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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진 주장 '이재명 비선 여론조사 파문' 일파만파…권노갑·정대철도 우려 표명


입력 2024.02.15 05:30 수정 2024.02.15 05:30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원로들 "비선 조직 공천 개입 여의도에

소문 파다…당내 상황 심히 우려된다"

"경기도팀 등 정체불명 조직 공천 개입

공천 불투명하면 누가 당 신뢰하겠나"

정대철 헌정회장(사진 왼쪽)과 권노갑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뉴시스

권노갑 상임고문과 정대철 헌정회장 등 더불어민주당 원로 인사들이 최근 불거진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의 이재명 대표 비선(秘線) 조직 개입 논란과 이들에 의한 '여론조사 생성·조작설'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서면서 야권 내 파문이 확산될 조짐을 보인다.


권노갑 고문과 정대철 회장, 이강철 전 노무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강창일 전 의원은 14일 공동 명의 입장문을 통해 "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당내 상황이 심히 우려돼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며 "비선 조직이 공천에 개입한다는 소문이 여의도에 파다하다"고 지적했다.


권 고문은 'DJ의 분신'이라 불리며 최근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 '서울의 봄' 시기에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으로 극심한 고문을 겪는 등 민주당 역사의 산 증인이다. 정 회장은 야권 출신으로 첫 헌정회장에 선출된 인물로 부친 정일형 박사와 본인, 아들 정호준 전 의원까지 3대가 민주당 계열로 14선 의원을 지낸, 역시 민주당의 살아있는 역사다.


이 전 수석은 1988년부터 2005년까지 17년간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민주당 후보로 꾸준히 출마하며 민주당의 동진(東進) 정책을 스스로 실천한 'TK 야권의 대부'다. 강 전 의원은 3선 개헌 반대 시위부터 시작해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정통 민주화 세력으로, 민주당에서 4선 의원을 지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경기도팀 등 정체불명의 비선 조직이 공천에 개입한다는 소문이 여의도에 파다하다"며 "공당의 공천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인데, 공천 과정이 불투명하다면 어느 누가 그 당을 신뢰하겠느냐"고 우려를 표명했다.


원로들의 우려는 최근 경기 광주을 지역의 공천을 둘러싼 내홍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경기 광주을에는 인근 지역구에서 재선을 한 문학진 전 의원과 안태준 이재명 대표 특별보좌역, 신동헌 전 경기광주시장, 박덕동 전 경기도의원 등 네 명의 민주당 예비후보가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7일 오전 문학진 전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형님(문 전 의원)이 꼴지를 했다더라"며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 안태준이 31%, 신동헌과 박덕동이 각 11%, 형님이 10% 나왔다"고 불출마를 종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지난달 27일 문학진에 전화 걸어
"안태준 31% 신동헌·박덕동 각 11%"
본인 특보가 20%p 차로 단수공천 충족
문학진 "납득할 수 없는 수치를 조작"


이에 대해 불출마 종용을 받은 문 전 의원 본인은 물론 민주당 안팎에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가 언급한 여론조사 수치가 너무나 절묘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당헌·당규에 따르면 후보 적합도 1위 후보가 차점자 그룹과 20%p 이상 차이가 나면 경선 없이 단수공천을 줄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런데 하필 이 대표 본인의 특별보좌역을 맡고 있는 안태준 예비후보가 차점자인 신동헌·박덕동 예비후보와 정확하게 20%p 차이가 나는 여론조사가 나올 수가 있느냐는 것이다.


예비후보들의 경력을 봐도 신동헌 예비후보는 전직 기초단체장, 박덕동 예비후보는 전직 광역의원, 문학진 전 의원은 인근 지역구의 전직 재선 의원으로 나름의 인지도와 조직이 있는데, 이 대표의 특별보좌역인 안 예비후보만 30%대 적합도가 나오고, 다른 세 예비후보는 나란히 10~11% 적합도가 나온 게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온다.


당사자인 문학진 전 의원은 "터무니 없는 수치"라며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친위 부대를 꽂으려다보니 비선에서 무리수를 둔 것이고,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없는 수치를 조작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권노갑 고문과 정대철 회장 등 민주당 원로들도 "우리 (민주)당에는 시스템 공천 제도가 확보돼 있다. 모든 후보가 신뢰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밟기를 바란다"며 "이미 비선의 개입으로 그 공정성이 의심되는 바, 경기 광주을 지역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간 경선을 실시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소상공인연합회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에 대해 "당의 공식 조사 결과"라며 "그분(문학진 전 의원)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은데, 그 입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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