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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분열상 심화…"하는 일 계속 하겠다" 이낙연, 1월 신당 창당하나


입력 2023.12.21 00:10 수정 2023.12.21 00:10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김부겸~이재명 비공개 오찬 회동하고 '당 단합 논의'

金 '이낙연과 물밑대화' 조언에 "잘 알겠다" 답했지만

통합비대위 언급 無, 원론적 "산이든 물이든 건널 것"

이낙연 "실망스럽지만…다만 연말까지는 시간 줄 것"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길위에 김대중' 관람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만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의 통합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당의 단합과 총선을 위해선 못할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낙연 전 대표와 당내 혁신계에서 제시한 '이재명 지도부의 2선 후퇴와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은 회동 의제로 다루지 않았다.


이번 회동은 앞서 제기됐던 '3총리(김부겸·이낙연·정세균) 연대설'의 고리를 끊고, 이낙연 전 대표의 고립을 심화시키는 상황을 연출했다. 이 전 대표는 회동 결과에 실망감을 표하면서 '신당 창당' 가능성을 다시 한번 언급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가 '통합'을 외칠수록 역설적으로 민주당의 분열상은 격화되는 양상이다.


이날 이재명 대표와 김부겸 전 총리는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만나 약 1시간 35분가량 오찬을 진행했다. 두 사람은 이번 달에만 공식적으로는 두 차례 만남을 가졌다. 두 사람은 지난 18일 같은 시간대에 '길위에 김대중' 영화를 관람한데 이어 이날도 당에 대한 논의를 함께 했다. 이 같은 '연속 만남'은 김 전 총리가 현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으로 읽힌다.


김 전 총리는 이 대표에게 현재의 상황에서 민주당에 가장 필요한 것은 '통합'이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한 다양한 그룹과의 소통도 주문했다.


김 전 총리는 비공개 오찬 후 기자들을 만나 "이 대표가 어쨌든 간에 이 전 대표와 물밑 대화를 해서 이 전 대표가 처한 처지를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며 "통합과 안정·혁신이 어우러져야 총선에서 좋은 결과가 온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김 전 총리는 '이재명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데 대한 교감이 이뤄졌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이야기까진 하지 않았다"면서도 "어쨌든 이 전 대표가 탈당을 예고해 당으로서는 상당히 어려운 국면이니 함께 돌파해 나가자고 이야기했다"고 답했다. 또 김 전 총리는 "단결과 통합을 위해 이 대표가 바깥 목소리도 진지하게 경청해 달라고 했고, 이 대표는 '잘 알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당의 단합과 총선을 위해 산이든 물이든 건너지 못할 게 없고, 작은 차이를 넘어 큰길로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고 오찬 발언을 대신 전했다. 또 '통합 차원에서 이 대표가 이 전 대표에게 먼저 연락을 하겠다는 건지, 이 전 대표로부터 연락이 올 경우 만나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건지' 묻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이야기는 없었다. 오늘 이 대표의 답변 속에 모든 가능성이 다 열려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하지만 '통합비대위도 가능하다는 것이냐'란 취재진의 질문에는 "지나치게 많이 나간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오찬에서는 통합비대위에 대한 내용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낙연 전 대표는 "나로서는 계속하던 일을 하겠다"며 최후통첩을 날렸다. 다만 그러면서도 "민주당에 연말까지 시간을 주겠다는 나의 말은 아직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당 지도부가 통합비대위 구성 등 혁신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신당 창당은 정해진 수순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두 사람의 회동 후 입장문을 통해 "당이 변화할 것인지에 진전이 전혀 없어 보인다. 실망스럽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부겸 전 총리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복수의 이낙연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신당 창당 흐름이 살아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일련의 상황들에 대해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8일 KBS와 가진 인터뷰에서 "신당 창당 공식화는 과장된 해석"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이것이 '숨 고르기'의 의미이지 창당을 하지 않겠다는 '회군'의 의미는 아니란 것이다.


이 전 대표가 대화의 여지를 남겨둔 것임에도, 조만간 이 대표와 이 전 대표가 만나 소통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이낙연 신당' 창당 명분을 무너뜨릴 카드인 '통합비대위 전환'이 받아들여질 확률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


이재명 대표의 가장 가까운 '정치적 동지'로 알려진 정성호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결국에는 통합비대위라는 게 뭐겠느냐. 주류·비주류 또는 각 계파 나눠먹기 하자는 거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렇게 공천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까"라며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도 "통합비대위를 계속 얘기하고 이 대표의 사퇴를 얘기하니까 그런 전제 조건으로는 내가 보기에는 대화하기에는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일방의 주장을 하게 되면 그것은 원심력이 강해지는 형태고, 그것은 국민의 뜻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의 뜻을 저버리는 행위이기 때문에 올바른 정치적 선택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이 대표는 오는 28일 '3총리 연대설'의 또 다른 축인 정세균 전 총리와 만남을 갖는다. 정 전 총리 역시 앞서 국회를 찾아 연대설의 실체에 대해 "그런 것은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어, 앞으로 이 전 대표의 고립은 심화되는 게 불가피하게 됐다. 또한 최근 117명의 민주당 의원이 '분열은 필패'란 사유로 '이낙연 신당 창당 반대' 연서명에 나서기도 했다.


이 같은 동시다발적 압박이 이어지면서 오히려 '당 분열'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커지는 모습이다.


이 전 대표 측 한 관계자는 '이낙연 신당'에 대해 "단지 공식적으로 선언을 하고 일정을 밟아 나가는 것은 오는 1월이다. 현재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고 잘 준비되고 있다"고 전했다. 당 내부 상황이 이 전 대표에 대한 고립 구도로 전개되고 있는 데 대해선 "그걸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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