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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한동훈 나와서 땡큐" 반색…일각선 '검사 대 피의자' 구도 우려


입력 2023.12.22 00:30 수정 2023.12.22 00:30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 출범에

총선 '정권심판론' 부각 '호재' 인식

사법 리스크 공세 강화 우려 분위기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물망에 오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무책임의 극치" "그렇게 급했나". 국민의힘 한동훈호(號)가 현실화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법무행정 공백을 자초하면서까지 자신의 영달이 중요했느냐는 주장인데, 속내는 '한나땡(한동훈 나와서 땡큐)'이다. 한 장관이 '윤석열 정부의 황태자'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민주당이 총선에서 여당에 '아바타' 이미지를 덧씌우고 '검찰 공화국' 공세를 강화할 수 있어서다.


민주당은 21일 한 장관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사실이 알려진 직후부터 공세를 퍼부었다. 한민수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 장관이 법무부 장관 후임 지명이 이뤄지기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것을 꼬집으면서 "부르기도 전에 달려가다니 그렇게 마음이 급했나"라고 지적했다.


한 대변인은 "자신의 영달을 위해 법무행정의 공백 쯤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무책임한 태도에 어처구니없다"며 "그동안 국회와 국민 앞에서 해왔던 말들은 다 허언이었나"라고 되물었다.


이어 "한 장관은 국민의힘 당원과 지지자들이 바라지 않는다면 비대위원장은 물론이고 국민의힘에 입당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라는 말을 들은 것이 고작 이틀 전"이라며 "국민의힘 원로들이 한 장관을 이순신 장군에 비유하며 띄워주니 더는 참을 수 없었나"라고 일침했다.


박용진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말잔치와 말싸움으로 끝난 한동훈 법무부 1년 7개월"이라며 "이렇게 무책임 할 수가 있냐"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한 장관의 정치적 진로는 본인이 알아서 선택한 일이겠지만, 이 선택으로 인해 그동안 한동훈 법무부 1년 7개월의 시간은 그저 '말의 성찬'으로 점철됐다고 밖에 볼 수 없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이 1년 반 동안 한 일은 말잔치, 책임전가, 야당 공격뿐이었는데, 이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가니 이 정부와 여당은 성과는 상관없이 죄다 요직에 특수부 검사만 잔뜩 가 있는 '다특검정부여당'이 돼버렸다"며 "이래놓고 쌍특검은 반대할 요량이니 참 기가 찰 일"이라고 지적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윤석열 바지사장 김기현 가고, 윤석열 아바타, 김건희 호위무사 한동훈 오다"라며 "국민 무시, 뻔뻔함, 안하무인, 무능의 정치는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준병 의원도 "국민의힘에서 검찰의힘으로"라고 일침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 구립 큰숲 경로당을 방문해 어르신들과 경로당 주5일 점심제공 정책간담회를 마친 후 이동하며 이낙연 전 대표의 사퇴 관련 발언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치럼 민주당이 한목소리로 한 장관을 비판하는 건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라는 총선 전략과 무관치 않다. "한 장관은 누가 봐도 윤 대통령의 대리인"(장경태 최고위원), "오른팔을 당 대표로 세우면 윤석열 심판 정서를 더 키우는 것"(우상호 의원)과 같은 시각이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정부·여당의 대표를 검사 출신 한동훈으로 세웠다고 하게 되면 오히려 선명성이 있다"며 "그쪽에서는 구원 투수로 아마 내미는 것 같은데 내가 볼 때는 패전 처리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권 심판론에 오히려 힘을 실어주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 장관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 수수 의혹을 '몰카 공작'이라고 하고, '김건희 특검법'도 악법이라고 하지 않았나"라며 "그런데 무슨 한 장관이 대통령과 어떻게 다른 결의 목소리를 내서 혁신할 수 있겠나. 우리 당에 호재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내 '사법 리스크'가 다시 불붙는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와 한 장관의 여야 수장 구도가 '피의자 대 검사' 구도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은 민주당엔 부담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한 장관이 국민의힘 얼굴이 되면서 민주당 사법 리스크를 공세 소재로 활용할 것이 분명하다"면서 "도덕성을 상실한 정당이라는 여론전을 펴면 이 대표 얼굴로 총선을 치르는 게 당에 불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내 비주류 모임인 '원칙과상식'이 이날 입장문을 내고 '통합비대위'를 재차 강조한 것도 이러한 우려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들은 "사실상 '윤석열 비대위'다. 이제 국민의힘 지지율은 윤 대통령 지지율 안에 갇히게 됐다"라며 "결국 많이 변하는 쪽이 이긴다. 국민의힘이 혁신을 포기한 지금이 민주당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국민의힘이 대통령만 보고 '한동훈 비대위'로 갈 때, 우리 민주당은 국민만 보고 '통합비대위'로 가자"고 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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