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27일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 발표…공통과목 중심의 '통합형' 체제 도입
"수능에서 심화수학 제외…내신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더 많은 수험생 상위등급"
입시업계 "수능 변별력 확보 안 되면 결국 내신경쟁 심화될 것"
현재 중학교 2학년생이 대입을 치르는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안이 확정되면서 현 정부가 전면에 내건 '사교육비 줄이기'에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교육부가 발표한 개편안을 보면, ▲2028학년도 수능부터는 선택과목이 폐지되는 '완전 통합형'으로 치러지고 ▲내신체계도 현행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단순화시켜 미세한 점수 차이로 등급이 달라지는 상황을 막는 것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이 개편안이 사교육을 줄인다는 명분 아래 오히려 수능 변별력을 약화시켜 내신 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7일 교육부는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확정·발표하면서 다각적인 측면에서 사교육 경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교육부는 이날 지난 10월 발표한 시안대로 공통과목 중심의 '통합형' 체제가 도입된다고 밝혔다.
현재는 국어와 수학영역이 '공통과목+선택과목' 체제이고, 탐구영역도 사회·과학 17개 과목 가운데 2개 과목을 택해 치르는 방식이다. 하지만 2028학년도 수능부터는 자신이 선택한 영역에서 모두 같은 과목 시험을 치르게 된다. 사회·과학탐구영역은 현 교육과정 과목인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이 출제범위다. 수험생은 사회와 과학에 모두 응시하게 된다.
교육부는 "학생이 어떤 과목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발생할 수 있었던 '점수 유불리' 현상을 해소하고, 실질적인 문·이과 통합을 통해 사회·과학 기초소양을 바탕으로 한 융합적 학습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여기에 기존 9등급제였던 고교 내신 평가가 '5등급제'로 완화되면서 현행 1등급(상위 4%)의 2배가 넘는 상위 10% 학생이 1등급을 받을 수 있게 돼, 내신 사교육 경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사실상 '문과수학'으로 수능 출제…사교육 부담 경감 목표
교육부는 대수·미적분Ⅰ·확률과통계를 출제범위로 하는 수학영역 외에 미적분Ⅱ·기하를 '심화수학' 선택과목으로 두는 방안도 검토했다. 그러나 국가교육위원회의 권고를 바탕으로 심화수학을 수능에 포함하지 않기로 결론지었다. 문과·이과 모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수학 교과과정에서만 문제를 출제하는 셈이다.
교육부는 "심화수학 신설로 사교육이 유발되고 학생·학부모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며 "대학은 학생부를 통해 학생의 수학적 역량과 심화학습 여부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화수학이 빠진 출제 범위가 '문과 수학'으로 불리면서 '이과 수학'보다 상대적으로 평이한 내용이기 때문에, 사교육 유발 효과가 적을 것이라는 얘기다.
교육부는 교육과정을 따라 개편되는 사회·과학탐구영역 역시 주로 2학년 교과목을 중심으로 출제되는 다른 영역과 달리 1학년 수준인 통합사회·통합과학에서 출제함으로써 '기본 소양'을 평가한다고 밝혔다.
◇수능 수학으로 변별력 확보못하면 수학 내신 더 중요해질 것
하지만 학생·학부모들은 수학 최상위권 변별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오히려 내신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고, 국어·영어영역이나 탐구영역 난도가 높아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심화수학을 수능 출제범위에서 제외하면 의학계열 등 최상위권 변별을 위해 각 대학이 정시모집에서 수학 내신성적을 전형요소로 활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수학 내신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입시학원 관계자는 앞으로 정시모집에서 수학 교과성적이 활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정시에서 (수능 점수 100%를 반영하지 않고) 고교에서 심층 수학을 이수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려는 대학이나 학과들이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심화수학이 빠지면 수능으로 변별력을 확보하기는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며 "정시에서도 수능 성적 외에 면접, 논술, 학생부 교과 등을 반영하는 대학들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킬러문항' 배제하고 선택과목 없앤다 해서 사교육 사라질까
정부는 올해 수능에서 킬러문항을 배제함으로써 사교육을 경감하겠다는 계획을 여러 차례 밝혔다. 하지만 킬러문항 없이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난도 문항이 늘어나 결과적으로는 지난해보다 어려운 '불수능'이 되고 말았다. 결국 고난이도 문제는 계속 출제될 것이며 고난이도 출제 경향을 분석하고 지도하는 사교육은 계속 성행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권모 원장은 "시험이 쉬워져서 변별력이 사라지는 것보다 시험이 어렵더라도 변별력을 확보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출제 방향"이라며 "올해 수능이 바로 그렇다. 앞으로도 정규 교과과정에서만 출제한다 해도 난이도 조절을 통해 변별력을 확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킬러문항을 배제한다고 하더라도 어떤 분야에서 난이도 높은 문제가 자주 나온다는 경향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런 경향에 맞춰 시험을 준비하려는 사교육 수요를 억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