을 느끼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지난 대선 득표율을 생각해 보면, 이 대통령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국민이 50%다. 절반 넘는 국민이 이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 것"이라면서도 "막상 이 대통령이 일을 하는 모습을 보니, 손대는 것마다 성과를 내니까 현재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스피 상승과 부동산 가격 하락, 밀가루 가격 하락 등 역대 정부에서 하지 못한 일을 이재명 정부는 해내고 있다"며 "이 대통령에 대해 기대를 접은 국민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시장을 통제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중도층 요구에 귀를 기울인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이 계속 호평을 받기 위해선 '성과'가 뒷받침해 줘야 하는 문제가 있다. 여기서 여당이 단순히 '거수기'처럼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것이 아닌, 균형 잡힌 시각에 따라 견제와 보완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이 대통령 임기 초반 여당과 이견이 노출된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검찰개혁 후속 조치 등 사례다.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에 나선 정책이지만, 여당 내에선 부작용을 우려해 정부가 숙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정치권에선 특히 여당 내에서 갈등이 촉발한 '정부 검찰개혁안'이 건강한 당·정·청 관계의 대표적인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소위 '만기친람'(萬機親覽)식 통치 방식은 '독단'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여당이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정부의 검찰개혁안이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었던 배경은 여당 내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당·청 관계의 좋은 모델이라고 본다"며 "당·청 관계는 정답이 있을 수 없는데, 국민의힘의 경우 '원팀' 기조를 내세웠지만 정부를 비판하지 않은 탓에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함께 흔들리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정부가 결과를 잘 내야 하며, 여당에선 침묵이 아닌 건전한 비판과 함께 결과에는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그렇다고 과거 자유롭게 비판과 견제를 했던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이 각자도생의 길을 간 것처럼 따라가면 안 되는데, 그만큼 당·청 관계는 정답이 없고 존중하면서 자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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